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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도론』 ⑭

기자명 법보신문

탐진치 근본번뇌 완전 소멸이 열반

지혜의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의 범주(蘊, 處, 界, 根, 諦, 緣起) 가운데 17장에서는 마지막 항목인 12연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연기설은 사성제 가운데 두 번째의 괴로움의 발생의 진리(苦集聖諦)와 네 번째의 괴로움의 소멸의 진리(苦滅聖諦)를 설명해주고 있다. 12연기에 대한 해석의 기본적인 입장은 삼세양중(三世兩重)의 인과이다.

옆의 표는 12연기의 고리들이 어떻게 과거·현재·미래의 삼세에 걸쳐있는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8-10과 함께 1-2의 고리는 다섯 가지 윤회의 업의 원인(業因)을 내포하고 있으며, 업의 과정을 의미한다. 11-12와 함께 3-7에 이르는 고리는 다섯 가지 업의 결과(業果)를 내포하고 있으며, 윤회의 과정을 의미한다. 『청정도론』은 『무애해도』(Patisambhida magga)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다섯 원인이 과거에 있어서, 다섯 결과가 현재에 생겨났다.
현재, 다섯 가지 원인이 있으면, 미래에 다섯 가지 결과가 생겨날 것이다.
〈『淸淨道論』 XVII, Vism 579, 『청정도론』3권(대림스님 역) p.159〉

『청정도론』의 12연기 설명을 수행에 대비해 보면 우리가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현재 우리는 과거나 미래의 인과관계를 어찌할 수 없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윤회의 과정인 3(識)에서 7(受)까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여, 업의 과정인 8(愛)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는 일이다.

아라한이 되어야 12연기설 체험

간단히 말하면, 7번째 느낌(受) 다음에 8번째 갈애(愛)가 일어나지 않게 되면, 미래의 윤회의 과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원인 즉 업의 과정이 끊어지는 것이다.
불교의 지혜는 바로 세 가지 느낌(苦, 樂, 不苦不樂)에 이어서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느낌 다음에 일어나는 탐진치라는 근본번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열반의 성취이다. 이렇게 보면, 지혜의 칼은 항상 느낌에 머물러서 느낌 다음에 탐진치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잘라내야 한다.

12연기의 가르침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어리석음(무명)이 완전히 소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라한이 되어야 12연기설을 체험적으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리석음(無明)의 남김 없는 소멸에 의해 업의 형성(行)의 소멸이 있다. 업의 형성의 소멸에 의해 의식(識)의 소멸이 있다. 의식의 소멸에 의해 정신적·육체적인 존재(名色)의 소멸이 있다.

그리고 정신적·육체적인 존재의 소멸에 의해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入)의 소멸이 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의 소멸에 의해 접촉(觸)의 소멸이 있다. 접촉의 소멸에 의해 느낌(受)의 소멸이 있다. 느낌의 소멸에 의해 갈망(愛)의 소멸이 있다. 갈망의 소멸에 의해 집착(取)의 소멸이 있다. 집착의 소멸에 의해 존재양식(有)의 소멸이 있다. 존재양식의 소멸에 의해 태어남(生)의 소멸이 있다.

이어 태어남의 소멸에 의해 늙음과 죽음(老死), 슬픔, 비탄, 고통, 비애, 절망의 소멸이 있다. 이것이 괴로움의 무더기(苦蘊)의 소멸이다.’ (SN II 1-2)

느낌조차 없는 경지가 바로 열반

연기설을 우리의 수행에 직접 응용하는 것이 바로 현재 순간순간의 느낌을 바르게 알아차려, 갈애가 일어나는 싹을 끊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 더 이상 느낌조차 생겨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바로 이 삶에서 열반을 체험하는 것이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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