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선염불을 수행하면 가장 처음 자성염불의 경계가 찾아옵니다.
자성염불이란 우리 내면에서 마치 녹음기나 오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실제로 염불소리가 울려 퍼지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굳이 소리 내어 염불할 필요 없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에 주의를 집중하면 됩니다.
그리하여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고 일념에서 무념의 경지를 닦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경계가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의 심령이 맑아지고 정화되면 현상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물질로 된 사물을 보는 육안(肉眼)의 경계를 뛰어넘어 신질(神質)로 이루어진 세계를 볼 수 있는 천안(天眼: 하늘의 눈)이 열리게 됩니다.
보통사람들은 잠이 들면 꿈속의 현상들에 속아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꿈을 깨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육안의 경계에서는 자신의 정신이 어디로 출입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만, 천안이 열리는 경계에서는 정신(情神)이 반쯤은 참다워져서 신질(神質: 바람이나 전기처럼 분명히 존재하지만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현상)로 이루어진 세계가 보이게 됩니다.
이 천안의 경계에서는 제 7식(七識)인 말라식(末那識)이 천상(天上:하늘세계)이나 지옥(地獄), 또는 수만리 떨어진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나 사물 등을 보고, 귀신(鬼神)들과도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좋은 경계도 있고 나쁜 경계도 있으므로 이 때 반드시 주의(注意)해야 할 점은 좋은 경계를 만나도 기뻐하지 말아야하며, 나쁜 경계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음이 더 깊이 정화되면 단계적으로 자성을 볼 수 있는 혜안(慧眼)과 아공과 법공을 깨닫는 법안(法眼)과 그리고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불안(佛眼)이 열리게 됩니다.
이러한 경계는 반드시 깊은 선정을 통해서 체득하게 되며 이 때 가장 주의하여야 할 점은 바로 아만심입니다.
실제로 많은 수행자들이 작은 경계에서 마치 큰 깨달음을 이룬 것으로 착각하여 아만심을 일으키고 경계에 집착하여 대망어를 하거나 삿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공부인은 자신의 경계를 함부로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참된 공부점검은 탐,진,치 삼독심이 남아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돌이켜 보는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음성 용운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