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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계율은 지금 이 시대를 위한 것

기자명 법보신문

계율, 옳고 그름 판단하는 삶의 지침
지계 통해 사회문제 해결 앞장서야

십여 년 전부터 참여불교 혹은 사회참가불교(Engaged Buddhism)라는 것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 말은 불교도들의 사회적 활동을 총칭하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사회를 만들어가는 불교’를 지향하는 운동이다. 불교도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이상적인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자 하는 이 흐름을 바라보며 불교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호흡을 함께 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불교는 출가교단의 경우든 재가불자의 경우든 다른 종교인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실천을 실행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만들어가는 불교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불교도의 사회적 실천을 외치는 의식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마음 든든하다.

오랜 불교의 역사를 보고 있자면, 불교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때마다 계율은 가장 큰 변화를 겪으며 그 시대의 불교도와 운명을 같이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계율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불교도의 삶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계율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모습 속에서 올바른 생활태도를 실현시키고 보여주는 것이며,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조차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500여 년 전, 석가모니가 복잡한 인도 사회 속에서 불교라는 종교를 탄생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당시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교리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율을 도입하여 당시의 사회가 갖고 있던 눈높이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갔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 속에서 올바른 실천법을 고안하여 충실하게 실천해 갔던 것이다.

불교의 사회적 실천은 대승불교의 발생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소승불교, 즉 대승교도로부터 미천한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기존의 전통승단에서는 자신의 깨달음의 획득이 최고의 목표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 실천행인 계율 역시 자리적(自利的)인 성격이 강했다. 이와 같은 경향은 교단 내외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스스로를 대승, 즉 위대한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 자부하며 이타행(利他行)을 강조하는 대승교도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계율의 내용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대승계에서는 병자나 가난한 자를 돌보는 행위와 같은 구체적인 사회적 봉사가 제시된다. 자신의 행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타인의 행복까지 돌아볼 수 있는 마음, 이것이 대승의 마음이자 보살의 마음인 것이다. 기존의 계율을 엄수하면서도 이에 다른 중생의 행복을 위해 널리 애쓰는 보살의 정신과 실천이 가미되면서 대승은 당시의 기존승단이 안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고 큰 한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현대사회야말로 계율의 정신과 실천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불교가 변화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치관의 혼동을 느끼며 방황하고 있다. 옳고 그름조차 구별할 수 없을 만큼 해괴한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빈부격차는 나날이 심해진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연 불교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또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계율은 그 시대와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 가르침이다. 계율은 다소 금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형식적이고 자리적인 면으로 흐를 수 있다. 항상 이를 경계하고 나와 내가 속한 이 사회의 행복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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