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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불교음악, 그 자갈밭에 피는 연꽃 되리

기자명 법보신문

제니스불교문화원 박 성 규 원장

30여 명 회원모아
제니스불교문화원 창립

국제 콩쿨 성인부문 대상
성공가도 버리고 불교 선택

매달 50여 차례 공연
바쁜 삶이 곧 수행

끝없는 목마름이 이어지는 사막, 그러나 선인장은 기어이 한 떨기 꽃을 피워낸다. 사막에 핀 한 떨기 선인장 꽃은 생명의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일체의 생명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사막의 척박함은 선인장에게 작은 걸림돌일 뿐 꽃을 피우는 것을 막지 못한다. 제니스불교문화원의 활동을 보노라면 사막의 선인장을 대하는 듯하다. 아마도 제니스가 활동하는 불교 문화마당이 사막과도 같이 척박하기 때문이리라.

제니스는 선을 뜻하는 ‘Zen’과 동사 ‘is’의 합성어로, 禪으로서 불교문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제니스불교문화원은 2005년 6월 첫 발을 내디뎠다. 기실 불교 문화는 짧은 시간에 어떠한 결과물이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후원을 받으며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 만이 비로소 조금씩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이지 않은가. 공연이 있으면 보고 즐기지만 돌아서면 그만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교계의 정서. 제니스불교문화원의 출범을 견인했던 박성규(41, 서운) 원장 역시 교계의 이러한 정서와 열악한 문화 환경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제니스불교문화원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박 원장,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을 믿음으로 불교 문화마당에 발을 내디뎠으나 연습공간조차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기 일쑤였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졸업 후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립음악원을 수료했고 국립 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와 이탈리아 밀라노 아카데미를 졸업할 만큼 우수한 경력의 소유자인 박 원장은 이탈리아 베르질리아 국제콩쿨 성악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페라 분야의 최고라고 불리는 니니, 스텔라 실바, 죠르죠 타데오, 비뉴델리로부터 사사받으며 실력을 쌓았기에, 그의 지인들은 국립이나 시립 오페라단에서의 성공가도만이 기다리고 있다고들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기대를 뒤로한 채 ‘불교 문화’를 택했다. 그리고 김동환, 정부기 교수 등의 작곡 발표회에 적극 참여하고 니르바나 연주회, 불교 오페라 등 상업이 아닌 포교 목적의 불교음악의 자리라면 마다않고 묵묵히 참여했다.

명함과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시대에 잘 닦여진 고속도로가 아닌 울퉁불퉁 시골길인 불교계로의 선택은 어쩌면 음악인으로서는 퇴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단호했다.

“제가 음악을 시작한 것도, 오페라의 거장들이 있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이유도 불교 음악인이 되어야겠다는 발원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유학생활과 타고난 재능이 이 길로 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제게는 불심과 그에 따른 의지가 가장 첫 번째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버지이기도 했지요. 부처님을 향한 마음과 베풂의 기쁨,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님이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는 것이겠지요.”

박성규 원장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11월 18일 가평 구원사에서 도명 스님을 은사로 계를 받아 불가와의 인연을 더욱 깊게 할 예정이다. 일본의 승려처럼 머리는 길렀지만 승려로서의 승적을 얻어 보다 적극적인 불교음악 포교의 길로 들어서는 일주문에 들어서는 것이다.

박성규 단장처럼 오랜 시간 어렵게 음악공부하며 이룬 성과를 불교에 회향하고 싶다는 발원자와 음성공양으로 봉사하겠다는 한 사람, 한사람의 발원들이 모여 제니스불교문화원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위태로운 불교라고들 하지만 이런 작은 발원과 마음들이 작은 연꽃이 되어 진흙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연꽃으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

박성규 원장은 일주일을 하루처럼 바삐 살아간다. 매주 월요일은 일산 정혜사로, 화요일은 대각사로, 수요일 영각가와 인천 송도 법륜사로, 목요일 당진 보덕사로, 금요일은 제니스합창단, 또 월요일과 목요일은 제니스 싱어스 중창단, 토요일은 산사음악회 공연, 일요일은 군법당과 교도소로 봉사활동, 일요일은 가평 도원사에서 법화경 경전공부. 단 하루도 사찰과 멀어질 수가 없는 그의 스케줄표는 빽빽하기만 하다. 매달 절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종무원도 아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는 매일 절로 열심히 출근을 한다.

이렇게 그가 보낸 시간이 무려 2년 4개월이다. 그동안 제니스불교문화원을 이끌어오면서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고 고단하기도 했지만 그의 가슴에는 언제는 ‘Zen is’가 있다. 禪을 하는 마음으로 ‘선이란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되물음으로 불교음악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구로 뛰다보니 회원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일주일 두 번 연습, 한 달에 50회 이상 공연 일정이 있을 때는 전문 음악인도 힘이 들다고 투덜거릴 법 하지만 오히려 돈을 써가면서 봉사하는 적극적인 회원들을 볼 때면 스스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게을러지면 안 되겠다고 채찍질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50여명의 개미군단 후원자들과 몇몇 스님들로 후원받는 오 천 원, 만 원의 힘은 참으로 대단했다. 우선 올해 초 서울시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제니스불교문화원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고 LMB 싱어즈 창단, 1년에 한번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기획전시도 열고 있다. 올 5월에는 ‘사랑하는 이여’라는 제목으로 제니스불교문화원 CD 1집을 발매, 불교 오페라를 선보여 불교음악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년에는 소규모의 사찰에서 법회시 반주로 활용할 수 있는 의식곡 CD도 기획하고 있다. 실로 많은 것들을 이뤄낸 것이다.

특히 제니스불교문화원은 올해부터 대형 사찰이 아닌 작은 규모의 산사음악회까지 마다하지 않고 기획, 공연하고 있다. 올해 만해도 20여 곳 가까운 곳에서 작은 산사음악회를 열어 불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물론 좋은 여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일하면 몸은 편하겠지만 물질적인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듯 불교음악의 길은 쉽지 않은 길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제자리걸음만 하면 아무도 우리 불교음악을 사랑해주지 않겠죠. 불자들에게 불자이기 때문에 사명감으로 꼭 불교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제니스불교문화원 회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해 불자들 스스로가 듣고 싶은 불교 음악을 선보이겠습니다.”

박성규 원장이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제니스불교문화원을 떠올리면 면벽좌선하는 선방 스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Zen is’ 인가보다. 하나의 화두를 잡고 끊임없이 탐구해 깨달음을 이루어야 하기에. 02)895-2549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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