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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차의 유행

기자명 법보신문

심미안 가진 열정가가 ‘신차’ 선보여

겨울비가 내린다. 세상이 온통 잿빛이다. 까치밥으로 남겨둔 발간 홍시(紅枾), 붉은빛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냉냉(冷冷)한 겨울, 참으로 차 마시기에 좋은 계절이다.

찻잔에 피는 운무(雲舞)의 신묘한 율동(律動)과 따뜻한 온기(溫氣)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겨울 샘물은 온화(溫和)하고 조용하다. 강한 여름 샘물이나 청량한 가을 물과는 달리, 담담하고 장중한 물의 품격은 차를 다루기에 제격이다. 실제로 샘물은 계절과 채수(採水) 여건, 시간에 따라 변화 되며, 물에 따라 차 맛 또한 변화무쌍해진다.

따라서 탕법(湯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물이다. 하지만 차 맛은 물에 따른 변화뿐만 아니라 차, 다구, 물의 온도에 따라 변한다.

아무리 물에 대한 연구가 내밀(隱密)하더라도 차품(茶品)에 대한 상식(常識)과 다구를 고르고 다루는 안목이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차품(茶品)의 발달은 역사적인 배경과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따라 변해 왔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차를 이용했던 시기에는 다양성 보다는 원초적인 차의 성질(性質)이 부각되었다. “신농씨가 차를 발견한 동기이나 달마대사가 던진 눈까풀이 차나무가 되었다”는 것은 다분히 차의 상징성을 나타난 것이다. 실제 음다의 변천이 원시적인 방법을 벗어난 것은 수나라 이후부터 라고 할 수 있다.

대운하 개통 이 후, 물길을 이용한 물류의 확대와 물자의 대 이동은 남북 풍속의 교류를 가져 왔다. 특히 음다 풍속은 북방 민족의 생활 패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당대의 차 문화 발달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또 제다(製茶)의 발전은 문화적인 배경과 시대성, 경제 규모에 따라 개량되었다.

차 죽 형태로 음용되었던 음다 풍속은 육우(陸羽 733~804)의해 개량되었고, 제다법도 새롭게 시도되었다. 이로 인해 차 문화는 급진적인 향상을 이룩하게 되었다.

육우는 차의 산지를 유람했던 경험과 저산(苧山) 묘희사(妙喜寺)에서 기거하다가 만난 교연의 영향으로 한층 더 향상된 차를 만들 수 있었다. 한편 무석(无錫)의 혜산(惠山) 물과 고저차(顧渚茶)는 육우에 의해 천하의 명천(名泉)과 명차(名茶)로 회자(回刺) 되었다.

송대 채양(蔡襄:1012~1067)이 북원전운사(北苑轉運使)로 임명된 후 소용단(小龍團)을 만든 일이나 정가간(鄭可簡)이 만든 은침수아(銀針水芽)는 송대라는 시대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휘종(1101~1125) 황제의 차에 대한 예술적 감상안(鑑賞眼)은 어느 시대와도 비견(比肩)될 수 없는 차 문화의 극치를 이룩하는 실질적 요인이었다.

백차를 선호했던 그는 차에 대한 애호(愛好)의 수준을 넘어『대관론』을 저술할 만큼 차에 대한 이론가이었으며 전문인이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다구(茶具)가 출현되었다. 다기에 있어서 거의 완벽한 수준을 이룩했던 흑유, 토호잔은 이 시대 사람들의 차에 대한 예술적인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이었다.

그러나 차 문화의 융성은 쇠퇴기로 진입하는 요인으로 작용되었다. 송대의 극치에 가까웠던 제다법은 명의 단차 금지법으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산차(散茶)형태의 차품, 다호에 차를 우려내는 방법은 명대 이후에 와서야 일반화되었으며 이때부터 많은 산차 제다법이 만들어졌다.

어느 시대이든 심미안을 가진 사람의 열정에 의해 새로운 차품이 출현하게 되고 그것을 아끼고 즐기는 계층에 의해 새로운 풍속이 만들어진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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