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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日 나고야대 미야지 아키라(宮治昭)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미술사에 도상학 도입한 인도미술의 권위자

“하나의 예술작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나와는 다른 문화를 진실로 이해하는 수단이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인도 세계를 불교, 그것도 일본의 불교를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일단 인도미술의 도판을 열어보면 풍요로운 생명의 다채로운 모습과 일본 불교미술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인도미술에서 현세와 피안의 이원론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현세와 피안이 혼연히 일체화되어, 현세 속에서 끊임없이 피안을 바라보는 위대한 시선이 있다.”

1997년 출간된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서』에서 유홍준과 이태호는 오늘날 미술사연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양식론에서의 탈피 내지 재정립’을 들고 있다. 불교미술 연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 책이 출간되고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지면을 빌어 불교미술연구의 세계적 석학 미야지 아키라(宮治昭) 선생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 해답의 하나를 그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야지 아키라 교수는 철저한 현지조사를 토대로 불교·역사·철학·민속·건축학 등 인접학문을 끌어들여 미술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미야지 아키라의 학문세계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인도 및 중앙아시아를 주된 필드로 하여 철저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를 해왔다는 점이다.

불교미술사 연구는 작품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둘러싼 환경(역사적, 사회적, 사상적, 풍토적 등등)을 시야에 넣으면서 작품세계를 해독하고 작품의 특질을 밝히는 것이 기본이다. 미아지 아키라는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학자이다.

그는 1969년부터 1979년까지 바미안의 불교석굴 조사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 인도, 중앙아시아, 중국 지역의 불교미술에 대한 철저한 현지조사연구와 자료수집을 해왔다. 그 결과로 얻어진 수 만점이 넘는 사진자료 중에는 그 후에 인위적·자연적으로 파괴되고 소실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매년 간다라 지역 현지조사

미야지 아키라 교수는 철저한 필드 경험을 토대로 고착화된 양식론의 틀을 넘어 예술작품에 내포된 역사·문화적 생명력을 발견하는데 주력해왔다. 아키라 교수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인도미술사』에서 자신이 발견한 인도미술의 세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나와는 다른 문화를 진실로 이해하는 수단이다. 일본인들은 지금까지 인도 세계를 불교, 그것도 일본의 불교를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일단 인도미술의 도판을 열어보면 풍요로운 생명의 다채로운 모습과 일본 불교미술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인도미술에서 현세와 피안의 이원론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현세와 피안이 혼연히 일체화되어, 현세 속에서 끊임없이 피안을 바라보는 위대한 시선이 있다.”

불교미술에  도상학 적용

인도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쌓인 필드 경험은 아키라 교수에게 있어서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통찰력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것은 수천년전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다.

둘째, 그의 연구는 불교미술을 축으로 인도·중앙아시아를 주로 다루면서도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확대하여 통아시아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불교미술연구를 지향한다.

인도에서 발흥한 불교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해졌으며, 또 바닷길을 통해 인도에서 동남아시아로, 카일라스 설산을 넘어 티베트로 전파되었다. 이 과정에서 불교는 여러 민족의 고유신앙과 습합했고, 그들과 역사의 궤를 같이 하며 크게 변모되었다.

아키라 교수는 그러한 양상을 양식사 및 도상학의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써 아시아 불교문화의 동질성과 독자성을 밝히고자 시도했다.

이러한 관점은 특히 1999년 출간된 저서 『불교미술의 도상학-인도에서 일본까지-』(『佛敎美術のイコノロジ-インドから日本まで』, 吉川弘文館, 1999)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그는 『불교미술의 도상학』에서 풍요와 재생(제1장), 피안과 차안(2장)이라는 두 가지 테마 아래 연꽃의 도상학, 성수신앙, 천상의 피안세계, 아미타정토의 관상(觀想), 거대불의 사상(思想) 등의 항목으로 나누고 있다.

아키라 교수는 각각의 소재를 ‘아시아적 시야’로 접근, 인도로부터 일본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의 동질성과 독자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미술연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양식론적 연구방법에 바탕하면서도, 이를 넘어서 작품의 교학적 연원과 시대적·지역적 배경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연구서로 평가된다.

아키라 교수가 처음으로 시도한 ‘통아시아적 시야로 접근한 불교미술 연구’는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특히 아시아 고대미술의 여러 요소가 중층적으로 축적된 형태로 남아 있는 한국과 일본의 불교미술을 생각해볼 때 그의 도전은 매우 중요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불교미술을 통해 아시아적 연관성과 다양성을 연구하는 일은 실크로드의 종착점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미술사 연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학문적 차원을 넘어서 한반도 주변국의 문화적 차이, 사회경제적 이해, 역사적 관계를 이해하는 기본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로 연구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술사 연구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작품의 형체적 측면에 관심을 두는 양식론적 연구이고, 또 하나는 작품의 의미론적 측면에 관심을 두는 도상학(圖像學)적 연구이다.

미야지 교수는 이 두 가지 방법론을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특히 도상학적 연구에 관심이 크다. 도상학이란 상징성·우의성(寓意性)·속성 등 어떤 의미를 가지는 도상을 비교하고 분류하는 미술사 연구방법이다.

이같은 도상학적 방법론에 기초하여 인도·중앙아시아의 불탑, 불전도, 보살상, 정토도 등을 다룬 연구가 그의 주저 『열반과 미륵의 도상학-인도에서 중앙아시아로-』(『涅槃と彌勒の圖像學-インドから中央アジアへ-』, 吉川弘文館, 1992)이다.

아키라 교수는 이 책에서 도상학적 접근으로 불교학이나 민속학, 역사학 등과 연계될 때 불교미술의 전파와 변용의 양상을 구조적으로 파악했다. 종래의 양식사적·편년사적 연구가 주류였던 불교미술사 연구를 넘어선 새로운 지평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통아시아적 시야로 접근

오늘날의 불교미술연구는 전통적인 연구방법에 기반하면서도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대를 통한 재도약을 요청받고 있다.

종래 불교미술연구에서 주변일 수밖에 없었던 불교학, 역사학, 민속학, 건축학, 보존과학, 문화콘텐츠학 등 제 학문영역과의 과감한 연계를 통해 폭넓은 학문적 지평이 확보될 때, 불교미술사는 보다 입체적이며 다양한 그리고 실용적인 학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미야지 아키라의 학문세계는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춘호(원광대 강사)


미야지 아키라 교수는

1945년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에서 태어났다. 1968년 나고야대학 문학부(미학미술사전공)를 졸업하고, 1972년 동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했다. 히로마에대학(弘前大學)에서 조교수를 거쳐 현재 나고야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나고야대학과 교토대학의 고고미술 학술조사대원으로 인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을 조사해왔다.

주요저서로는 『인도미술사』(『インド美術史』,1981, 吉川弘文館), 『바미안』(『バ-ミヤ-ン』, 京都大學中央アジア學術調査報告 I-IV, 공저, 1983~1984, 同朋舍), 『열반과 미륵의 도상학 -인도에서 중앙아시까지-』(『涅槃と彌勒の圖像學-インドから中央アジアへ-』, 1992, 吉川弘文館, 國華特別賞受賞), 『간다라 불상의 신비함』(『ガンダ-ラ-佛の不思議』, 1996, 講談社), 『불교미술의 이코놀로지 -인도에서 일본까지-』(『佛敎美術のイコノロジ-』, 1999, 吉川弘文館), 『바미안, 멀어져가다』(『バ-ミヤ-ン,遙かなり』, NHKブックス,2002)등이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인도미술사』는 2006년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김향숙·고정은 譯, 다    미디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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