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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섭 교수의 불교와 시간]④과학적 시간2

기자명 법보신문

광속로켓 여행자 2년이 지구선 2만6천년

우주여행시대에 나이-시간은 상대적
서 있는 위치마다 시간은 다르게 흘러

옛날의 천자문은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글을 배우는 어린이로 하여금 천지와 우주를 먼저 생각토록 한 옛 선비들의 높은 정신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우주홍황’이란 우주가 말할 수 없이 크고 넓다는 뜻이다. 이런 우주를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간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한 바퀴 도는 거리가 약 4만km이다. 빠른 제트비행기로 여행을 해도 이틀은 넘어 걸린다. 그러나 빛으로 달리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다. 이렇게 빠른 빛으로 태양까지 간다면 8분 20초 정도 걸린다. 그러므로 광속로켓을 개발한다면 태양계내의 여행은 방안에서 걷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태양에서 다른 항성으로 가는 여행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천억 개쯤 모여 있는 것이 은하수인데, 은하수 모양을 옆에서 보면 원반모양이다. 이 원반의 반지름이 대략 5만 광년이다. 1광년은 빛이 1년 간 달리는 거리이므로 광속으로 달리면 5만년 걸리는 거리이다. 태양은 은하 중심부에서 2만6천 광년쯤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은하수 내 여행을 하려면 몇 만 년은 걸리니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단군 이래 우리나라 역사가 겨우 반만년인 점을 생각하면, 몇 만 년은 참으로 긴 시간이다.

더구나 은하수를 떠나 다른 은하로 가려면 가장 가까운 것이 ‘대 마젤란은하’로 17만년이나 걸린다. 17만년은 현생 인류는 생겨나지도 않은 까마득한 긴 세월이다. 현재 은하들의 분포는 100억 광년이 넘게 먼 곳까지 있으므로 이들을 찾아간다는 것은 곧 우주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술문제는 차치하고, 시간문제 때문에 우주는커녕 은하수 내 여행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묘수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상대론의 위력이다.

우리가 타고 가는 로켓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광속에 가까울수록 그 시계는 천천히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상에서 광속로켓을 타고 은하의 중심으로 간다면 우리의 시계는 2만6천년이 걸렸을 때 도착한다. 그러나 로켓에 있는 시계는 천천히 가므로 2년 밖에 안 걸릴 수 있다. 왕복하는데 그 시계는 4년이 흐르고, 반면에 지구의 시계는 무려 5만2천년의 긴 역사가 흘러간다. 이것이 지상에서 보는 사람의 관점이다.

[그림]을 보자. 아래 빗금 그은 부분이 지상을 나타내고,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이 손에 둥근 빛 시계를 차고 있다. 이 빛 시계에서 빛의 파동은 일정하게 파동치고 있다. 여기서 파동이 여러 번 굽이친다는 것을 유의하기 바란다. 한편 그 위에 있는 것은 로켓에 실린 둥근 빛 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계는 지상의 시계와 똑같이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로켓의 시계를 지상의 사람이 보면 아주 천천히 파동 친다. 이것을 그 원의 긴 파장의 모양으로 나타냈다. 이렇게 동일한 시계가 정지해 있느냐 달리고 있느냐에 따라 흐름의 속도가 달라진다. 이것은 빛의 파장이 달라짐에 의한 것이다.

한편 로켓여행자의 관점은 어떤가? 로켓이 광속으로 달리므로 자기의 시계가 천천히 흐르고, 심장도 천천히 뛴다고 느낄까? 그렇지 않다. 시계도 심장도 평소에 보던 그대로 정상적으로 갈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2만6천년 갈 거리를 2년 만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공간의 상대성에 있다. 은하중심과 지구의 거리가 2만6천 광년인 것은 우리에게 사실이지만, 은하를 향해 달리는 사람에게는 불과 2광년으로 짧아지는 것이다. 거리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객에게는 은하중심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으로 되며, 시간이 따라서 덜 걸린다.

요약하면 지상에 있는 사람이 보면 광속로켓 여행자의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이고, 여행자의 관점에서는 시간은 정상으로 흐르는데 거리가 짧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관점이든 지상에서는 2만6천년이 흐르고, 여행자는 2년이 흐른다. 그러므로 아무리 먼 거리라도 우주여행은 가능하다.

질문: 이 여행자가 은하수 중심까지 여행하고 다시 돌아오려면 식량과 로켓의 연료는 얼마를 싣고 가야 하는가?

답 ① 식량 4년 분, 연료 4년 분 ② 식량 5만 2천년 분, 연료 4년 분 ③ 식량, 연료 각각
5만 2천년 분

정답 ①

현대물리학에서는 이렇게 시간이 늘어나거나 거리가 짧아지는 현상을 일상다반사로 실험하고 있다. 입자를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달리게 하는 장치를 가속기라고 하는데, 이 가속기에서 입자들을 충동시키면 많은 입자들이 생성된다. 이때 생성된 입자들은 수명이 매우 짧은 것들인데, 속력이 광속에 가깝게 빠르므로 원래 수명보다 훨씬 오랫동안 살아 있으며 달린다. 또 다른 예로는 우주에서 쏟아져 내리는 ‘우주선’이라 불리는 빠른 입자들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도 수명이 아주 짧은 입자들이 많은데, 이 수명 동안에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몇 미터도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기권 상층에서 생긴 우주선이 수십 키로나 되는 지표까지 도달한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그들이 운동하고 있으므로 지상의 우리가 보면 그들의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이런 우주선은 늘 우리의 대기권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주선 관측기로 관측이 되어 상대성 이론대로 정확히 맞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앞으로 우주여행 시대에는 나이란 것이 지금과 같은 의미가 없게 된다. 여러 형제가 각기 다른 여행프로그램으로 다녀온 후 만나면 서로의 나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할아버지가 손자보다 더 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나이가 역전된다. 그러므로 반야심경에 나온대로 ‘늙음’이란 것도 ‘시간’이란 것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대적이며 공 (空)한 것이다.

이 점은 우주여행시대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도 역시 사실이다. 왜냐면 엄밀히 말하면 자기의 서있는 위치마다 시간이 달리 흐르기 때문이며, 신선의 세계에서 하루가 지상의 몇 백 년이라는 옛이야기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홀과 시간의 정지에 관한 일반 상대론의 얘기를 다루는 다음 글로써 시간에 관한 과학적 논의를 마무리하려 한다.

소광섭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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