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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열어 12년 청소년 포교

기자명 법보신문

서울디자인고 김화연 선생님

“입시 대신 불교 말하니 아이들 얼굴에 박꽃 피네요”

 

요즘 사찰에서는 청소년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입시 위주로만 몰아가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 어려서부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다보니 청소년들에게 종교는 관심 밖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느 사찰을 가나 따사로운 봄볕 같은 중고등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듣기가 힘들어졌다.

학교에 법당 ‘파라미타실’ 개설

그러나 서울디자인고등학교 내에 마련된 법당은 입구부터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부터 수업이 끝나고 땅거미가 지는 시간까지 “깔깔”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 법당에는 스님도 법사도 없다. 교사들과 학생들만이 오가는 공간일 뿐. 이곳은 서울디자인고등학교 김화연 선생님이 개인 원력으로 만든 법당이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불교반을 운영해왔어요. 1997년경에 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창설되면서부터는 파라미타 활동과 연계해서 불교반을 운영하고 있고요. 제 관심이 불교이다 보니 불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서울디자인고등학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도공업고등학교였다. 2004년부터 디자인 분야가 특화돼 서울디자인고등학교로 바뀐 것이다. 김 선생님이 처음 부임할 당시의 동도공고는 사고뭉치들이 많은 학교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그때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무력감에 젖어 있고, 학교 밖으로 벗어나기만 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했어요. 아이들을 데리러 일주일에 몇 번씩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죠. 그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해주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화사 혜조 스님 통해 불교 접해

김화연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절에서 놀았다. 집 근처에 ‘계령사’라는 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불교에 친근감을 느끼고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군복무를 하면서다.

“부대 주변에 군법당이 있었어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법당 종소리가 들리는데, 어릴 때부터 절에서 놀며 자랐으니 당연히 그 소리에 귀가 쫑긋해질 수밖에요. 어쩌다 한 번씩 법회에 나가 군법사와 군종병을 보면 그렇게 멋있어 보이고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대하면 불교 공부를 해보자고 결심했죠.”

제대 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인근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 놀던 사찰 곳곳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서울로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부터는 우연히 알게 된 구기동 연화사의 혜조 스님을 통해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스님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경전 공부부터 예불, 천수경, 금강경 같은 의식까지 제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스님께 배운 거예요. 불교반을 처음 시작할 때도 스님께서 푼돈을 쪼개 아이들의 장학금을 지원해주곤 하셨지요.”

불교반 학생 50명 활동… 4명은 출가

김 선생님은 현재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학생부 일을 보고 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김 선생님을 곧잘 따른다. 자신의 잘못을 본인이 스스로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김 선생님은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법당으로 데려가 자신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 앞에서 절을 하도록 시킨다. ‘너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의미다. 때로는 부모님의 사진을 걸어 놓기도 한다. 이럴 때는 ‘부모님께 죄송한 줄 알라’는 의미다. 아이들은 마지못해 절을 하다가도 차츰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된단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 종종 “얘 좀 사람 만들어 주소”라며 학생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렇게 김 선생님을 통해 교화된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파라미타실을 찾아온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기들끼리 과일도 깎아먹고 차도 마신다. 누워 있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게 파라미타실에서 활동하는 불교반 학생들은 50여 명에 달한다. 불교반에서 활동하다 출가의 길로 접어든 학생도 4명이나 된다.

그러나 서울디자인고등학교는 종립학교가 아닌 일반 사립학교다. 요즘은 교내 종교 활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과외 특별활동인 C.A(Club Activity) 활동의 일환으로 불교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특별히 문제될 점은 없습니다.”

법당은 C.A 활동부서인 불교반이 활동하기 위한 공간인 셈이다. 그렇지만 종교적인 색채를 되도록 배제하기 위해 ‘파라미타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웃종교를 가진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마음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자는 배려가 담긴 이름이다.

그런데 파라미타실은 여느 법당과 달리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학교 건물 뒤편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파라미타실로 가는 길목에는 각종 돌과 나무들이 재밌게 배치돼 있다. 김 선생님은 “저건 ‘거북이’고, 저건 ‘탑’이예요”라고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그러고 보니 거무튀튀한 둥근 돌덩이 양 옆으로 다리가 있고 앞뒤로는 머리와 꼬리가 달렸다. 돌탑도 그럭저럭 탑의 형상을 갖췄다. 선생님의 아기자기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다.

파라미타실 내부도 재미있다. 불단은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대리석을 이어 맞춰 만들었고, 불상 대신 석굴암 부처님 액자가 불단 위에 걸려있다. ‘3학년 대학입시 원만성취 기원’ 이라고 적힌 A4용지 앞에 마련된 향로에는 향이 아닌 나무가 탄 재들이 수북하다. 김 선생님은 “향부터 피워야죠”라고 하더니 불단 한 켠에 마련된 나무 톱밥을 한 움큼 쥐어다 향로에 얹고 불을 붙인다. 지난번에 학교기물을 만들 때 쓴 향나무 톱밥들이다. 톱밥을 태워 피운 향기가 여느 법당 향기보다도 더 향기롭다. 모두 김 선생님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김 선생님은 학교 곳곳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멈춰 서서 배꼽에 손을 대고 기다린다. 그러면 학생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은다.

폭력 학생도 불교 접하면 순한 양

“배꼽인사! 안녕하세요!”
인사를 마친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선생님에게 농담을 건넨다. 친근함의 표시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차수(叉手)하고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요. 흔히들 배꼽인사라며 좋아하죠. 서로를 마주보고 차수 반배를 건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천진불의 모습을 봅니다.”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주고받으며 웃음 짓는 김화연 선생님의 모습도 천진불을 닮았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손수 법당을 만들어 12년째 청소년 포교를 하고 있는 김화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불교를 통해 삶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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