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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광섭 교수의 불교와 시간]⑥불교의 시간관1

기자명 법보신문

부파·대승 견해따라 시간관도 제각각

“찰나멸 찰나생” “모든 것은 空” 대립
구사론서 우주·시공간·생명론 다뤄

아프가니스탄 하다지역에 위치한 명상하는 부처님들.

서양에서 시간에 관한 논의가 철학사상의 변천에 따라 달라졌듯이 불교의 시간론 역시 그 철학사상사적 전개와 밀접히 관련되어있다. 불교의 철학적 전개를 크게 초기불교(또는 근본불교), 부파불교, 중관불교, 유식불교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재새시부터 열반 후 일백년 정도까지의 시기이고, 이 기간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결집한 정도로서 특별히 교리의 철학적 논의가 발전되지 않았었다. 그 후 점차 교리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게 되고, 여러 의견이 개진됨에 따라 그 주장에 따라 유파가 발생되어 20개 정도의 부파가 서로 경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시기를 부파불교시대라 한다. 이들 중 특히 후세에 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 부파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인데 글자그대로 ‘모든 것이 실제로 있다[一切有]’라는 학설을 주장하는 학파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있는 것’은 이른바 법(法)이 있다는 것이었다. 법(法)은 불교에서 핵심용어이면서 동시에 아주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불·법·승(佛法僧)에서 법은 진리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뜻이다. 다른 의미에서 법은 일반적인 사물 또는 존재하는 것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설일체유부 등 부파불교에서 쓰는 법은 일반적인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요소라는 의미였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현상적인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요소를 원소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 말하자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원소인 셈인데, 여기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대부분이 마음에 관한 것이다.

설일체유부는 존재의 기본 요소로 5가지[5位]의 75법[75法]이 있다고 하였다. 5위(位)는 색(色), 심(心), 심소(心所),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무위(無爲)이며, 색에 11법, 심 1법, 심소 46법, 심불상응행 14법, 무위 3법, 총합 75법이다. 이러한 75가지의 원소인 법들이 상호작용을 하여 이합집산으로 세상 일이 인식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일체가 있다.”는 주장은 바로 이 ‘법(法)’이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실제로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의 눈앞에 놓인 사물이 항상 있듯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 책상위의 컵은 얼마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법의 이론’에 의하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고, 실은 일체 법이 ‘찰나생 찰나멸’하는데 여러 법의 연기에 의하여 컵의 모습을 나툴 뿐이란 것이다. 즉 법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실유(實有)하지만, 찰나생 찰나멸하기 때문에 길이가 없는 한 순간만 존재한다. 그러나 한 순간 한 순간이 이어져 경험적 세계에 연속적 시간의 흐름 속에 계속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며, 이들 법의 모임과 흩어짐을 관장하는 것이 연기의 법인 셈이다.

부처님의 ‘제법무아(諸法無我)’와는 달리 ‘유부(有部)’의 주장은 ‘있다’는 것을 주장하므로 이는 잘못된 것이며, 부처님의 원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교개혁운동을 일으킨 분이 용수보살(Nagaljuna, 서기 150~250)인바 유(有)와 무(無)의 단견에서 벗어나 중도(中道)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것이 대승불교의 시작으로 이른바 ‘공(空)’사상을 높이 선양하였다.

공사상의 원래 취지는 유무초월의 중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허무주의적 착각과 오해가 편만해지자 이에 대한 또 한 번의 혁신운동이 무착보살(Asanga, 서기 310~390)과 세친보살(Vasubandhu, 서기 320~400)이 일으킨 ‘유식(唯識) 불교’였다. 이는 존재의 관점에서 공사상을 계승함과 동시에 인식론 내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대승불교의 사상을 새롭게 전개한 것이다. 서구식으로 말하면 프로이트와 융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의 세계에 대응하는 인식적 차원에서 제7, 제8식과 같은 깊은 ‘아라야식’의 세계를 논한 사상이다. 그러므로 불교인식론 또는 심층심리학의 전개라 할 수 있겠다.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을 ‘경(經)’이라 하는데, 각 시대별로 소의 경전이 다르다. 초기 및 부파불교시대의 경은 『아함경』, 『법구경』등이고, 중관불교의 경은 ‘반야’계통의 경으로 『금강경』, 『반야경』등이며 유식불교는 『해심밀경』, 『입능가경』을 대표적 경전으로 한다.

경에 바탕하여 철학 내지 교리학적 논의를 전개한 것을 ‘논(論)’이라 하며, 초기불교에는 아직 ‘논’이 없었고, 부파불교시대의 사상을 총정리 결집한 것으로 세친보살이 쓴 『아비달마구사론』 줄여서 ‘구사론’이 대표적 논서이다. 중관불교의 대표적 논서는 용수보살의 『중관론(中觀論)』인데 불교사상사에서 최고의 논서로 꼽힌다. 유식불교의 경우 무착보살의 『섭대승론(攝大乘論)』이 대표논서이며, 마명보살의 『대승기신론』 줄여서 『기신론 (起信論)』은 대승불교의 교과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삼장(三藏) 법사란 말을 듣는데, 삼장이란 경(經)장, 율(律)장, 논(論)장을 말하며, 경장은 부처님의 설법을 기록한 것, 율장은 계율을 기록한 것이고, 논장은 경과 율에 관한 해설, 철학적 논의 등에 관한 것으로 이를 ‘아비달마’라고 한다. 부파불교를 아비달마불교라고도 하며, 아비달마 논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세친보살의 『아비달마구사론』이다.

『구사론』은 총 9품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이 중 ‘제 3 세간품(世間品)’이 불교의 우주론, 시간공간론, 생명론을 다루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룬 것은 세간품(제8권부터~12권까지) 중 제 12권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듣는 찰나, 겁, 삼천대천세계 등의 상세한 설명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불교의 시간관을 고찰함에 있어서 먼저 『구사론』에 바탕하여 부파불교 특히 ‘일체유부’의 시간관을 살펴볼 것이며, ‘찰나생 찰나멸’, ‘현재와 삼세, 어느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인가?’, ‘우주의 성주괴공과 겁(劫)을 고찰하려한다. 부파불교의 시간관을 비교적 상세히 논하려는 것은 현대물리학(상대론, 양자론)과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한 때문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소광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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