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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에서 돈오법 설한 혜능을 만나다

기자명 법보신문

중국 선종(禪宗)사찰 순례기

7. 남화선사(南華禪寺)·국은사(國恩寺)

<사진설명>조계문은 혜능 스님의 행화도량인 조계산 남화선사에서 육조의 돈오법을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혜능 스님이 육조단경을 설한 소관시 대감사에서 20km 가량 떨어진 광동성 곡강현 마패진에 스님이 40년 가까이 주석하며 법을 설했던 조계산(曹溪山) 남화선사(南華禪寺)가 있다. 사찰 인근이 조 씨 집성촌이었던 이유로 조계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이 때문에 남화선사를 품에 안은 뒷산과 사찰 앞을 가로지르는 냇가도 조계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오늘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이름이 혜능 스님이 주석했던 조계산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혜능 스님이 주석한 이후 조계가 선의 근원을 상징해왔음을 알고 있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 순례단에게는 실로 뜻깊은 도량이 아닐 수 없다.

조전에 육조 진신상 봉안

육조 혜능 스님의 행화도량인 남화선사에 도착하니 불이법문(不二法門)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진 패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패방을 지나면 큰 글씨로 조계라고 써 놓은 편액이 걸려있는 문이 보인다. 조계산 남화선사를 출입하는 정문에 해당하는 조계문이다. 광동성 광주시 광효사(옛 이름 법성사)에서 삭발수계 후 1년여 동안 법을 펴던 혜능 스님은 이곳 조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마음에 머물고 고요를 관하는 것은 병일 뿐 선이 아니다. 마냥 앉아 있는 것은 몸을 구속하는 것일 뿐 마음에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라며 본격적으로 돈오(頓悟) 법문을 설하기 시작했다. 그 옛날 남화선사에서 돈오 법을 펴던 혜능 스님을 떠올릴 수 있는 만남은 바로 여기 조계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계문과 보림문을 지나면 방생지가 있고, 방생지 한 가운데로 놓인 다리를 건너면 사천왕문이 있다. 그리고 그 뒤쪽으로 매화나무가 있는 마당 위에 대웅보전이 자리잡고 있다. 대웅보전은 천여 명 정도의 대중이 동시에 참배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대웅보전을 돌아 나오면 바로 잇닿아 위쪽으로 장경각이 있는데, 그 바로 아래에 천명이 먹을 공양을 지을 수 있는 높이 160cm 지름 209cm 크기의 쇠솥인 천승과(千僧鍋·1338)가 놓여 있다.

이어서 장경각 뒤쪽에 8각 5층으로 조성된 높이 30미터의 영조탑(靈照塔)이 있다. 영조탑은 본래 혜능 스님의 진신상을 모신 묘탑이었으나, 묘탑이 한 차례 훼손된 이후 진신상을 6조전으로 옮겼다.

혜능 스님이 신주의 옛 집터에 세워진 국은사에서 열반에 들자 조사를 흠모하던 소주자사와 신주자사가 서로 모시려 하면서 갈등을 빚게 되었다. 조사가 입적하고도 100일 동안을 이렇게 갈등하던 두 자사는 논의 끝에 향을 피워 향 연기가 뻗치는 곳에 모시기로 합의했고, 향을 피운 결과 연기가 하늘로 곧게 솟아 조계로 날아옴에 따라 법구를 이곳 조계산 남화선사에 모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탑이 이 영조탑이다. 탑에는 달마가 전한 법의를 비롯해 당나라 중종이 하사한 마납가사와 보배 발우를 넣었다.

영조탑 위쪽의 조전(祖殿)에 육조 혜능 스님의 진신상이 봉안돼 있다. 별도의 6조전에 진신상이 봉안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새롭게 불사를 하면서 바뀌었는지 조전에 6조 혜능 스님의 진신상과 명·청 시대에 남화선사의 중창불사를 이끌었던 단전선사와 감산선사 등신불이 함께 봉안돼 있다.

중국선종사찰순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혜능 스님의 진신상을 전각에 들어가 친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진신상은 옻칠을 하고 향을 발라 보존한 까닭에 검은빛을 띠고 있다. 납작한 코에 홀쭉하게 들어간 볼을 하고 약간 구부린 채 앉아 있는 혜능 스님의 진신상이 모셔진 우측 벽면에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이라고 쓴 금빛의 편액이 걸려 있다.

5조로부터 법을 받아 황매를 떠난 혜능 스님의 뒤를 쫓던 명 상좌가 대유령 고개에서 잘못을 깨닫고 법을 청하자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마라. 이렇게 했을 때 어느 것이 명 상좌의 본래면목인가”라는 설법에 명 상좌가 크게 깨달았다고 하는데서 유래한 화두 ‘본래면목’을 연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혜능 스님의 진신상 위로는 한 꽃에서 다섯 봉우리가 형성되었다는 뜻의 ‘일화오엽(一花五葉)’이라고 쓴 큰 글씨가 금색 천에 쓰여 있다. 6조 혜능 스님으로부터 위앙종, 임제종, 조동종, 법안종, 운문종 등 5가가 이루어진 것을 뜻하는 말이다.

200여 대중 ‘본래면목’ 참구

<사진설명>남화선사에서 수행중인 대중 스님들이 예불을 모시기 위해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인간은 도를 닦아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깨달은 성품이므로 이를 단박에 알아차리면 된다”는 혜능 스님의 돈오 법문은 멀리 조정의 황제에게까지 전해졌다. 이에 황제가 황도로 오기를 청하자, 혜능은 “나이가 많아 풍질을 앓게 되었으니, 산 속에 살면서 병을 고치고 도업을 닦아 황제의 은혜를 갚도록 해 달라”며 거절했다.

그리고 황제의 명을 받들어 조계를 찾은 중사 설간의 물음에 “마음자리를 깨치려거든 온갖 선과 악을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그렇게 하면 자연히 마음 바탕이 조용해지고 항상 고요하며 묘한 작용이 항하사 같다”고 설했다. 혜능 스님의 돈오법문에 깨달음을 얻은 설간으로부터 법을 전해들은 황제는 중흥사(重興寺)라는 사액(寺額)을 하사하고, 신주의 옛집을 국은사(國恩寺)로 고쳐 꾸미게 했다.

남화선사는 위진남북조 시대인 502년에 인도에서 온 지략삼장에 의해 건립됐다. 처음의 이름이 보림사였고, 당 중종 때인 705년에 중흥사로 바뀌었다가 2년 후 다시 법천사로 개명되었다. 그리고 송나라 초기인 968년에 남화선사로 개칭되면서 오늘까지 그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

조전을 나와 뒤쪽으로 울창한 숲 속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혜능이 세탁을 위해 주장자로 찍어 물길을 열었다고 하는 탁석천이 있다. 이 물은 지금도 약수로 마실 수 있다. 이 숲에 지략삼장기념관과 1933년 이후 주지로 살면서 수행도량의 면모를 일신해 200여 대중이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허응 화상의 기념관과 사리탑이 있다.

국은사엔 육조 부모 합장묘도

조계종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에서 40여 년 동안 법을 펴던 혜능 스님은 어느날 대중들을 모아 놓고 “마음 땅에 모든 종자를 머금었다가/ 단 비에 모두 싹이 돋는다/ 꽃의 실을 몰록 깨달으면/ 보리의 열매는 자연히 맺으리”라는 게송을 읊고, “그 성품은 둘이 없고 그 마음도 그렇다. 그 도는 청정하고 여러 형상 또한 없다. 그대들은 깨끗하다고 보지도 말고 그 마음을 비우지도 말라. 이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또 잡을 수도 없다. 그대들은 제각기 노력하되 인연을 따라 잘 가거라”하며 법을 펴는데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문인들에게 법을 펴는데 노력할 것을 당부한 혜능 스님은 신주의 옛집인 국은사에 탑을 세우게 하고는 탑이 완성되자 국은사로 옮겨 가사를 수하고 열반에 들었다.

국은사 폐방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대웅전과 육조전, 기념당 등의 전각이 있다. 육조의 부모 합장묘가 있는 게 특이하다. 육조전 벽면에는 육조단경을 붓글씨로 써서 여러 개의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았다. 그리고 기념당에는 혜능 스님이 홍인 스님에게 법을 받는 장면을 비롯해 육조단경 강좌 장면 등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육조의 일대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광동성 조계산=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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