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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 스님의 계율칼럼]

기자명 법보신문

오후불식은 스님의 늦은 귀가서 비롯

오후불식(午後不食)이란 정오 12시가 지나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 계율을 일컫는다.
2500여년 전 부처님 당시 경제가 열악해 세간 사람조차 음식이 풍부하지 못하였다. 당시 인도는 스님들뿐만 아니라 다른 외도의 출가자들도 걸식하는 풍습이 있었으므로 세간에서 사문들에게 매일 공양해야 하는 그 양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스님들은 새벽에 죽을 먹고 정오가 되기 전에 걸식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더욱이 새벽에 먹는 죽도 풀잎으로 죽의 표면에 그림을 그려보아 그 자국이 남으면 안 될 정도의 멀건 것이어야만 먹는 것이 허락되었다. 오후가 넘는 것을 비시(非時)라고 하여 음식을 먹기에 알맞지 않은 시간으로 간주하였고, 병자가 아니면서 먹었을 경우에는 바일제를 적용해 참회를 해야 했다.

오후불식은 음식법 가운데 매우 엄격한 법이어서 지금도 상좌부 불교에서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그곳에서도 오후에는 어떤 음식이라도 먹지 않는 교단이 있는가 하면, 우유나 쥬스 정도는 허락하는 교단도 있다. 그런데 오후불식 제도는 교단이 형성된 처음부터 정해졌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후불식계가 제정된 원인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 계실 때 난타(難陀)와 발란타(跋難陀) 스님이 마을의 축제에 구경 갔다가 사람들이 공양을 올리는 것을 받고 저녁에야 돌아왔으므로 이 계가 제정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가류타이(迦留陀夷)스님이 저녁 늦게 걸식을 하러 갔는데 음식을 주려고 나온 임산부가 어둑한 속에 번개 불에 비친 스님의 모습에 놀라 낙태를 하였기 때문에 이 계를 제정하였다.

오후불식은 사람에 따라 해서 도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남방스님들 가운데 비대하면서 당뇨가 있는 스님이 의외로 많은데, 이것은 오후에 굶고 있다가 밥 때가 되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고 의사들은 말하고 있다.

부처님가르침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걸식도 하지 않고 오후불식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저녁 먹는 것을 약석(藥石)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옛 스님들이 오후불식 하느라고 배가 고파 돌을 따뜻하게 구워 안고 지낸 것에서 유래한다.

부처님 당시에 밥 때문에 유행(遊行)한다라는 말을 한 비구들이 있었던 것이 율장에 수록된 것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먹는 것은 중요하다. 풍토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마치 구운 돌을 품듯 적당하게 먹는 약석공양을 함으로서 배고픔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에 전념하도록 한 옛 스님들이 배려가 돋보인다.

송광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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