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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육식에 관한 생각 (2)

기자명 법보신문

육식, 고대 사회서 美食으로 분류
‘사치’라는 비판이 금기문화 형성

초기불교는 분명 육식을 허용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부파불교에 이르러 점차 육식에 대한 부분적인 제한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대승불교에서는 특히 여래장계의 경전을 중심으로 육식을 완전히 금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인도불교의 역사에서 나타난 육식에 관한 이와 같은 입장 변화, 그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부파불교에서 나타난 육식 제한의 입장부터 보자. 현존하는 각 부파의 율장(律藏)을 보면, 육식에 대한 태도 변화가 흥미롭게 드러난다. 물론 이 시대는 초기불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기본적으로 육식을 허용하는 입장이었다. 단, 여러 가지 면에서 조금씩 제한되어 가는 경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불교승단이 당시 일반사회의 눈이나 평판을 의식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사회적 배경에 주목하게 된다.

당시의 일반사회에서 고기나 생선은 꿀이나 기름, 연유 등과 더불어 맛나고 영양가 많은 고급 음식, 즉 미식(美食)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므로 불교수행자들이 병과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미식을 먹는 것에 대해 일반인들은 사치스럽다고 비판하곤 했다. 아마도 이런 비판이 불교교단의 육식에 대한 태도 변화에 조금씩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바일제법 제39조‘색미식계(索美食戒)’는 병들지 않은 비구가 자신을 위해 미식을 구해 먹는 것을 금지하는 조문인데, 이 조문의 마지막 구절에는 다음과 같은 기묘한 기술이 존재한다. “병든 자가 아플 때〔미식을〕구한 후, 건강해진 후에 먹는 것은 무죄이다.”이것은 이 조문이 아픈 자의 병 회복이라는 문제보다, 일반사회로부터 고기를 얻을 당시 그들의 눈에 불교수행자가 어떻게 비추어질 것인가 라는 문제를 더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생육(生肉)에 관한 『사분율』의 규정으로부터도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스님이 정신병에 걸려 생육을 먹고 생혈을 마셔 병을 고쳤다. 이 사실을 전해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앞으로 이런 경우에는 숨겨진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이 기술들은 당시 불교승단을 둘러싼 일반사회가 고기를 매우 귀중한 음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자신들이 보시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수행자들이 스스로 구해 먹는 행위를 바람직하지 못하게 여기는 풍토였음을 암시한다.

또, 식용고기의 종류도 제한되어 간다. 사람, 말, 코끼리, 뱀, 개,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돼지 등의 고기가 다양한 이유로 금지된다. 예를 들어, 코끼리 고기는 왕의 재산이므로 만약 불교수행자들이 코끼리 고기를 먹는다면 왕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비판이 계기가 되었으며, 사자나 호랑이, 표범 등과 같은 맹수는 자신들의 고기 냄새를 맡게 되면 공격하는 성향이 있다고 하여 안전상 금지된다. 그런데 이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개고기의 금지에 관한 『십송률』의 기술이다. 이 율에서는“기근이 들었을 때, 신분이 낮은 천한 자들이 모두 개고기를 먹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만일 비구들이 고귀한 사람에게 가면 비난받을 행위’라며 금지하셨다”고 한다. 코끼리고기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이 다른 율에서 확인된다. 원래 낮은 계급 사람들과의 접촉이나 그들로부터의 고기 보시 등을 꺼리지 않던 불교승단이지만, 점차 강력해진 힌두문화의 영향으로 일반사회의 잣대를 의식하고 이로 인해 육식에 대한 입장에 동요가 발생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초기불교로부터 부파불교에 이르기까지 육식 허용이라는 기본 입장은 유지된다. 단, 당시 승단을 둘러싸고 있던 일반사회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여 여러 가지 규정을 추가해 갈 뿐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대승불교의 발생과 더불어 전면적인 육식 금지 및 그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계속〉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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