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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 징계 어떻게 진행되나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2.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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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보단 자발적 참회 위한 교육이 목적
초기승단의 징계<상>

 

<사진설명> 중국 지공 스님의 수계 장면을 그린 변상도.
어떤 사회나 단체에서든 조직의 내부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규율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조직의 질서를 유지하고 구성원들간의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출가수행자가 모여 있는 승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출가수행자들이 모여 수행하는 승단에서도 초기불교 당시부터 부처님이 제정한 계율을 바탕으로 이를 위반한 스님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재를 가했다. 이는 출가수행자들이 공동 수행체를 구성해 생활하면서 다른 수행자들의 수행에 방해를 주거나 출가자로서의 위의에 벗어난 행동으로 인해 자칫 승단이 세속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반 세속에서의 징계가 잘못을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을 우선시 한다면 승단에서의 징계는 대중의 화합에 그 목적을 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승단에서의 징계가 범계(犯戒)자에 대한 보복적 처벌의 성격을 갖기 보다는 출가자가 자신이 지은 잘못에 대해 스스로 참회하도록 이끌기 위한 교육적 수단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승단에서의 징계는 대중들간의 화합보다 처벌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충분한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징계를 확정하거나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아예 승단에서 떠나도록 만드는 등 오늘날 우리 승단에서 진행하는 징계는 초기불교 당시 부처님이 제정한 징계법과는 크게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초기 승단에서 출가자에 대한 징계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팔리율』에 따르면 초기 승단에서 출가자에 대한 징계는 범계자 스스로 자신의 허물에 대해 승단에 고하거나 범계 행위를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 있을 경우 승단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특히 승단회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진행됐는데 우선 승단회의의 구성에서도 이제 막 계를 받은 신 비구 뿐 아니라 장로, 화상, 제자 비구 등 승단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자격과 지위가 부여됐다.

뿐만 아니라 승단회의는 징계의 결정에 있어서도 구성원의 만장일치 동의에 의해서만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구성원 중 한명이라도 징계에 대해 반대한다면 승단회의는 일단 범계자에 대한 징계를 보류한 채 승단 구성원 모두가 범계자에 대한 징계를 동의할 때까지 논의를 이어나간다. 이는 특정인의 악의적인 무고(誣告)에 의해 수행자가 피해를 당하는 것을 예방하고 징계의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이 같은 승단회의를 통해 범계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 승단에서 완전히 떠나야 하는 바라이죄를 제외하곤 범계자는 죄의 경중에 따라 일정기간 승단에서 격리돼 참회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보통 승잔죄의 경우 격리기간이 6박 7일로 정해져 있지만 중한 죄를 지었거나 범계자가 제대로 참회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 기간동안은 비구로서의 모든 자격이 박탈돼 각종 승단회의, 의식 등에 참석할 수 없도록 했다.

이처럼 초기 승단에서 진행됐던 출가수행자에 대한 징계는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범계자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다시는 동일한 범계를 하지 않겠다는 발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도적 조치였다는 것이 계율학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이와 관련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초기승단의 징계를 다룬 율장을 살피면 초기 승단에서 진행됐던 징계는 처벌을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대중들의 화합을 위한 성격이 강했다”며 “특히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승단회의라는 민주적 회의기구를 통해 모든 구성원의 동의에 따라 진행돼 징계에 따른 승단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오늘날 한국불교 승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징계는 지나치게 세속화된 경향이 많다”며 “대중이 화합하고 승단 내부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불교 승단의 징계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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