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들을 위해 『육조단경』강좌를 펼친 고우 스님은 1937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61년 김천 청암사 수도암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관응 스님으로부터 『기신론』을, 고봉 스님으로부터 『금강경』을, 혼해 스님으로부터 『원각경』을 배웠다. 강원 공부에 매진하던 스님은 이후 참선에 뜻을 두어 향곡 선사가 주석하던 묘관음사에서 첫 안거를 난 이래 평생 선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스님은 68년 경 도반들과 함께 구산선문의 하나이자 결사도량으로 유명한 문경 봉암사에서 선원을 재건하여 선승 중심의 원융살림 전통을 세워, 오늘날 조계종 종립특별선원의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스님은 근대 선지식으로 추앙 받는 향곡, 성철, 서옹, 서암 선사를 두루 참문하고, 선풍 진작에 뜻을 세워 선승들의 모임인 선납회(禪衲會·지금의 선원수좌회) 창립을 주도했다. 1988년에는 해인사에서 선어록을 공부하는 선화자 법회를 3박 4일 동안 열기도 했으며 선원수좌회 공동대표와 봉화 각화사 태백선원장을 역임했다.
1980년 10·27법난 수습을 위해 수좌회의 결의에 따라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맡기도 했던 스님은 2003년 처음으로 대중법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매 법회 때마다 “정견을 갖추고 선 수행에 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턱대고 앉아서 참선을 할 것이 아니라, ‘있다-없다’,‘좋다-나쁘다’등의 양변을 여의는 정견을 먼저 갖출 것을 당부하며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정견을 갖추지 않은 수행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의 ‘중도정견’법문은 간화선 수행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하던 수많은 재가불자들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날 이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지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항상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미소로 대중을 대하는 고우 스님은 현재 봉화 문수산에 금봉암을 세우고 간화선 수행자는 물론, 사부대중을 제접하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