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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과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세계적인  찬사 속에
기독교적 ‘구원’ 이슈화
불교도 냉소적 태도 벗어나
적극적인 배려-유치해야

최근 우리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밀양’. 개봉 15일도 채 안 돼 100만 관객 돌파라는 보기 드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 영화로 인해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인이 ‘구원’과 ‘용서’라는 기독교적 화두를 들게 됐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발길을 돌린 신애. ‘미망인’이라는 위축감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부를 부풀려 말합니다. 그의 허풍에 누군가는 미망인의 아들을 유괴해 살해하지요. 연이어 터진 비통을 견디지 못한 신애는 교회를 찾아가 신을 받아들이지만 다시 비난하고 맙니다. 유괴 살인범을 용서하겠다고 교도소를 찾아갔건만 그 죄수는 평화로워보였는데, 옥중에서 ‘하나님’을 만나 회개함으로써 용서를 받았기 때문이랍니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신애의 분노는 죄수 뿐 아니라 신에게까지 가고 맙니다.

아들 잃은 슬픔에 신을 찾고, 신에 의지해 분노를 삭이고 죄인을 용서 하려 했던 그녀가 다시 신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관객은 이 순간 구원과 용서는 과연 누가 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따라가며 진정한 구원과 용서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죄수, 신애, 신 이 삼각구도 속에서 도출된 구원 문제를 불교는 어떻게 바라볼까요? 우리는 신도, 죄수도 아닌 신애에 초점을 맞추며 인연법에 따라 자비와 참회의 의미를 상기할 것입니다.

어쨌든 영화 한 편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기독교적 ‘구원’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영화계를 들여다보면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도 참 많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명작 중 한 편이지요. 하지만 교계의 영상매체를 통한 포교인식은 아직도 낮은 듯합니다.

지난 해 공중파 드라마로 방영된 추석 특집 ‘등신불’을 기억하실 겁니다. 24년 만에 다시 찾아 온 등신불이어서 시사회와 함께 기자회견도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자리서 연출을 담당했던 장형일 씨의 일성이 있었습니다. 수 년 전 촬영을 위해 지방의 한 사찰을 찾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찰 일정상 부득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거절 이유가 가관입니다.

“촬영 안 된다. 우리는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대통령이 와도 안 된다.” 불교를 소재로 한 촬영이니 포교 차원에서 검토해 달라 했지만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 알아서 불교로 올 사람은 다 온다.”라는 답변이었다 합니다. 결국 촬영을 포기했다는 전언입니다.

거절도 이 정도면 단호(?)하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방송관계 사람들 만나보면 이러한 푸념을 많이 합니다. 물론 그 때마다 “어느 날 갑자기 촬영 하겠다 하면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합니다만 우리도 자문해 볼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귀찮다’식의 거절에 앞서 작품성과 배역, 감독을 살펴가며 촬영 허락 여부를 결정했으면 합니다. 영화 한 편의 울림이 때로는 선사의 일성 못지않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각 사찰에서의 이러한 작은 배려는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문화계 전반으로 작은 파문을 일게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인이 찾은 산사의 하룻밤이 소설과 시, 희곡으로 형상화될 수 있습니다. 미술인 머문 산사의 정취가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조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방송작가나 연극 연출인과 배우들에게 다가 온 산사의 일편이 때로는 ‘밀양’의 메시지처럼 전세계에게 ‘인연’이라는 화두를 던져줄 수 있습니다.

경전 속 부처님 말씀이 다양한 방편을 통해 널리 퍼져가기를 기대합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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