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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신통을 보인 정광 선인

기자명 법보신문

선인 비방한 비구들 참회시키려 이적 보여
맹목적 인욕은 고행…자비가 근간 이뤄야

 깨달음을 이루시기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6년간 극심한 고행을 감행하셨다. 6년 고행을 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은 ‘익지도 않은 박을 꼭지를 끊어 햇빛 가운데 두면 누렇게 시들어 살이 마르고 껍질이 쭈그러지며 조각조각이 따로 떨어져 마른 두골과 같아’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늑골이 서로 멀리 떨어져 오직 껍질이 싸고 있을 뿐 마치 마구간이나 혹은 양의 움막 위에 서까래가 붙어 있음과 같아’ 여위었기가 차마 살아있는 사람이라 하기 어려웠을 정도였음을 경전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행은 깨달음의 완성을 이루는 길이 아니었다. 부처님은 오히려 극심한 고행을 단호히 경계하시며 “몸을 잘 간수하라”는 가르침을 남기셨다.

 그렇다면 음해를 받거나 구타를 당하거나 심지어는 몸이 잘리는 핍박을 받더라도 묵묵히 이를 견뎌내며 미움이나 원망의 마음을 비록 내지 않아 인욕을 행하더라도 부처님께서 경계하신 고행의 오류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인욕과 고행의 경계는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은 인욕이 헛된 고행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의문의 실마리는 역시 경전에서 찾을 수 있다. 『잡보장경』을 살펴보면 ‘구가리’라는 사람이 사리불존자와 목련존자를 비방하게 된 인연담이 나온다. 사리불존자와 목련존자가 전생에 아직 범부로 있던 시절 “벽지불이 옹기장이 여자와 음행하였다”는 비방을 퍼뜨린 적이 있었으며 그 업으로 인해 지금 그와 같은 비방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여기에 한 말씀 덧붙여 정광(定光)이라는 선인의 전생담을 이야기해 주셨다. 정광 선인이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곳을 지나가던 어떤 부인이 비바람과 추위를 만나 피할 곳을 찾다가 정광 선인의 수행처로 들어와 하룻밤 머물다 이튿날 떠나게 됐다. 정광 선인의 숙소에서 여인이 나오는 것을 본 비구들은 “정광 선인이 저 여인과 음행을 했다”며 그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정광 선인은 이런 비구들을 보고는 그 비방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지옥에 떨어질까 염려하여 나무 높이의 허공으로 몸을 띄워 허공에서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정광 선인의 신변을 본 선인들은 정광 선인이 청정한 수행자임을 깨닫고는 깊이 참회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500 비구들은 지옥에 떨어지는 중죄를 면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해주시며 “보살은 큰 방편이 있으므로 그는 진실로 중생들의 선지식이 되는 것이다”고 가르침을 주셨다.

 욕됨을 참기만하고 그것을 자신의 수행으로만 삼는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타인에 대한 자비심을 잊는다면 그것이 인욕은 될 수 있을지언정 인욕바라밀이 되기는 부족하다. 그러니 ‘인욕’을 행하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중생에게 미칠 해악을 외면하거나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의 죄업을 측은히 여겨 구제하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욕이 되기는커녕 고행의 늪에 빠지는 오류가 될 것이다. 인욕과 고행을 가름 짓는 하나는 오직 타인을 향한 자비심, 나아가 그가 타인이라는 생각조차 없는 한량없는 자비심인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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