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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시식19.

기자명 법보신문

구병시식은 천도·퇴치를 병행하는 의식
마음에 번뇌 없는 사람에겐 귀신도 못와

부처님은 사대부조(四大不調), 음식, 업, 마음, 귀신에 의해 병이 생긴다고 했다.

먼저 사대부조 병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병으로 환경 조건이 맞지 않거나 운동 부족 등이 여기에 해당 된다. 다음 음식으로 인한 병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과음이나 과식 혹은 영양 부족이나 변질 된 음식을 먹어 병이 생기는 경우이다. 업에 의한 병은 과거생에 지은 좋지 않은 행위가 현생에 과보로 나타나는 경우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병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을 안고 있다가 때가 되면 그 병이 마음과 몸으로 나타나게 된다. 일종의 유전적이고 선천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에 의한 병은 심리적 병리 현상으로 욕구불만, 스트레스, 충격, 원한심등이 원인이 되어 심신에 병이 찾아온 경우이다.
의학자들에 의하면 현대인 질병의 약 80%는 마음이 원인이 되어 생긴 심인성 병리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러가지 병인 가운데 귀신 병은 아주 특이한 현상으로 종교적 측면에서 다룬다. 주변을 살피면 정신 병원에서 고치지 못하고 의사들이 밝혀내지 못하는 병을 절이나 교회 심지어는 심령가나 무속인들을 통해 치유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부처님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셨고 때에 따라 귀신이 사람을 괴롭힌다고 하셨다. 불교에서는 이와 같이 귀신에 의해 생긴 병을 낫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병시식이라는 의식을 행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의식 역시 일종의 천도의식에 속한다는 점이다. 구병시식은 환자의 몸에 실린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이라는 측면 보다는 그 귀신에게 음식을 베풀고 법을 설해서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천도 의식의 측면이 강하다. 다른 종교에서는 귀신을 마귀로 보고 쫓아내려고만 하는데 비해 불교에서는 귀신이건 마귀건 교화와 천도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만약 그 귀신이 좋은 음식을 공양 받고 성스러운 가르침을 들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불보살의 신통력에 의지해 귀신을 쫓아 낼 수밖에 없다. 구병시식의 의식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중심이 되면서 도교의 퇴마의식이 짙게 배어 있다. 이 의식에서는 병자의 몸에 붙은 귀신을 책주 귀신이라 하고 그 귀신을 천도시켜 주는 보살을 모셔 오는데 그 보살의 이름이 초면귀왕 비증보살이다.

이 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으로 마음은 한 없이 자비로우면서도 그 모습은 무섭고 흉악한 귀왕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불쌍한 귀신에게는 자비로운 비증보살이 되지만 악독한 귀신에게는 악귀 중의 왕인 초면귀왕이 된다. 잡귀 중에는 자비한 모습이나 좋은 말이 통하지 않는 잡귀들이 있다. 이때는 잡귀를 제압 할 수 있는 귀왕이 필요하다.

구병시식은 그런 의미에서 천도와 퇴치를 병행하는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의식을 행 하는데 있어 주의 할 사항은 아무나 이 행사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수행력이 약한 사람이 잘 못 이같은 의식을 행하면 자칫 병자의 몸에 붙은 귀신이 의식을 집전하는 사람에게 붙어 다닐 수 있다. 귀신에 의한 병이 분명하고 수행력이 출중한 선지식을 만난다면 구병시식은 까닭 모르게 앓는 병자에게 더 없는 방편이 된다. 하지만 돌이켜 살펴보면 귀신병도 그 원인은 그 병을 앓는 사람이 불러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마음에 번뇌가 없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귀신도 다가오지 않는다. 슬픔이나 원한, 나약함, 갈등 등의 심리적 문제가 쌓이게 되면 그 틈을 타고 귀신이 붙게 된다. 부처님이 병이 생기는 원인으로 몇 가지를 설하셨지만 그 중 근본이 되는 문제는 언제나처럼 마음이다.

유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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