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수명(山紫水明)한 우리의 자연환경(自然環境)은 사람들의 심성(心性)이나 삶의 방식(方式)에 많은 영향(影響)을 미쳤다. 동이 틀 무렵 산뜻한 바람결, 투명한 맑음, 그리고 활활(活活)한 기운은 한국 산하(山河)의 장점이다.
이를 감지하는 태생적 능력 또한 우리의 마음과 인자(因子) 속에 온축(蘊蓄)되어 있다. 한국인의 미적 감각이나 정서는 바로 이런 태생적 바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따라서 담박 소쇄(淡泊 瀟灑)한 기품(氣稟)은 우리의 사유(思惟)와 문화의 최고 가치로 인식되었다.
한국의 차 문화는 바로 이러한 한국적 특성을 바탕으로 발전되었다. 맑고 산뜻한 맛과 활활한 생기(生氣), 황금빛 감도는 연두빛 차색의 투명함과 맑음은 한국적인 차 문화의 미감(美感)의 본질이며, 특수성으로 드러난 것이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유묵(遺墨) 중 “전다삼매(煎茶三昧)”는 조선 후기 사대부들의 차에 대한 심미안(審美眼)의 대표적인 글이다.
고요히 앉아
선경(禪境)에 드니
반일(半日)이 지나도록
차향이 처음처럼 피어난다.
묘용시(妙用時)
물 흐르고 꽃이 피듯…
“靜坐處 茶半香初 妙用時 水流花開”로 차의 순일(純一)한 경지를 드러냈던 추사의 이 “전다삼매(煎茶三昧)”는 그의 차에 대한 또 다른 경지를 엿볼 수 있는 명작(名作)중에 명작이다. 차를 다리는 것이 삼매(三昧)의 경지라는 추사(秋史)의 표현은 실로 추사다운 발상(發想)이며, 물아일치(物我一致), 최고의 경지이다. 한편 차를 군자(君子)와 견주었던 조선 사대부의 차에 대한 안목이기도 하다.
차는 청아한 삶을 목표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의지 처이요, 지기(知己)이었다. 또한 인간적인 교유를 심화시킨 매개물은 차였다. 차는 순수하고 맑음을 표상하는 정신적인 교감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설명>‘차를 다리는 것이 삼매의 경지’라는 추사의 유묵이다. |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