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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마곡사’는 없나

기자명 법보신문

‘공금-개인 돈’ 구분이나 하나
사찰 재정 공개 안 한다면
구상권 등 법이라도 강화해야
사부대중으로부터 인정받아

조계종 본사인 마곡사 주지 진각 스님이 ‘국고횡령 및 말사주지 품신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6300만원을 구형 받았습니다. 선고공판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9월 14일 선고가 내려지더라도 현 구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교구본사에 대한 최초의 압수수색이라는 불명예까지 감수해야 했던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주지 스님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구형과 선고의 강도를 떠나 “본사주지 임기가 많이 남은 피고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변호측 변론은 무색하게만 들릴 뿐입니다.

이번 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일부라 하지만 우리 불교계는 아직도 ‘공금’과 ‘개인 돈’을 분명하게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으려는 의식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검찰이 당초 기소한 내용을 보면 말사주지 임명과 관련한 5억6천여만원 수수, 문화재 보수를 위해 지급된 국고보조금 8천만을 횡령한 혐의였습니다. 재판부의 구형에 비추어 보면 말사주지 임명 관련 금품수수가 상당부분 인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진각 스님 측은 “본사를 분담금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특별불사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나중에 보자는 말이 주지직을 주겠다는 것처럼 보인 것이니 참조해 달라”고 간청 했습니다. 그러나 ‘애매한 변명’은 이후라도 받아들여질리 만무합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질까요.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찰 재정을 명쾌하게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장부상의 특별불사금 내역과 이에 따른 처리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적시하고 있지 않기에 국고보조금도 때로는 명목에서 벗어난 ‘불사금’으로 흘러들어갑니다. 특히 특별불사금 경우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으니 당연히 곱지 않은 시각에서 보면 개인이 착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냅니다.

정말 공금과 개인 돈을 분별할 수 없는 것일까요? 만약 이 조차도 구별할 수 없다면 본사주지는 물론 일체의 공직에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공금과 사금을 애써(?) 구별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 본사의 이러한 행정은 다른 본사는 물론 각 말사에도 파급됩니다. 정말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주지 스님들이 본사의 이러한 행정 업무를 따라하며 본의 아닌 과오를 범하게 되고 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 과오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 ‘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법 잣대로 가늠하기 전에 해결하려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제도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종단이 법을 많이 제정할수록 그만큼 문제가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지만 자체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법으로 규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찰재정 공개’는 이미 묻혀버린 메아리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니 잠깐 접어놓겠습니다. 대신, 참여불교 재가연대 종단자정센터가 16일 성명을 통해 제시한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종무원법과 승려법 강화, 비리 당사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등은 사찰재정에 관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근간은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소한 공금과 개인 돈을 구별하려는 노력은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보시금 받을 때만 ‘사부대중’입니까? 그 보시금 쓸 때도 사부대중을 떠올려야 합니다. 이러한 일이 터질 때 마다 “욕심을 버리라”는 승가의 일갈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감을 직시해야만 합니다. 제2,3의 마곡사 사건이 발행하지 않도록 조계종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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