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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 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초기승단의 교육제도 ③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
올바른 사제관계 승단화합의 밑거름

화상과 제자로서 한번 맺은 인연은 영원하다. 그런데, 지도 기간인 5년의 의지 기간 사이에 화상이 환속하거나, 죽거나, 혹은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등의 사유로 지도를 받을 수 없게 되는 부득이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직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스승이 사라져 버렸으니, 제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이럴 때는 어찌 해야 할까?

율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아사리(阿梨) 제도라는 또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아사리란, 화상이 없어져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 자를 화상 대신 교육시키는 스님을 일컫는다.

즉, 교육 기간이 끝나기 전에 화상을 잃게 된 비구는 화상을 다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사리가 되어 줄 스승을 찾아야만 한다. 이것을 의지(依止)아사리라고 한다. 이것이 초기승단에서 사용되고 있던 아사리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의미인데, 단, 후대가 되면 아사리라는 용어의 사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다양한 직분에 아사리라는 말이 사용되게 되어, 의지아사리 외에도 출가(出家)아사리, 교수(敎授)아사리, 갈마(磨)아사리, 수법(授法)아사리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아사리가 등장하게 된다.

의지아사리는 화상이 없어졌을 경우에 그 대역을 담당하는 아사리이지만, 이 외의 아사리는 화상이 있는 경우에도 부분적인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신세를 지며 일정 기간 동안 가르침을 받게 되는 스승이다. 예를 들어, 갈마아사리는 수계 의식에서 일시적으로 사회를 맡아 주는 비구이며, 수법아사리는 화상이 제자의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경이나 율의 전문가인 아사리에게 제자를 보내어 잠시 가르침을 받게 하는 경우이다.

아사리의 자격 요건도 화상과 거의 비슷하다. 단, 아사리는 역할에 따라 법랍 10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며, 법랍 5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화상과 마찬가지로 제자를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화상의 제자를 공주제자라고 부르는 한편, 아사리의 제자는 근시자(近侍者)라고 한다.

아사리와 제자의 관계는 화상과 제자의 관계와 동일하다. 제자가 자신의 화상을 위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시중을 들고, 화상 또한 자신의 제자를 위하여 세심한 지도를 아끼지 않았듯이, 아사리와 제자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단, 화상은 비구의 일생을 통하여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아사리는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잠시 곁에서 모시며 필요한 교육을 받는 스승이라는 점에서 이 두 교육자가 갖는 의미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초기불교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한꺼번에 많은 출가자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또 승려들의 교육 역시 강원이나 그 밖의 승려전문대학, 혹은 일반대학에서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굳이 은사가 교육자의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사는 마치 속세에서의 부모처럼 사랑과 애정을 주며 낯설고 어설픈 승단 생활에 하루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교육하는 스승이다.
일반인이 학교 교육 외에, 평상시 부모의 언행과 세심한 가르침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윤리적 삶을 깨우쳐 나가듯, 출가자 역시 은사라는 스승을 통해 출가자로서 지향해야 할 진정한 삶을 배워나가게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주는 거울처럼, 스승과 제자는 하나이다.
인격이 완성된 훌륭한 스승의 애정 어린 지도를 곁에서 받은 제자는 그 기억 하나 만으로도 결코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하는 길로 접어들 수 없으며, 이는 곧 화합과 청정이 어우러진 승가공동체의 기반이 된다. 올바른 스승의 존재, 그리고 이들의 신참 출가자에 대한 진심 어린 교육이야말로 승단의 밝은 미래이다.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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