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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참구와 수행 경계

기자명 법보신문

용맹정진 각오로 노력할 때 의정 가능
혼침·환상에 빠져 선정으로 착각 말라

선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생겼습니다. 인도에서는 선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고, 대신 삼처전심의 도리가 있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전한 법이 바로 삼처전심인데, 그 법이 중국으로 건너와서 1700공안으로 늘어났습니다.

부처님은 참선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삼처전심이 바로 선입니다. 간화선의 화두는 알 수 없는 그것을 찾아내서 내 마음대로 써야 하고 그래서 간절하게 찾아내려는 생각을 확 잡아야 합니다. 이것을 화두의 의심, 의정, 의단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시예불 축원에서 참선자 의단독로하고, 염불자 삼매현전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 발원할 때마다 제일 먼저 하고 있는데도 보통은 그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참선하는 분들 중에 이러한 것을 알고 발심한 분들은 간화선 의정 하나 잡기 위해서 칠일 나아가 백일 용맹정진을 합니다. 그렇게 정진하다보면 의심을 내는 순간 화두가 들리게 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해야 가능한 것이지 노력하지 않고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참선자는 의단독로하고 염불자는 삼매현전하라는 말이 들리게 되고 눈이 번쩍 뜨이면서 귀까지 밝아집니다. 그때부터는 참선을 하는데 화두를 길게 잡든 짧게 잡든 아무 관계가 없으며, 생각만 내면 그 간절한 의심이 잡혀있게 되고 조금만 노력하면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그 후로 가행정진을 하다보면 동정일여가 되는 것입니다. 앉으나 서나, 가거나 오거나, 혹은 말을 하든지 누워서 잠자리에 들어도 잡혀서 떠나지 않는 상태가 바로 동정일여입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잠을 자면서 꿈속에서도 놓치지 않는다고 하는 몽중일여가 되고, 이때가 되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빈틈이 없게 됩니다.

그리고 몽중일여의 단계를 넘어서면 성성적적이 되는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성성적적의 단계에 가게 되면 달마 스님의 혈맥론 한 구절만 들어도 가히 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에 든다는 말은 공부를 제대로 한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 그렇게 죽자고 정진해온 것입니다. 성성적적의 단계에서 한 단계 올라서면 확철대오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보이지 않는 그 마음을 딱 찾아서 거리낌없이 쓸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행정진을 하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제일 먼저 졸음입니다. 수마는 최고의 마구니로, 화두나 망상 등 무엇이나 잡아 먹어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냥 한 생각 딱 내면 끊어진다고 하는 분들이 있으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평생을 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젊었을 때부터 몰아 붙여야 잡히는 것입니다. 수마에 이어 무서운 것이 혼침입니다. 대부분이 혼침에 빠져서는 선정에 들었다고 큰소리 치고 있는데, 몸도 마음도 혼미한 혼침에 빠져서 선정에 들었다고 착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간화선 수행자들은 이점을 특히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환상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자기에게는 보인다면서 특별한 경지에 이른 듯한 착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또 확철대오 하지 못하고 이렇게 혼침과 환상에 빠진 분들이 참선을 오래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을 가지고 아는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분들은 막상 그것을 잡아다 쓰려고 해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확철대오를 위한 정진도 좋지만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일들을 경계하는데도 게을러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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