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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여름불교학교 열지요”

기자명 법보신문

사단법인 동련 최미선 사무국장

“부채가 모자라다구요? 몇 개 더 필요하십니까? 곧 보내겠습니다.”

“어린이 티셔츠는 두 벌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필수입니다.”

“물놀이 하는 계곡에 깊은 곳은 없나요? 늘 가던 곳이어도 법회 전날 한 번 더 점검해야 됩니다.”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문의는 모두 어린이법회나 어린이 불교학교관련 내용. 수화기를 놓을 새가 없이 업무 삼매에 빠져 밥 때를 놓친 사단법인 동련 최미선(40·대지혜) 사무국장. 직원들의 아우성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식은 밥을 먹는 그녀이지만 꼬마부처들에 대한 잦은 문의가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20년째 휴가 대신 어린이 법회

“주말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여름불교학교 원정대를 떠납니다. 한 달간 전국을 누비는 대장정이지요. 어린이 법회 개설을 희망하는 변두리 소규모 사찰을 우선순위로 열다섯 곳의 사찰을 찾아갑니다. 힘들지 않느냐고요? 신명나게 어린이 법회의 즐거움을 보여줘야죠.”

여름불교학교 준비로 20년 째 여름휴가가 없는 최 국장. 어린이법회 자료집과 애니메이션 CD가 한가득 쌓인 책상 뒤로 기타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녀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기타를 둘러메고 해맑게 찬불동요를 노래하는 소녀다.

“지금도 연수회에 가면 스님들께서 손을 턱 잡고 말씀하세요. 제가 참여했던 ○○회 어린이지도자 연수에서 노래를 배웠다며 반가워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걷는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감동에 빠지곤 해요.”

부산 영도 출생인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곧잘 찬불가를 흥얼거리며 할머니 손을 잡고 갔던 태종대 입구 관음정사에 살다시피 했다. 절이 그렇게 편안하고 좋았단다. 타고난 불연 탓일까. 1986년 1월 그녀는 대각사 불교학생회를 거쳐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어린이 포교에 뛰어 들었다.

그녀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노래. 찬불동요를 부르기 위해 피아노도 기타도 선배들의 어깨 너머 배웠다. 기타를 들고 앉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법회에 집중하던 어린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고. 3개월 간 그룹사운드 ‘해탈’에서 키보드를 맡으면서 소위 음악을 듣고 바로 악보를 그릴 만큼 음악 실력도 향상됐다. 늘 찬불동요에 갈증을 느꼈던 그녀는 운문 스님의 찬불가 책에서 새로운 환희심을 맛봤고 찬불가라고 하면 무조건 악보를 수집해서 노래하고 연주하고 또 노래했다. 직접 곡도 쓰고 가사를 붙이던 그녀의 찬불동요에 대한 사랑은 노래동아리 ‘소리공양’으로 이어져 7년 동안 전국에 찬불가와 찬불동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뿐이랴. 중앙승가대학교에서 보육학과 1기를 졸업하고 청소년지도자 1급 자격은 물론 어린이들에게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배우다 보니 태권도, 웅변, 미술도 곧잘 한다. 주말엔 거제도에서 진해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발로 뛰며 어린이 포교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녀가 어린이법회를 시작할 당시는 막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가 창립되던 때라 어느 때보다 어린이법회가 많이 열렸다.

그렇게 꼬마부처들이 좋아 어린이법회만 소위 죽어라고 좇아다닌 그녀에게도 5년이 지나자 시련이 찾아왔다.

“가깝던 친구들이 멀어지고 법회에 진력하던 선배들이 결혼을 하자 한 사람, 두 사람씩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최후의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 절이었어요. 번뇌가 몰려 올 때마다 108배를 했죠. 진정 이 길이 부처님을 위한 길인지 제가 이생에 몸과 마음을 걸어야할 길인지 묻고 또 되물었어요. 매일 절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마음에 평정이 깃들군요.  그리고 문득 나를 돌아보면 어느 새 제가 또 어린이들 앞에 서 있지 뭐에요.”

시련은 108배로 극복…동련 산파
 
그녀는 남편 이동원 씨도 어린이법회 지도자 활동을 하면서 만났다. 1994년 결혼해서 오늘 날까지 미운정이 든다는 부부싸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불심으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의 믿음에 다툼은 있을 리 만무. 현재 부산불교신도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 씨는 지난 2005년 아내의 찬불동요집 『참 고운 벗들에게』를 직접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제 막 태어난 두 아들을 연수회에 업고 왔었다니 지극정성이다. 두 아들은 건강하게 자라서 현재 12살과 10살이 됐다.

대불어 최초의 유급직원으로 활동했던 그녀는 대불어가 가장 전성기였던 2002년 초, 미련 없이 후배들에게 사무국장의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 적도 있다. 그리고 3년 동안 아해나라어린이집을 이끄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 사이 대불어도 변화를 겪었다. 대불어와 부산불교어린이지도자회가 통합됐고 새로운 차원의 활동이 요구되고 있었다.

대각사에서 어린이법회를 지도할 당시부터 정신적 스승이 되어 준 관음사 주지 지현 스님이 2005년 대불어 회장을 맡으면서 그녀는 사무국장의 자리를 다시 맡았다. 호주 유학파인 정일훈 씨도 어린이 포교를 위해 귀국했다. 그리고 1년 만에 대불어, 어린이교육연구소, 대한불교교사대학을 아우르는 사단법인 동련이 출범된 것이다.

뇌 질환 극복… 어린이회관 건립 ‘꿈’

법인이 출범하고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가 창립 20주년을 준비하던 시기, 2006년 9월 그녀에게 불현듯 병마가 닥쳤다. ‘비 파열성 뇌동맥류 질환’. 고(故) 김형곤 씨가 돌연 세상을 등졌던 질병이다. 뇌혈관이 부풀어 올라서 터지면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평소 찾아오던 두통을 참으며 어린이 포교에 매진하던 그녀는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고 그날 바로 수술대 위에 누워야 했다. 부처님의 가피로 다행히 뇌혈관이 부풀어 올랐을 때 발견해 조기에 치료할 수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녀는 병상에 누워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 눈앞에 아른거리는 어린이들 때문에 업무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참 좋아하는구나. 병원에 있으면서 제가 이 일을 참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아픔은 제게 어린이 포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일깨우는 또 하나의 자극이 됐죠.”

법인 출범 3년 째.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구연동화모임,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 대한불교교사대학, 어린이불교연구소로 활동이 구분 돼 있지만 여러 가지 업무가 중복되는 실정. 닦아야할 자갈길이 멀다.

“씨를 뿌리는 시기입니다. 내년이면 각 파트별로 정착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비록 우리는 비 포장된 도로를 달려 왔지만 이 자리가 후임자들에겐 포장된 탄탄대로이길 바랍니다. 좀 더 큰 바람이라면 1년 365일 어린이들이 와서 뛰어 놀 수 있는 어린이 회관이 들어서길 발원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힘들다, 어렵다 말할 시간이 있나요. 열심히 달려야죠.”

지금은 씨를 뿌리는 시기라고 말하는 그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남편의 아내로서, 이 땅에 어린이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서 연꽃왕관을 쓴 원더우먼이 떠오른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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