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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구양수와 『집고록발』

기자명 법보신문

구양수가 전한 다신(茶神) 육우의 기록

남녘의 매화 소식, 담담하더니 산책 길가에 핀 노란 산수유가 별처럼 곱다. 양지 쪽 진달래도 배시시 수줍은 듯 발간 볼이 더욱 붉어졌고 냉이랑 꽃다지도 제법 봄기운을 머금었다. 답청(踏靑)이라도 떠나야하나 아직은 이른 춘삼월(春三月), 공연히 마음만 분주하다.

얼마 전 ‘대관(大觀)’ 특별전 자료를 뒤적이다가 황급히 수첩에 필사해 온 송(宋) 구양수(歐陽修)의 『집고록발(集古錄跋)』을 정서(正書)하였다. 『집고록』은 말 그대로 “옛 일을 모아 발문(跋文)을 붙인 것”으로 긴 두루마리 축으로 되어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당시 차 상인들의 육우에 대한 신격화(神格化)와 다경(茶經)저술이 차 문화에 기여한 공적에 대한 평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구양수(歐陽修1007~1072)는 송을 대표하는 문인이요, 정치가이었으며, 사학자이다. 사천성 면양 출신으로, 지방관이었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숙부 구양엽(歐陽燁)의 집에서 자랐던 그는 모래 위에 갈대로 글씨 쓰는 연습을 했다고 전해질만큼 곤궁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당대(當代) 대표적인 시인 매요신(梅堯新 1002~1060)과 절친하였으며,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한사람으로 〈붕당론(朋黨論)〉과 〈취옹정기(醉翁亭記)〉, 『신당서(新唐書)』를 지었으며, 그의 문장은 후대까지 칭송되고 있다.

한편 이 『집고록발(集古錄跋)』은 이미 『신당서(新唐書)』를 저술할 만큼 기사(記事)의 검증에 확실한 식견(識見)이 있었던 구양수의 저술이란 점이다. 그는 “『육문학전(陸文學傳)』에 자전(自傳)한 제(題)에 이르기를 이름은 우(羽)요 자(字)는 홍점(鴻漸)이라고 하였고 어떤 사람은 이름이 鴻漸이요, 字는 羽라 했으나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모르겠다.

그렇다면 자전(自傳)한 것만 하겠는가. (陸文學傳 題云 自傳而曰名 羽 字 鴻漸 或云 名 鴻漸 字 羽 未知孰是 然則豈其自傳也)”라고 하여 다경(茶經)을 저술했던 육우의 호(號), 명(名)에 대한 이견(異見)은 이미 이 당시에도 각 설(各說)이 분분(紛紛)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양수의 태도는 분명하고 신중(愼重)하여 육우의 자전(自傳)에 의거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또한 그는 “중국의 차 문화에 대한 기록은 이미 위진(魏晉)으로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세상에서 차를 말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육우를 근본으로 한다. 대개 차에 대한 저술은 육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茶載前史 自魏晉以來 有之 以後 世言茶者必本鴻漸 盖爲茶著書自羽始也)는 자신의 견해를 확신하고 있으며, 육우의 다경 저술이 중국 차 문화사에 기여한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차 문화는 육우에 의해 정립되었다는 설은 이미 정설이 된지 오래지만 이 기록을 통해 이 당시의 일반적인 인식(認識)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음다(飮茶)풍속은 이미 투차(鬪茶)가 일반화되었을 정도이었고 차를 파는 가게가 흔했던 시기이다.

“지금 세속(世俗)의 차를 파는 가게에서만이 흔히 옹기로 만든 인형 하나를 모셔 놓고 이것을 육홍점(陸鴻漸)이라 한다. 차를 마시는 손님이 적으면 차를 이 소상(塑像:옹기로 만든 인형)에 부으며 장사가 잘 되기를 빈다.(只今俚俗賣茶肆中 多置一甕偶人云是陸鴻漸 至飮茶客 稀則以茶沃此偶人 祝其利市)”고 하여 차를 팔아 생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고 차를 파는 가게에서 육우의 소상을 모셔 놓고 자신들의 소원을 빌만큼 육우의 위상은 이미 다신(茶神)으로 추앙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차를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육우를 신격화(神格化)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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