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광섭 교수의 불교와 시간]③과학적 시간1-상대론적 시간
[소광섭 교수의 불교와 시간]③과학적 시간1-상대론적 시간
  • 법보신문
  • 승인 2008.03.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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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달릴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노인 못 따라잡는 이여송’ 설화가 상대성 원리
세상은 빛으로 꾸며진 환상…절대적 시간 없어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군사령관으로 위세 당당했던 이여송 장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하루는 이여송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한 노인이 소를 타고 그 잔치자리를 유유히 지나갔다. 이여송이 노하여 잡으러 쫓아가는데 그 노인은 여전히 저만치 멀어져 유유히 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말을 빨리 달려 좇아가도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쫓다보니 산중에 들어가 그 노인으로부터 준엄한 가르침을 받고, 조선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설화에는 비현실적인 신비한 요소가 있어서 오히려 더 관심을 끌고 오래 기억되게 하는 수가 많은데, 이여송 설화에도 ‘말로 뒤쫓아 가는데 천천히 앞서가는 소가 계속 일정한 속도로 갔다’는 얼토당토않은 점이 노인에 대한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경험과는 전혀 맞지 않으므로 꾸며낸 거짓임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노인을 쫓아가는 이여송 대신에 빛을 쫓아가는 로켓을 생각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빛은 아무리 빠른 로켓으로 쫓아가더라도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앞서가기 때문이다. 정지한 로켓이나 느린 로켓이나 아주 빠른 로켓이나 간에 빛을 따라 잡을 수 없고, 빛의 속력은 일정하게 보인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광속일정의 원리’이며, 상대성이론은 바로 이 원리를 바탕으로 세워진 이론이다.

“상대론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도 한다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여송의 설화를 믿을 수 없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빛에 관한한 이여송의 설화는 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은 빛으로 꾸며진 마야(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영화와 TV에 나오는 영상과 현실이라 불리는 이 세계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현실세계의 가장 엄격한 잣대인 시간까지도 빛으로 정의되는 것임을 안다면 시간의 늘어남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설화에 나오는 노인(빛에 해당)의 얘기가 믿기지 않지만, 빛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그리고 시간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시간이 빛의 성질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의 글에서 전 세계의 모든 시계를 맞춰주는 엄격한 ‘표준시간’ 제도에 대하여 말한 바 있다. 그러면 이 표준시간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일까? 이것은 세슘(Cs)이란 원자가 방출하는 빛을 써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먼저 빛이 파동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파동은 물결과 같이 굽이치는 현상인데 두 굽이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 한다. 무지개 빛이 빨강 노랑 파랑 등으로 갈라지는 것은 빨강색 파장이 길고, 파랑색 파장은 짧은 때문에 그렇게 된다.

빛은 파동이므로 파동이 굽이치는 회수를 재어 시간이 정의된다. 1초란 시간은 이 빛이 N번 파동치는 기간이다. 옛날에는 해, 지구, 달의 천체 운동에 따라 연, 월, 시의 시간이 정의되었으므로 천시(天時)란 개념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제 초단위의 시간은 사람들이 연구하여 정의하는 인시(人時)이므로 기술에 있어서 천권(天權)시대에서 인권(人權)시대로의 전환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들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나 컴퓨터에 내장된 시계나 비행기를 제어하는 시계나 간에 모두 결국에는 이 표준시계의 흐름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시간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논하려면 이 표준시계 즉 빛의 파동을 고찰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이여송 설화에 현대물리학적 윤색을 가한다면 “이여송이 더 빠르게 달릴수록 노인이 푸른색으로 보였는데…”라는 얘기를 넣을 수 있겠다. 이것은 빛이 파동이기 때문에 빛을 쫓아가면서 보면 속도는 변하지 않고 파동의 굽이간의 거리(파장 또는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푸른빛의 파장이 빨강보다 짧기 때문에 좇아가면서 보면 파란색을 띠게 된다.
연습문제 (1): 만약 이여송이 가만히 있는데 노인이 달아난다면 어떤 색으로 보일까?

답: 긴 파장 쪽으로 되므로 빨강 노인으로 보인다.

연습문제 (2): 이런 현상을 이용하면 물체의 속력을 잴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응용 예는?

답: 고속도로에 설치된 과속 단속기는 이 원리로 자동차의 속도를 잰다.

똑같은 세슘 표준시계 두 대를 만들어 한 대는 지상에 두고, 다른 한 대는 아주 빠른 로켓에 실어 날아간다고 가상해보자. 이 경우 지상에 있는 사람이 두 시계 속 세슘 빛의 파동을 비교하면 어떻게 달리 보일까? 답은 아래 그림과 같다.〈그림참조〉

속도에 따른 시계의 파동 변화 모습
로켓에 실린 시계는 빨강 노인처럼 파동의 굽이치는 것이 느려진다. 따라서 지상의 시계와 1초 동안에 N번 파동치는 동안에 달리는 시계는 그보다 적은 수만큼 파동치며 그러므로 1초가 못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이 달리는 시계는 정지한 시계보다 천천히 간다는 것, 즉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수식 없이 정확한 논리를 전개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간략화 되었지만, 시간의 늘어남에서 핵심은 빛의 속성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전달됐으리라 본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공간에 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절대적 시간관에서는 시간이 우주의 모든 현상에 적용되는 최상위 규정처럼 생각되었지만, 상대론에서는 빛이 시간에 우선한다. 빛의 파동침이 변하면 시간의 흐름도 변한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원리에서 ‘인식(認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빛은 관찰과 인식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상대론 교양강좌를 할 때 여기쯤 오면 대체로 어쩐지 무언가 속임수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표정과 함께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시계가 천천히 가는 것으로 보일 뿐 실제 시간은 똑같이 가는 것이죠?” 여기서 실제 시간은 절대 보편적인 흐름으로서의 시간이란 의미도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손목시계의 시간과 같은 구체적 시간이란 의미도 있다.

절대 보편시간은 우리의 막연한 믿음일 뿐 그런 것을 재는 시계는 없으므로 과학적인 실재가 아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없다는 것이 시간의 공(空)성이고, 현상적 시간은 상대적 운동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상대성이다. 그러면 손목시계나 우리의 심장도 정말로 천천히 뛰는가? 아니면 빛 시계만 그러한가? 이에 대한 답은 다음의 ‘우주여행은 가능한가?’에서 논하겠다.

소광섭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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