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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육군 28사단 호국 광명사

기자명 법보신문

블로그 법당으로 신세대 장병과 통하다

<사진설명>육군 28사단 호국 광명사 최원철 법사와 불자 장병들. 최원철 법사는 라디오 방송을 듣는 듯한 친근한 법회와 인터넷 블로그를 활용한 신개념 포교를 펼치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호국 광명사(주지 최원철)의 일요법회는 조금 낯설다. 법회의 시작부터 최원철 법사는 병사들과 같이 찬불가를 부르고 병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염불을 리드한다.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는 최 법사의 염불소리에 맞춰 장병들도 쉽게 반야심경을 비롯한 석가모니 정근을 따라 하는 것이다. 일부 법당에서 느껴지는 귄위나 위압감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장병들에게 법당의 부처님과 법사는 친형과 같은 존재였다.

싸이월드 인기 블로그 중 하나

최전방 중서부전선을 책임지고 있는 28사단의 호국 광명사는 기존의 군포교와 다른 새로운 전략으로 신세대 장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 법사가 실천하고 있는 신개념 군포교의 코드는 장병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편안함’이다. 호국 광명사는 장병들에게 가장 익숙한 아이템과 장병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을 활용해 장병들이 스스로 법당에 찾아오게 만들고 있다. 호국 광명사의 일요법회에 참석하는 인원은 평균 100여명. 매주 200㎡(60여 평) 남짓한 작은 법당에는 장병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최 법사는 매주 일요법회 법상에 오르면 품속에서 원고를 꺼내든다. 그리고 법문에 앞서 법회 참석자들이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부터 묻는다. 마치 법회가 아닌 라디오 방송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오늘 법문을 여는 글은 제 사형이 쓴 시예요. 제목이 재밌어요. ‘똥을 누다가’(웃음).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느낀 단상들을 정리한 글인데요. 항상 깨끗하게 단장하고 제법 괜찮은 외모를 가졌어도 몸속에는 갖은 오물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화장실에서 새삼 깨닫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글에서 내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생각하고 항상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 법사는 늘 법문을 여는 글과 법문주제, 법문을 마치는 글을 준비해 일요법회를 진행한다. 웃음 가득한 천진한 얼굴에 낭랑한 목소리가 능숙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 같다. 그런 편안함과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일까. 고된 군생활로 법당에 앉은 장병들이 졸음을 이기지 못할 법도 하건만 호국 광명사에서 졸고 있는 장병을 찾아보기 는 힘들다.
“늘 새로운 주제로 법회를 진행하세요. 항상 준비된 법문으로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간단명료하게 주제를 전달해 주지요. 법사님께 느껴지는 편안함도 편안함이지만 법문의 내용도 신선합니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지요. 일요법회는 저에게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다음 주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기철호 예비역 원사)”

“어릴 때부터 법당을 다녔는데 광명사의 법회는 다른 법회나 법문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법사님의 법문을 듣다보면 병영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헌병대대 이정구 상병)”

호국 광명사의 최대 장점은 법사와 장병들이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것. 최원철 법사는 자신의 싸이월드 블로그를 군포교의 전진 기지로 삼고 있다. 최 법사의 블로그에는 신세대 장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각종 아이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수준급의 사진들과 최 법사의 감성이 잔뜩 묻어나는 스크랩들, 장병들이 좋아할만한 동영상들이 가득 담겨 있다. 최 법사의 블로그를 찾은 장병들과 불자들은 지금까지 1만 7377건의 아이템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실어 날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 법사의 블로그는 싸이월드 인기 블로그 순위에 수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디오 방송같은 친근한 법회

블로그는  법사와 군종병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매개체로도 활용되고 있다. 블로그 곳곳에서는 최 법사와 함께 하고 있는 각 부대 군종병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최 법사는 군종병들의 사진에 ‘너희들이 나의 이유’라고 이름 붙여 놨다.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단다. 그들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블로그 곳곳에는 군종병에 대한 최 법사의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최 법사의 관심에 군종병들은 댓글로 존경을 표한다. 최 법사의 블로그 메인 페이지에는 ‘우리 사단에서 제일 멋지고 잘생긴 법사님’이라는 칭송의 글부터 ‘법사님과 함께 열심히 호국 광명사를 밝히겠다’, ‘전역하는 그날까지 법사님과 함께 하겠다’는 충성 서약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28사단 군포교의 힘은 최 법사의 블로그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블로그의 또 다른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법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매주 작성한 설법문안들이 항상 공개돼 있다는 점이다. 2002년 8월부터 블로그에 차곡차곡 모아둔 설법문안은 지금까지 270여 건에 달한다. 또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내려 받아 볼 수 있다.

호국 광명사는 법회 후의 광경도 뭔가 틀리다. 다른 군법당의 경우 법회가 끝나고 나면 한 줄로 늘어서서 음료수와 초코파이를 하나씩 배급받는다. 장병들은 법당 안팎에서 귀대 차량을 기다리며 초코파이를 먹는다. 법회가 끝나고 귀대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법회 후에는 바로 귀대하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몇 십 년을 이어온 군법당의 전형적인 일요법회 모습이었다.

하지만 호국 광명사에서는 일요법회가 끝나고도 한참이 되도록 군화끈을 묶는 장병을 찾기 힘들다. 법당 입구에 초코파이 박스를 쌓아놓고 기다리는 군종병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커다란 국통에 장국과 소면을 준비해 놓고 대접 한가득 국수를 말아주고 있는 군종병의 생소한 모습만 있을 뿐이다. 호국 광명사의 일요법회 시간은 장병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음껏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호국 광명사에서는 1980년대부터 일요법회를 찾은 장병들에게 국수 공양을 하고 있다.

국수로 고향 그리움 위로

<사진설명>호국 광명사에서 국수 공양을 들고있는 불자 장병들.

불자들에게 ‘군포교=초코파이’의 등식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군포교=초코파이’의 등식은 항상 옳은 선택이 아니다. 이미 이웃종교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치킨, 피자, 햄버거 등의 먹거리로 장병들을 유혹하고 있다. 장병들이 부대에서 먹기 힘든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 교회로, 성당으로 발길을 돌리는 동안 불교계는 초코파이만 손에 든 채 장병들을 애타게 불러온 셈이다.

실제 이날 법회에 참석한 장병들 대다수는 “초코파이보다 쫄깃한 국수면발이 훨씬 좋다”고 답했다. 사단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창하 일병은 “언젠가 훈련병 어머니가 법당에 보시한 치킨을 먹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며 “법당에서 부침개나 햄버거 등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주에는 법당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병사들로 꽉 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법사는 “전 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군법사들은 각자 자신만의 포교 전략으로 군포교에 나서고 있다”며 “장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배려해주면서 스스로 부처님의 품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군포교도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양주=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인터넷선 법사아닌 장병들의 친구”
호국 광명사 최 원 철 법사

“군포교는 내 운명이자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어요. 이 땅을 지키고 있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기에 전 행복합니다.”

육군 28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원경 최원철〈사진〉 법사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젊은 군불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법사는 이웃종교의 가르침도 종종 법문에 인용하는 편이다. 법당을 찾아오는 장병들이 모두 100% 불자는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인들의 좋은 가르침도 우리가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군법사의 업무 중에서 법회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인격지도입니다. 장병들은 주로 부대 내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지요. 인격지도는 경전 속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그들이 건강하게 군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장병들이 앞으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군에서부터 바로 잡아주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최 법사의 인격지도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지난 10월 25일 육군본부에서 개최된 ‘제13회 3대 종교 인격지도 대회’에서 최 법사는 군법사 사상 최초로 2등 인사참모부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군종 목사들이 수상을 독차지하는 대회다.

최 법사는 “18개에 달하는 사단 내의 각 법당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민간인 성직자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법사 인력의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최 법사는 그러나 “힘들어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군포교가 내 운명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언젠가는 군종교관을 맡아 3사관학교나 육군사관학교 등지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 활용 대세…영화-명상 법회도

신개념 군포교는

각종 IT기기들이 넘쳐나는 사회 발전 속도만큼이나 군포교 현장에서도 새로운 군포교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바뀌고 있는 풍토는 컴퓨터의 활용. 일반 법당에 비해 비교적 젊은 층의 법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군포교 현장에서는 각종 법회에 컴퓨터를 활용한 다양한 포교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군포교는 이제 대세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통신보안’의 방침으로 인해 군인들의 인터넷 사용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 부대의 막사에도 일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돼 인터넷을 활용한 군포교가 가능해졌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교구장 일면, 이하 군종교구)는 현재 교구 홈페이지 내에 ‘군법당 블로그’라 할 수 있는 ‘지대방’을 운영하고 있다. 군종교구의 ‘지대방’은 전 군의 군법당이 자유롭게 이용가능한 공간이다. 일부 군법사들은 거의 모든 장병들이 이용하고 있는 ‘싸이월드’나 각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개인 블로그를 활용해 인터넷 군포교에 나서고 있다.

육군 9사단의 경우에는 인터넷 화상채팅을 활용해 장병들을 법당으로 끌어 모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9사단은 장병들이 화상채팅으로 가족이나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았다. 9사단의 성공이후 많은 군법당이 화상채팅이나 영상편지 등을 도입했다.

전방의 군법사들은 신병교육대 군불자들이나 전방의 철책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병들을 위해 영화법회를 열기도 한다. 이외에도 부산 제2보급창의 경우 명상음악을 활용한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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