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수행 15년 디자이너 손혜진 씨
참선수행 15년 디자이너 손혜진 씨
  • 법보신문
  • 승인 2007.12.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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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바 없이 수행할 때 처처가 불상”

15년 동안 매일 아침 108참회기도-1시간 좌선
올 초 후각 상실…“부처님 제자로 살겠다” 발원

동안거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수선납자들이 좌복을 다시 펴고 활구를 들었다. 그리고 재가선객들도 주말 혹은 매일 시민선방을 찾아 안거 정진에 동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방 문을 넘어설 시간조차 없이 바쁜 재가불자들 역시 가정과 직장을 법당 삼아 수행에 참여하고 있다.

디자이너 손혜진(수성행·50) 씨. 부산 동래구 복천동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의상실이 있고, 이곳에서 빠듯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그녀의 하루 시작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정갈하게 법복으로 갈아입고 집에 별도로 마련한 불단에 향을 사르고 맑은 차를 올린다. 이어 108배 참회기도를 하고 좌복 위에 앉아 숨을 고른다. 그리고 1시간 동안 좌선을 하며 삼매에 든다.

“의상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선방에 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수행시간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솔직히 참선을 한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럽지만, 죽비를 세 번 치고 나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 나는 무엇이었던가(父母未生前 本來面目)’하며 화두를 듭니다.” 손 씨가 집에서 수행을 하게 된 이유다.

손 씨의 매일 아침 108배와 좌선은 벌써 15년이나 됐다. 통도사 옥련암 주지 법선 스님 가르침을 따라 108배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좌선까지 병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의상실을 운영하는 것만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하는 디자이너였고, 집에서는 가정주부였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였을까. 108배 참회기도를 마치고 좌복 위에 앉으면 온갖 슬픔과 함께 수 십 년 전의 일까지 떠올라 자신을 괴롭혔다. 전 재산을 탕진했던 부도 경험과 자살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 눈물로 지내던 삶이었다.

그러나 좌복을 펴고 앉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차츰 번뇌가 줄어들고 그 자리에는 환희와 감사한 마음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참선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도반들과 매주 한차례씩 부산 법륜사 주지 각우 스님을 찾아 참선지도를 받았다. 좌선을 하면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항상 스님에게 점검을 받았고, 그때마다 스님은 “어떤 것에도 머물지 말고 흘러가라”고 조언했다.

“화두란 소를 고삐에 매어 놓은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복잡하고 산란할 때 화두를 들면 그 순간이 바로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는 순간이라고 배웠습니다. 가르침대로 하면서 과거에는 어떤 일이나 사람과 부딪힐 때 쉽게 흥분했었는데 그 마음도 흙탕물이 가라앉듯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손 씨는 “일상에서의 참선은 반드시 참회 기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저 참선이 좋다고 해서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번뇌와 망상을 키울 뿐, “하루의 시작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일상의 소소한 일까지 참회기도를 올리고, 좌선을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순간 순간 삶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매화는 매서운 겨울 추위를 지내고서야 꽃을 피운다고 했던가. 손 씨는 올 초 후각을 완전히 잃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떤 고통이든 이유 없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이고, 돌아보면 모두 내게 원인이 있었던 것이지요.”

후각을 잃고도 자신의 업을 돌아보면 수행정진으로 고통을 극복해 낸 손혜진 디자이너. 그녀는 “10년 후 지금의 일을 회향하고 안거 때마다 선방에 방부를 들여 오로지 부처님 제자로 살겠다”는 원을 세웠다. 직접 만든 법복을 조심스레 꺼내 입은 그녀는 “법복을 입을 때마다 불자로서 부족한 내 모습이 항상 부끄럽다”고 했다. 그리고 “바라는 바 없이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에서 수행을 실천할 때 처처가 법당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라는 진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녀는 항상 그렇게 살아가고자 다짐하며 매일 아침 향을 사르고 108배로 참회하며 좌복을 펴고 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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