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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송 휘종의 ‘문회도’

기자명 법보신문

그림으로 본 송대 다회의 극치

<사진설명>송 휘종의 문회도.

입춘(立春)이 지나더니 봄빛이 완연하다. 옛 날 시인 묵객들은 봄빛 따라 탐매(探梅)하는 여유(餘裕)도 있었건만, 이제는 이런 풍류 듣기도 어렵다. 종병(宗炳 375~443))의 와유 산수(臥遊山水)이후 자연합일(自然合一)을 꿈 꾼 것이 서화첩(書畵帖)으로 남아 있어, 탈속(脫俗)을 기망(期望)한 이들의 여운(餘韻)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부터 올 3월 25일까지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대관 특별전”을 개최하여 북송 시대 서화(書畵)와 여요(汝窯), 송판도서(宋板圖書)를 전시하고 있다.

세계의 회화 연구자는 물론, 서화에 관심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탓으로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뜨거웠다. 특히 이번 전시품 중에 송 휘종(徽宗 1082~1135) 문회도(文會圖)는 당시 궁중 생활양식을 세부적으로 묘사했다는 점 이외에도 귀족들의 다회 규모와 탕법, 격식 등을 살펴 볼 수 있는 중요 자료이다. 화면 하단에 차를 준비하는 광경이 묘사 되어 있는데, 숯불을 피운 풍로, 탕수를 담은 다병(茶甁)을 비스듬히 놓아두어 물이 식는 것을 예방하려는 듯 그 옆으로 도람(都籃)이 놓여 있다. 두 쪽문 가운데에 반쯤 열린 문 틈 사이로 찻잔으로 쓰임직한 잔들이 겹쳐 놓여 있으며 이 층 구조로 되어 있다. 긴 다리 탁자 위에는 검은색 차받침이 놓여있으며, 이미 차를 다 준비한 듯, 받침을 받진 찻잔들이 서너 개 쯤 준비되어 있고 다동(茶童)인 듯한 미소년(美少年)은 열심히 둥근 통에서 차를 뜨고 있으며, 그 옆의 소년은 침착하게 찻잔을 받으려는 듯 두 손을 내밀고 있다. 중앙에는 흔연한 모습으로 담소하는 사람들과 꽃병들, 풍성한 성찬(盛饌), 시중을 드는 여인이 술잔을 들어 올리려는 듯 조심스런 표정이 역역하다. 아마 송대의 문사들의 모임에서는 술도 함께 즐긴 듯하다. 받침이 검고 잔이 넓어 보이는 것은 차일 것이요, 흰 받침에 볼이 좁아 보이는 잔에는 술을 담은 듯. 연회가 방금 시작되었는지 이미 잔을 받은 사람, 잔을 받고 있는 사람, 가지런히 놓인 수저와 젓가락이 원래 놓인 그대로이다. 상단에 검은 빛의 거문고가 준비된 것을 보면 문회에서는 음식과 술, 차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가 보다. 락락(樂樂)한 문회(文會)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이 문회도의 주인공이었을 휘종(徽宗)은 차의 애호가이며 문인적(文人的) 취향(趣向)이 강한 인물이었다. 문예에 밝았던 그는 차를 연구하고 즐기던 여가(餘暇)에 《대관다론》을 지었다. 송대의 차는 휘종이전인 태종 태평흥국2년(977)에 이미 황실에서는 전운사(轉運使)를 파견, 북원(北苑)의 공차(貢茶)를 감독케 하였으며, 이후 단차(團茶)는 더욱 정미(精微)해졌다. 특히 건안(建安)지역에서 생산되는 용봉단(龍鳳團)은 극품의 대명사이었다. 정위(丁謂)와 채양(蔡襄)에 의해 만들어진 대단용봉병(大團龍鳳餠)과 소용단(小龍團)이 출현 될 만큼 최상품의 차품이 생산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천하의 명품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 의해 빛이 나게 마련. 송대의 귀족, 문사들은 바로 이런 안목(眼目)을 갖춘 차인이었으며 역사적으로 차 문화가 가장 발달된 시기이었다. 그 중심에 휘종이라는 황제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후(死後), 중국의 차 문화가 실제적인 쇠퇴(衰退)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우연(偶然)만은 아니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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