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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포교에서 법당 운영까지 우리가 주역이지요”

기자명 법보신문

군포교 핵심전력
준·부사관 불자회

준·부사관은 준위와 부사관을 합친 단어로 이들은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어머니’라 불린다. 부대 내 수많은 궂은일을 마다않고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자 늘 병사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생활하는 간부들이다. 그래서 사병들은 군생활 2년을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어머니처럼, 때로는 친형처럼 그들을 의지하며 보낸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백담사 만해마을 대강당에 ‘아미타불 송’이 울려 퍼졌다. 200여 명이 입 모아 외치는 장엄한 소리. 어디를 가면 이런 절절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마치 그동안 살며 겪어온 애환들이 맑디맑은 신심과 함께 ‘나무 아미타불’ 짧은 단어에 담겨 소리의 바다를 이룬 듯 하다. 소리의 바다가 밀물처럼 가슴을 때린다.

9월 4~6일 열린 준·부사관 불자 수련회는 전국 육·해·공군에서 근무 중인 준·부사관들이 그동안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군포교 현장의 많은 어려움을 ‘아미타불 송’으로 토해내며 시작됐다.

준·부사관은 준위와 부사관을 합친 단어로 이들은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어머니’라 불린다. 부대 내 수많은 궂은일을 마다않고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자 늘 병사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생활하는 간부들이다. 그래서 사병들은 군생활 2년을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어머니처럼, 때로는 친형처럼 그들을 의지하며 보낸다.

9월 4∼6일 합동 수련회…포교 다짐

그들은 주변부대로 보직이나 자리를 옮길 수는 있어도 장교들처럼 소속 부대를 바꾸며 이동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부대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군법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군생활 경력이 30년이 넘는 원사급의 부사관들은 소속 부대의 군법당에 누구보다도 큰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길어야 2년이면 다른 부대로 떠나는 군법사보다도 더 오랜 시간 그 군법당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법당이 없는 최전방 부대나 장기간 배 위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해군과 같은 경우 준·부사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군법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들은 법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나 백령도 같이 군법사가 오기 힘든 도서지역은 저희가 나서서 사병들의 신행활동을 챙깁니다. 간단한 법회를 집전하고 부사관들이 십시일반한 돈으로 마련한 초코파이를 사병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죠. 길면 몇 달씩 배 안에 있어야 하는 함정 내에서도 저희가 간단하게나마 법회를 집전하고 있습니다.(해병대사령부 이선웅 원사)”

하지만 군포교의 중요성을 논하며 그에 필요한 정책을 얘기할 때 장교와 병사들에 대한 담론은 있었어도 준·부사관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군종교구장 일면 스님은 “군법사의 능력에 군포교를 맡겼던 예전이나 군종교구가 설립된 이후나 장교들과 병사들만 군포교의 대상이었을 뿐 준·부사관들은 너무 소외돼 있었다”며 “그러나 군포교에 있어 누구보다 중요한 집단이 바로 준·부사관”이라고 말한다.

준·부사관 불자회를 이끌고 있는 이강수 회장은 군법당 내에서 겪어왔던 애환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한다.

“법당을 찾는 장교들은 주기적으로 바뀌죠. 장교가 바뀔 때마다 법당의 모습이나 분위기도 바뀝니다. 꾸준히 법당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군법당에 안정감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수밖에요. 뭔가 자리 잡을 만하면 바뀌고, 할 만 하면 바뀌고…. 또 군법당 내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하나 둘씩 법당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기고, 마지막에는 본인도 지칩니다.”

하지만 이들은 군포교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군포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생각은 매년 전군 400여 명에 달하는 불자 준·부사관의 절반 이상이 준·부사관 불자 수련회에 모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군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다. 그들은 군생활의 마지막을 군포교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밑이 없는 독항아리에 물을 부어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이젠 군포교가 군종교구를 중심으로 조금씩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군포교에 일조해야죠. 후배들이 군불교를 통해 참된 가르침을 접하고 군생활에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군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1군 지회장 윤상윤 원사)”

군법당 붙박이…30년 베테랑 즐비

준·부사관 불자 수련회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당시 준·부사관 불자회가 처음 창립됐지만 3년이 지나도록 임원진조차 없이 표류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제3회 수련회에서 처음으로 이강수 회장을 필두로 한 현 임원진이 구성된 것이다.

“사실 1, 2회 대회는 처음으로 전군의 불자 준·부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 이외 큰 의미는 없었어요. 지난해부터 자율적으로 군포교와 우리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때 각자의 의견를 모아 불자회 임원진도 구성하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들 입장에선 준·부사관 불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된 올해가 ‘대한민국 육·해·공군 준·부사관 불자회’의 첫발을 내디딘 해가 되는 셈이죠.”

이강수 회장의 말처럼 이들은 군불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1년간의 장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올해 회칙의 초안을 만들어냈다. 이번 수련회 기간 동안에는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회칙을 최종 완성시켰다.

회칙에 따라 회원들로부터 매월 1만 원의 회비를 걷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틀도 만들어졌다. 또 국군직할부대, 1군, 2군, 3군, 육군, 해군, 공군 등 총 7개의 지부를 구성했고 그 산하에 지역별 분회도 뒀다.

“불교는 기도하는 종교가 아니라 수행하는 종교잖아요. 입으로 떠드는 종교가 아니라 발로 뛰고 몸으로 실천하는 종교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군포교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강수 회장은 실천하는 군포교를 위해 △불법 생활화로 군 정신전력 강화△법회활동 동참 생활화 △군불자 조직 활성화 등을 기반으로 하는 ‘준·부사관 불자회 비전’를 선포했다.

이 회장은 “전국의 준·부사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이런 수련회가 매년 개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수련회에서 각 부대의 법회 노하우 등을 서로 배우는 한편 지역 순회법회도 추진해 지회별 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면 스님도 “준·부사관들이 사기를 높여 군포교에 나서준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7개 핵심 군법당에 운영위원회를 두고 운영위원들 중 모범이 되는 일부를 선발해 해외 연수의 기회도 부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회칙 마련…올해는 포교 원년

군불교 관계자들은 준·부사관 불자들이 자리를 잡아준다면 교구, 장교와 함께 군포교의 3대 축을 형성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소리 높여 외친 ‘아미타불 송’에 그들이 지금껏 가져온 애환이 담겨있다면 내년에 다시 부를 ‘아미타불 송’에는 군불교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지 않을까. 내년에는 희망이 잔뜩 묻어난 소리의 바다가 더 크게 우리의 가슴을 요동치게 할 것이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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