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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하버드대 로버트 지멜로 교수·끝

기자명 법보신문

동서양 불교전통 아우르는 화엄학 대가

<사진설명>1월초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지멜로 교수.

미국에서, 아니 세계적으로 화엄학에 있어서 가장 넓고 깊은 지식을 갖춘 교수를 선택하라면 아마도 지멜로 교수가 첫 손으로 꼽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화엄에만 국한된 학문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엄과 관련된 선, 천태, 법화, 정토 등 불교의 여러 전통과 아울러 인도·중국·한국·베트남·일본에 걸친 광범위한 국가의 불교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불교를 기독교 신학과 종교학 속에 결부시켜 그의 제자들로 하여금 불교를 바라보는 거시적·미시적 관점을 갖도록 해왔다.

올해 일흔이 된 지멜로 교수의 불교에 대한 학문적 태도는 비판적이라기보다는 항상 주의깊고, 세심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지향해왔다. 다시 말하면, 역사 속에서 수행하고, 신앙했던 불교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들의 세계 속에서 불교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의 입장과 그의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이해가 겸비되어 학생들만이 아닌 동료학자들에게서도 가장 존경받는 교수 중의 한명이다.

그의 소심한 성격은 바로 그의 완벽주의에 가까운 집필에서 드러난다. 그는 책을 한권도 내지 않았다. 그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그의 1976년도 박사논문은 아직까지도 화엄을 공부하는 수많은 학자들에게 인용되어오고 있으며, 30편이 넘는 단편 논문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나 타 분야의 학자들을 겸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위의 업적을 책으로 내는 것을 꺼려한다.
강의에서도 그의 세심한 성격은 여지없이 나타난다. 강의 도중 그는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선택해서 사용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 내내 학생들은 깊은 명상에 젖은 기분을 느낀다. 정선된 언어선택, 깊고 포괄적 불교학의 접근 방식, 그리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해박한 통찰력은 오랫동안 수행한 선사와 같은 그의 이미지와 곁들여 많은 학생들을 감화시켜 왔다.

그가 1999년도에 하버드 방문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 세계에서 많은 학생들이 그에게 배움을 청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매년 종교학과와 동양학과에 최소한 두세 명의 학생들이 그의 밑에서 공부하기 위해 들어왔다. 현재 보기 드물게 열다섯 명이 넘는 박사학생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근래에 하버드에서 불교학을 가장 양적·질적으로 높인 교수임을 자타가 공인한다.

그의 명성은 한국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조계종단과 한국불교학자들과 교류해 왔다. 이번 여름에는 고려대에서 중국불교과목을 가르칠 예정이며, 서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에서도 한국학생들과의 만남이 계획돼 있다. 올해 1월초에는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잠시 방문하기도 했다. 

일미 스님(하버드대 박사과정)


로버트 지멜로 교수는


학부와 석사를 세튼홀대(Seton Hall University)에서 마쳤고, 1976년에 콜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지엄(602-668)과 화엄불교의 기초』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에서 3년간 중국불교를 가르친 후, 다트마우스대학(Dart mouth College), 산타바바라의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ta Barbara), 그리고 독일의 하이델베르그대(University of Heidelberg in Germany)등 수많은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고, 아리조나대(University of Arizona)에서는 동아시아학부 학장, 인문학부 임시 부총장, 프랑스 이탈리아 학부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이메일 인터뷰


불상은 불성 그자체
美 아닌 종교요소 필요

서구서 한국불교 변방
연구자 위한 기금 필요


▷교수님의 광범위한 학문적 관심분야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불교와 기독교사에 있어서 종교적인 성상(聖像)의 역할에 대한 비교연구에 대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수십년간 주로 텍스트(경전이나 주석서) 위주로 공부해왔는데, 최근에 불상과 다른 성상(성스러운 탱화 그림이나 여러 상)을 비교함으로써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교 역사 속에서 중국 사람들이 왜 불교를 가끔 상교(像敎)로 부르고, 명교(名敎)로 부른 유학이나 다른 종교들과 차별을 두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관심을 끈 또 한가지는 “보살들은 시방에 모든 부처님 보기를 마치 그림처럼 하라”는 반주삼매경과 같은 경구들입니다.

이런 연관성 속에서, 밀교와 대승불교의 맥락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즉 불성의 화현으로써 개안(開眼)된 여러 불상들이 마치 부처님 상에 앞에 서면 부처님과 함께 한 것과 같이 간주되고 경배의 대상이 되어온 사실입니다. 그러한 상들은 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불상이 드러내는 것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불성 그 자체인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불교의 여러가지 상(像)에 대한 연구는 주로 예술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영역이었습니다. 이들은 불교형상의 미적, 형식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에는 괄목할만한 가치있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종교적 요소들 들어내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진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형상들이 갖는 개개의 의미만이 아니라 생생한 형상 속에 형상 없는 것을 내포하는 불교의 노력에 대한 중요성입니다. 불교학에서 아직도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도구(이론이나 방식)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상들이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동방 기독교 정교와 같은 다른 종교의 전통을 주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매우 발전되고 정교한 성상 신학(聖像神學)이, 도외시된 불교형상을 연구하는데 적용할 만한 언어나 관점을 불교학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와 기독교와의 깊은 유사성만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정반대입니다. 동방정교에서의 성상 이론이 불교 성상에 있어서 불교만의 독특한 의미를 얘기할 수 있게 불교학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시험해 보기 위한 데에 있습니다.”

▷최근에 불교학 흐름에 지배적인 경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불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무엇인지요?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불교학은 언어학자나 아니면 불교사상·교리·철학에 주로 관심 있는 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은, 언어나 교리에 대한 흥미는 대체적으로 사회과학이나 물질문화, 의식 관례, 종파 형성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엔 젊은 불교학자들이 「용수보살의 공사상에 대한 가르침」이나 「원효의 화쟁론」과 같은 논문을 썼지만, 요즈음엔 소신공양’이나 ‘사원 운영 구조’, ‘승려 복식’, ‘성지순례’, ‘불교와 정치’, 등등과 같은 주제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런 발전은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가 단순히 시간을 초월한, 현실과 동떨어진 일련의 사상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르침을 완전히 외면하는 쪽으로 너무나 치우치게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회과학적인 접근과 문헌학적이고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겸비한 좀 더 균형을 갖춘 접근 방식을 앞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예를 들어, ‘유식의 교리’와 ‘성지순례 수행’과의 관계와 같은 문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 교수님께서는 한국불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십니다. 미국에서 한국불교학 발전을 위해 제안하시고 싶으신 것이 있을거라 생각되는데 무엇인지요?

“하버드와 같은 미국대학에서 불교학은 더이상 예전처럼 외소하고, 주변적이며, 미성숙한 분야가 아닙니다. 실제로 현재 수백명의 학자들이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상당히 인기있고 깊이를 갖춘 분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몇가지 심각한 결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풍부하고, 독특한 한국불교전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입니다.

UCLA에서 가르치고 계신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매우 가치있는 업적과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한다면, 한국 불교는 북미와 유럽의 불교학의 프로그램 안건에서 대체적으로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고쳐지기 위해서는, 한국 불교 대학과 불교 교단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또한, 한국불교학을 가르치는 교수직 자리가 미국의 주요한 대학에서 마련되어야 하고, 한국불교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기금이 또한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을 위해 최근에 몇가지 긍정적인 조처가 취해지긴 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불교 조계종 안국선원 수불 스님께서 하버드 세계종교학 센터에 제공한 기금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한국불교학이 동남아시아, 티베트, 중국 그리고 일본 불교학과 함께, 서구대학에서 적절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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