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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 스님의 계율 칼럼]

기자명 법보신문

돈 없고 병든 이 돌보는 것이 진정한 자비

불자가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없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는 일이 많다고 한다. 예컨대 정치인이나 기업가, 군인, 연예인 등 비교적 많은 사람을 접촉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타종교의 정치력이나 조직력 때문에 개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불교가 좋다하더라도 생존과 번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돌리는 일이 허다하다.

제일 안타까운 일은 평생을 불교에 귀의하였다가 병든 뒤나 죽음을 앞두고 개종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주변사람들까지 개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건강할 때는 누구나 친절하고 돈을 낼 여력이 있을 때는 절에 와서 대접도 받는다.

그러나 재력도 없고 늙고 병들어지면 평소 도반이라고 여기고 절에 같이 다녔던 사람도 찾지 않고 귀의처로 생각했던 스님도 냉정하면 인간적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율장에 부처님께서 병든 스님을 간호하신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으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어느 스님이 거처하는 처소에 악취가 나서 부처님께서 그 곳을 찾아가셨다. 그 곳에는 늙고 병든 스님이 움직이지도 못하여 자신의 대소변위에 그냥 누워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스님을 손수 씻어주시면서 ‘대중 스님들은 왜 이 노 스님을 시봉하지 않는가?’라고 아난존자에게 물으셨다. 아난은 그 노스님이 평소에 다른 스님에게 전혀 베풀지도 않고 도움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스님들도 그 노 스님에게 무관심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누구든지 여래를 공양하고자 한다면 병든 사람을 잘 간호하라. 환자를 돌보는 것은 곧 부처님을 돌보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혹시 불교신자 가운데도 평소에는 다른 사람의 병환이나 죽음에 관심없이 지내다가 막상 자신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아무도 오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는 경우는 없는가?

그러다가 타종교인이 도움을 주면 감격하여 평생을 믿어온 삼보를 저버릴 생각까지 하는 것은 아닌가?

세간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실제적인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불자들에게는 병든 때와 임종 때를 대비하여 연기와 인과의 법칙으로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교육시켜야 하고, 사찰에서는 이러한 신도에게 현실적 위안이 될 수 있는 조직력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중생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만 자제공덕회의 철저한 자비와 희사의 정신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좋은 본보기이다.

송광율원장 도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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