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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도론』 ⑮

기자명 법보신문

계율과 마음 청정이 지혜의 뿌리

『청정도론』 18장에서, 바탕(토양)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법(蘊, 處, 界, 根, 諦, 緣起)을 파악하고 질문해서 지혜를 굳건하게 한 후, 지혜의 뿌리가 되는 두 가지 청정인 계율의 청정(戒淸淨)과 마음의 청정(心淸淨)인 선정을 닦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혜의 바탕에 해당하는 교리를 이론적으로 배우는 일은 교학을 익히는 일이며, 그 과정에 동반되거나 나중에 실제적인 수행이 뒤 따른다. 계를 지켜 몸과 입을 청정하게 하고, 선정을 닦아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지혜의 몸통에 해당하는 다섯 청정에 대한 설명이 『청정도론』의 마지막 부분인 18장에서 22장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장인 23장은 지혜 수행의 유익함에 대한 논의이다. 다음은 일곱 가지 청정과 수행의 향상 단계의 일부를 대비시켜본 것이다. (6)행도지견청정(行道智見淸淨), (7)지견청정(智見淸淨)은 마지막에 설명한다.

(1)계청정(戒淸淨)은 앞서 설명한 네 가지 계를 말한다.

(2)심청정(心淸淨)은 40 가지 선정 수행의 주제(四十業處)를 닦아 근접삼매나 본삼매를 얻는 것을 말한다.

(3)견청정(見淸淨)은 지혜수행의 시작이며, 마음과 육체를 구별하는 앎(名色區別智)이다.

(4)도의청정(度疑淸淨)은 조건을 파악하는 앎(緣把握智)이다.

(5)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智見淸淨)은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대한 사유에 의한 앎(思惟智)과 발생과 소멸에 대한 앎(生滅隨觀智)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도와 도가 아닌 것을 아는 단계의 전반부이다.

먼저, 지혜의 몸통은 마음과 육체를 구별하는 앎(名色區別智)의 단계에서 시작된다. 인간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두 현상인 마음과 육체가 분명히 구별되는 지혜이다. 다섯 무더기(五蘊)을 관찰하면서, 육체·물질과 나머지 네 가지 무더기를 분명히 구별해서 보는 지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지혜가 열려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지혜가 견청정에 해당한다.

다섯 무더기를 더욱 관찰을 해나가면, 육체와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원인과 조건의 관계로 되어있다는 지혜가 생겨난다. 이 단계가 조건을 파악하는 앎(緣把握智)이며,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는 단계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현상은 육체·물질과 마음의 인과관계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더욱, 수행을 계속 해나가면, 대상이 나타났다가는 바로 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런 인식이 분명해지면, 수행자는 관찰대상인 육체와 마음은 변하고(無常), 안정되어 있지 않고(苦), 실체가 없다(無我)는 이해가 생긴다. 이 단계의 앎이 현상들의 무상·고·무아에 대한 사유에 의한 앎(思惟智)이다. 이러한 생각을 관찰하게 되면, 다섯 가지 마음의 기능(五根: 믿음, 정진, 마음챙김, 집중, 지혜)이 균형을 이루게 되며, 몸과 마음의 현상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가 사라지게 되며, 수행자는 빠르게 생멸하는 이 현상들을 모두 관찰하게 된다. 이 때, 위빠사나 수행에 따르는 10 가지 번뇌(十觀隨染)가 경험된다.

위빠사나 수행에 따르는 10가지 번뇌는 『청정도론』(Vism 633-638, 대림스님 역, 3권 269-276쪽)에 자세히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마음속에서 강한 빛을 경험하기도 하고(光明),②예리한 이해력이 생기기도 하며(智), ③강한 희열이 생기기도 하고(喜), ④몸과 마음은 아주 편안해지며(輕安), ⑤마음에서 강한 즐거운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樂), ⑥강한 신심이 생겨나기도 하고(勝解), ⑦더욱 정진을 하며(努力), ⑧흔들림 없는 마음챙김이 항상 자리잡기도 하고(現起), ⑨생겨났다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무덤덤해지며(捨), ⑩이러한 제 현상들에 대하에 미세한 집착과 욕망이 일어난다(欲求). 위빠사나 수행의 10가지 번뇌는 처음으로 위빠사나 수행만을 열심히 닦는 수행자에게만 일어난다고 하며, 이러한 번뇌는 깨달음(道)이 아니고, 지혜에 의해 파악하기 때문에 도비도지견청정(道非道智見淸淨)이라고 한다. 수행의 과정에서 얻은 좋은 경험들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좋은 경험도 생겨났다 사라지는 현상인데, 하물며 다른 좋지 않은 법은 말할 것도 없다.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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