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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엔 스승 살고 아래층엔 도반 살죠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공동체 불자마을
경기 광주 한꽃빌리지

 “처음부터 수행하겠다고 결심하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우리 빌라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찾아오지요. 서로 음식도 조금씩 싸와서 나눠먹고 이야기도 하면서 불교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수행에 대해서도 조금씩 배우는 것이지요.”

“떡 좀 가져왔어요. 배고프면 같이 먹어요.”
“아래층 거사님이 아드님도 데리고 오셨네요.”

삼삼오오 모여드는 모양새가 동네 반상회 날이라도 된 듯 했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좌복 하나씩 펼치더니 턱하니 가부좌부터 틀고 앉는다. 정해진 자리도 없고 거추장스런 인사도 없다. 그냥 오는 순서대로, 각자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들을 데리고 온 거사님, 6살짜리 딸아이 손을 잡고 함께 온 젊은 주부, 남편과 아내 함께 온 중년의 부부는 앉을 때에도 꼭 옆에 붙어 있다.

21가구 입주민 중 타종교인 없어

이곳은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한꽃빌리지. 440여 평 대지에 3개동의 건물이 500평 규모로 조성돼 21가구가 들어서 있는 이곳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4층짜리 빌라단지다. 하지만 이곳 한꽃빌리지는 이곳 광주지역에서는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꽤나 입소문이 나 있는 ‘수행처’다.

한꽃빌리지는 처음 건설 단계에서부터 ‘불자마을, 수행공동체’로 출발했다. 신심 깊은 불자 이용하심(53) 보살이 경영하는 건설업체에서 이곳에 빌라단지를 조성해 분양하면서 처음부터 ‘불자마을’을 표방한 것. “불자들이 한 단지에 모여 살면서 신행생활도 함께하고 수행도 하면서 도반처럼 지내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한 것이다. 그러나 쉽게 분양이 되질 않아 한때 기독교계에서 인수를 검토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발원이 기특해서일까, 다행히 입소문을 타고 한두 사람 불자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더니 속속 입주한 주민들이 대부분 불자거나 혹은 별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기독교 등 타 종교 신자가 한 가구도 없다는 점은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랄수 밖에 없었다.

처음 불자마을 조성을 발원한 용하심 보살도 힘을 얻어 2006년 1월 거처를 아예 이곳으로 옮기고는 자신의 집을 수행처 삼고 이웃들을 도반 삼아 수행을 시작했다. 이웃 주민들을 집으로 초대해 자연스럽게 불교 이야기며 자신의 신행, 수행담을 들려주며 수행을 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수행모임에는 빌라 주민들을 포함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웃들까지 더해져 20여 명으로 늘어났고 매주 월요일 오후마다 불자마을 한꽃빌리지는 작은 수행 도량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굳이 누가 스승이랄 것도 없지만 20여년의 신행경력을 쌓아온 용하심 보살이 이웃들에게 부처님 이야기며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용하심 보살의 수행 도반인 자재행 보살이 대구에서부터 이곳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와 주민들의 수행 지도를 도와준다. 불교를 처음 접한 이들이 대부분이고 불자들이라도 아직 수행을 해본 이들이 없다보니 수행의 가장 기본인 바른 자세로 앉는 결가부좌가 중심이 된다. 바른 자세로 결가부좌하고 앉아 책을 보거나 염불을 하거나 아니면 불교의 교리에 대해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이들의 모습은 수행이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일상생활 속에서 함께 해야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가르침을 새삼 깨우쳐 준다.

“저는 불교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바르게 앉는 자세부터 배우기 시작했죠. 불교에 대해서도 하나둘씩 배우기 시작했고, 가부좌 하고 앉기가 힘들면 절을 하기도 해요.”

앉아있기도 불편할 만큼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박재영 거사는 이곳 한꽃빌리지로 이사 온 후 매주 월요일 오후가 되면 빠짐없이 수행에 참석한다. 불교에 대해 별달리 아는 것은 없었지만 하나 둘씩 배워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바른 자세로 결가부좌를 하고 앉으면서 관절염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서다. 요즘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들도 함께 데리고 나올 정도로 재미를 들렸다.

202호에서는 부부가 함께 온다. 지난 7월에 이사를 왔으니 아직은 새내기지만 부부가 함께 오니 이웃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다.

“처음엔 집사람만 이 모임에 나왔었는데, 한두 달 사이에 성격이 침착해지고 얼굴 표정도 밝아지더라고요. 하도 신기하고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저도 함께 오기 시작했어요. 이제 겨우 두 번째 인걸요.”

아내를 따라왔다는 남편은 아직은 본격적인 수행보다는 이웃주민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더 즐기는 표정이다. 이웃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도 알고 한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빌라주민들 말고도 이웃 마을의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하남시, 용인시에서까지 차를 타고 찾아오는데 그 가운데에는 수행을 해서 건강을 되찾아보려는 소박한 바람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허긴, 처음부터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 보겠다고 큰 뜻을 세우고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통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용하심 보살은 이런 이웃들에게 어려운 교리나 화두 참선 대신 결가부좌를 통해 바른 자세를 익히거나 절을 해서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등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수행을 권해준다.

 불교-수행  배우며 이웃 정 나눠

“처음부터 수행하겠다고 결심하고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우리 빌라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찾아오지요. 저도 이웃 사람들 볼 때마다 함께 하자고 권하기는 하지만 불교나 수행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 불러다가 화두 들고 참선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어요. 서로 음식도 조금씩 싸와서 나눠먹고 이야기도 하면서 불교에 대해서도 알아가면서 조금씩 수행에 대해서도 배우는 것이지요.”

수행공동체, 불자마을을 처음 발원했던 용하심 보살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고 하시던 만공 스님의 가르침처럼 이웃을 도반 삼고 스승 삼아 함께 의지하며 수행하는 불자마을이 되길 바라는 뜻을 담아 빌라 이름도 ‘한꽃’이라고 지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지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을 정도다.

빌라 4층에 자리 잡은 수행처는 오늘도 현관문이며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활짝 열린 문으로 걸림 없이 불어 들어온 바람이 늦여름 막바지 더위도 잊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은 20여 명의 도반들을 시원하게 어루만진다. 그래서인가. 수행마을 한꽃빌리지를 감싸고도는 바람 그 끝자락엔 청아한 수행의 향기가 한꽃 가득 머금어져 있었다.
 
경기 광주=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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