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畵僧들]〈11〉 임한 하

기자명 법보신문

단아한 존상-은은한 색칠법
조선중기 불화 주도 후 정착

한 폭 삼장도 유행 깨고
세 폭 삼장보살도 제시
화면 상단 권속 다수 배치
부채꼴형 도상 주로 애용

녹-적색 사용하면서도
붓터치로 맑게 표현
건장·둔장한 본존 지양
세련미 배인 문양 일품

<사진설명>통도사 대광명전 노사나후불탱화.

‘운문사 비로전 삼신불회도’(1755년), ‘삼장보살도’(온양민속박물관 소장·1755년), ‘통도사 대광명전 삼신불회도’(1759년)는 임한 스님의 대표작으로써 당시 필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시사해 주는 작품이다.

현재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삼장보살도’(천장·지장·지지보살)의 화기 일부분은 파손돼 있지만 작품 중 ‘지지보살도’ 화기에 나오는 화승이 ‘운문사 비로전 삼신불회도’ 화기에 나타난 화승과 일치하고 있어 이 작품 역시 운문사에서 조성된 1755년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18세기 중엽의 삼장보살도는 대부분 1폭에 모두 그려진 반면 이 작품은 천장, 지장, 지지보살 등 세 폭으로 구성돼 있어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어 이채롭다.

세 보살은 각각의 보살도에서 결가부좌한 상태에서 연화좌에 앉아 있다. 그러나 천장과 지지보살도와 달리 지장보살도에서는 연화좌의 모습이 좀 다르다. 천장과 지지보살도의 연화좌는 연꽃이 아래로 향한 복련(覆蓮)으로 표현돼 있지만 지장보살도〈사진〉의 연화좌는 이와 반대로 연꽃이 위로 향한 앙련(仰蓮)으로 표현돼 있다. 조선시대의 ‘삼장보살도’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에서 유독 지장보살도의 연화좌만 다른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후학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통도사 대광명전 삼신불회도’는 지금까지 발견된 임한 스님의 작품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불화다. 모두 임한 스님이 도편수가 되어 조성한 작품인데 특히 노사나불회도〈사진〉는 수화사 임한, 차화사 하윤(夏潤) 스님 두 사람이 그린 작품이므로 임한 스님의 말년 화풍을 잘 보여준다.

<사진설명>통도사 대광명전 비로자나후불탱화.

정희선 한국미술사 연구원은 자신의 논문 ‘화승 임한파 불화의 연구’에서 “이 불화는 4년 전에 그린 운문사 삼신불회도에서 한 단계 진전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며 “좌우의 노사나불회도와 석가모니불회도에는 사천왕이 배치되어 있어 두 본존을 외호하고 있음은 물론, 비로자나불회도 역시 좌우에서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이 협시하고 있는 구도로 배치되어 있어 분리된 세 폭이 하나의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로자나불회도〈사진〉에는 키형광배를 표현하고, 나머지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은 원형광배로 표현하고 있어 비로자나불을 돋보이도록 했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본존이나 제 권속들이 모두 균형 잡힌 단정한 자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18세기 중엽의 불화와는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동시대의 의겸이 그린 해인사 영산회상도, 직지사 삼세불도, 장곡사 영산회상도 등 18세기 중반에 걸쳐 나타난 건장하고 장대한 형태와는 다른 것”이라고 보았다.

이 불화에서 사용된 색감에도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전의 작품보다 짙은 색조를 사용했지만 화면 사이사이 밝은 색을 특징 있게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맑고 균형 잡힌 색채 배열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임한 스님의 불화에 나타난 색조 변화를 살펴보자.

<사진설명>삼장탱 중지장보살탱화.

임한 스님은 ‘미황사 괘불’(1727년)에 참여하며 당시 전라도 중심으로 펼쳐졌던 화사한 색감을 잘 알고 있었으나 작품 활동을 하며  녹색과 적색을 주로 사용하면서도 붓을 통한 물감의 농담을 적절히 사용해 은은하고도 깊이 있는 색칠법을 보여주었다. 수화사로서 활동한 초기 작품 즉, ‘통도사 영산회상도’(1734년), ‘석남사 영산회상도’(1736년) 등에서는 보다 밝은 색을 보여주고 ‘운문사 비로전 삼신불회도’(1755년)부터는 보다 짙은 색을 사용했다. 정 연구원은 논문에서 “18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색채가 짙어지는 시대적인 조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면의 전체적인 조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청색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도상으로 보아서는 화면 상단으로 올라가면서 권속을 작게 표현하고 권속의 수를 늘리는 부채꼴형의 구도를 주로 보여주고 있다. 본존은 건장한 체격이나 둔중함이 없고 보살들 경우는 세련미와 단아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문양의 다양함 또한 임한 스님에게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맛이다.

임한 스님의 이러한 화풍은 후학들에게도 이어져 많은 화승들이 임한 스님의 구도와 색칠법을 구사했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자료협조 및 문헌
한국미술사연구소. 성보문화재연구원. 정희선 논문 ‘화승 임한파 불화의 연구’.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