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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왕위도 버렸는데 흙무덤은 남겨 무엇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제7강 바람직한 장례방식
수목장을 사랑하는 모임 이 보 식 공동대표

저는 수목장을 사랑하는 모임에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건 감투에 불과하고 실은 수목장에 대해 남들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수목장’ 보다는 ‘왜 수목장이 필요한가’입니다. 아무리 좋은 장묘 문화라도 국가가 장려한다고 해서 갑자기 확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는 단지 보조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의 장묘 문화가 수목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화장 비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서울이 70%, 부산이 75%입니다.

2030년엔 매년 60만명씩 사망

소중한 나무가 분묘를 만들고 있어 자꾸 훼손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수치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2000만기의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당 평균 15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묘를 넓게 쓰는 것이 과연 부모를 위하는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도 몇십년, 몇백년씩 모셔야 하니 그곳에는 나무가 클 수 없겠지요.

이 땅에서 매장 문화는 그 뿌리가 깊지만 수목장은 역사가 짧습니다. 채 20년도 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목장은 스위스에서 시작해 독일을 거쳐 퍼지고 있는데 그 나라의 특성에 따라 다릅니다. 땅이 넓은 미국은 수목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공원묘지에 가보면 자식들이 와서 꽃도 놓고 하지만 오래된 묘는 황폐화 됩니다. 한국, 일본 등지는 국토는 좁은데도 벌써 분묘가 국토 전체의 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통계 수치를 보면 해마다 25만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 분묘를 만든다고 하면, 1인당 15평으로 따지면 그게 얼마입니까.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 좀 더 오래 살겠지만 2030년이 되면 한해 평균 60만명 가량이 죽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호화스럽게, 위세 부리듯 분묘를 만든다면 우리 자손들은 무덤을 이웃 삼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영림서(지방산림관리청)라는 기관을 설치해 산림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철두철미한 관리 아래에서 영림서와 수목장을 연계시켜 친환경적인 장묘 문화를 대중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50헥타르 내지 100헥타르에 달하는 산림을 국공유지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나 독일의 수목장은 나무도 키우고, 미생물을 살리고, 짐승들과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장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제도가 정착되기도 전에 벌써 난리가 났습니다. 돈 냄새를 맡은 장묘 업자들이 공원묘지를 만들다가 납골 묘지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수목장에 눈을 돌려 소나무 한 그루에 몇백만원씩 받고 분양하고 있습니다.

분묘 문화가 지속되고 있는 이 땅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장묘 문화는 수목장입니다. 공원묘지나 가족묘지가 산을 뒤덮고 있는 게 현실이지 않습니까. 저는 내년 봄 가족 묘지에 나무를 심을 작정입니다. 제가 죽으면 묻힐 나무를 심겠습니다. 봉분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특정 나무 주변에 뿌리거나 매장하는 게 수목장인데 여기에 묘비 등을 세우면 또 다른 공해가 되겠지요. 아예 묘비 등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 팻말 등으로 살짝 표시만 해두려고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 이마저도 흔적이 사라져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무로 돌아가기에 앞서 저의 장기나 몸은 의과대학의 실험용으로 쓰이게 됩니다. 이미 시신 기증을 했기 때문입니다. 수목장은 바로 어머니와 아버님의 사랑으로 이 땅에 태어난 우리 모두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후손들 무덤 옆에 살 판

우리 조상들의 토속신앙은 큰 산과 나무였습니다. 단군 이래 조상들이 예수를 알았습니까. 부처님을 알았습니까. 그저 동네 어귀에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를 당산목이라고 해서 거기서 아들 낳게 해 달라, 병을 낫게 해 달라, 부자 되게 해 달라 기도를 올렸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신앙의 대상이 뭐였느냐, 그것은 산과 나무였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당산목은 벨 수 없는 대상이었습니다. 베면 집안이 망하거나 마을이 피폐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수목장을 한다는 것은 그런 신앙에서도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옛날의 왕이라는 사람도, 특히 백제의 왕이라는 사람의 왕릉이 밝혀진 것도 딱하나 공주에 있는 것뿐입니다. 하물며 우리 같은 사람이야 생각하면 무엇하겠습니까. 무엇이 아쉬워서 비석까지 세워 이름을 남기겠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보리수 밑에서 해탈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남기고 가겠다고 욕심을 부립니다.

수목장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제가 속해 있는 이 단체에서는 국공유림에 수목장을 만들라 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그곳에 수목장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산림청에서는 한 10군데를 지정해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64%인데 그 중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곳이 28%입니다.
거의 30%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아주 저렴하게 수목장을 분양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나무 하나에 몇백만원씩 주고 부모를 모실 수 있는 부자도 있겠지만, 10만원에도 부모님을 모실 수 없는 분도 있지 않느냐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관리하는 수목장에 값싸고 좋은 환경에 모실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봉분 제도에서 진일보한 게 납골당이고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수목장입니다. 납골당은 산속에 거대한 구조물을 짓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수목장 역시 권위의식이 발동되면 비싼 나무를 일부러 심고 호화스러운 묘비를 세우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지도층부터 아무런 흔적 없이 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가에서는 다비라는 장엄한 장례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여기 앉아 계시는 여러분들은 건강하게 일평생 부처님께 불공드리며 사시길 바랍니다. 부처님의 뜻을 부처님같이 행하고 공덕을 쌓아가며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에 건강하게 좋은 일 많이 하시면서 ‘9988234’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삼일째 되는 날 삶을 회향하시기 바랍니다.

여기 어떤 것을 잔뜩 들고 태어나신 분 있으십니까. 우리 모두는 빈손으로 왔습니다. 아무 것도 남기지 마시고 그렇게 가십시요, 그것이 웰다잉입니다.

정리=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이 보 식 공동대표는

부여고를 졸업하고 1963년 서울대학교에서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의 연구사를 시작으로 산림청 조림국 국장을 거쳐 임목육종연구소 소장, 1997년과 1998년 각각 19대와 20대 산림청 청장으로 재직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충남 안면도에서 열린 안면도국제꽃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과 수목장을 사랑하는 모임의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웃 종교인들도 사찰 수목장 이용”

수목장 운영 사찰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 아닌 생명(나무)으로 돌아가리….”

수목장을 준비하는 사찰은 많지만 현재 수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통 사찰은 세 곳이다. 팔공산 은해사와 경주 기림사, 강화 전등사 등이 그곳이다.

신라 1000년의 아름다운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경주 함월산 기림사(주지 종광) 수목장은 5월 11일 개원했다. 기림사 수목장에는 불자는 물론 개신교, 가톨릭 등 이웃 종교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054)744-2292

사찰 수목장 시대를 활짝 연 은해사(주지 법타) 수림장은 개원 1년 8개월 만에 200여기 이상 수림장 나무를 분양했을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매주 평균 2~3기가 분양되고 있으며 10건 이상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054)335-0566

강화 정족산 자락에 위치한 전등사(주지 장윤)는 올 9월 1일 수목장을 위한 수림원을 개원했다. 전등사 주변을 호법 신장처럼 에워싸고 있는 수백여년 된 조선송 등 정족산의 자연림을 추모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032)937-0125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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