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종 스님의 보현행원품 강설]⑥법을 청하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팔만 사천 법문, 어려워도 근본은 하나
선지식 지혜로 생사고해 건널 수 있어

선남자야 또한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한다는 것은…낱낱 세계에 염념 중에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의 부처님이 계셔서 등정각을 이루시고 일체 보살들로 에워 쌓여 계시는데 네가 그 모든 부처님께 몸과 말과 뜻으로 가지가지 방편을 지어 설법하여 주시기를 은근히 권청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항상 일체 부처님께 바른 법 설하여 주시기를 권청하는 것은 다함이 없어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출가 후 6년의 긴 세월 동안 고행을 하시던 부처님은 수자타가 만든 죽을 받아 드시고 금강정의 선정에 들어 다음날 새벽 정각을 이루셨습니다. 부처님은 이 심오한 법을 중생들이 받아들이기 너무 어렵지 않을까, 또 오히려 불법을 비방함으로 인해 장차 악도에 떨어지는 중생들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해서 차라리 그럴 바에야 이대로 열반에 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부처님의 마음을 엿본 마왕이 그냥 열반에 드시도록 부추기자 드디어 대범천왕이 청을 드립니다.

“부처님께서 법답게 설하신다면 중생들이 법답게 실천하고 수행을 해서 깨달음에 이를 자가 많이 있으리니 감로의 문을 여시옵소서.” 이리해서 부처님은 설법을 결심하고 말씀하십니다. “내 이제 감로에 문을 여노니, 귀 있는 자는 와서 들으라.” 이 선언을 시작으로 부처님의 일대사 법문이 열립니다. ‘감로의 문’에서 ‘감로(甘露)를 번역하면 불사(不死)입니다. 즉 감로의 문이란 ‘죽음이 없는 문’이란 뜻으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공부를 열심히 하시면 생사가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말입니다. 나고 죽음을 초월한 경계가 부처님의 법문을 실천하면 이루어지는 겁니다.

부처님은 이후 사십오 년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루도 쉼없이 설법하셨습니다. 먼저 부처님은 색신(色身)으로 설법하십니다.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시고 그 심오한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이전에 함께 수행했던 다섯 명의 도반들을 찾아 갑니다. 녹야원에 이르렀을 때 다섯 도반은 고행을 버린 싯다르타를 비난하며 함께 자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가까이 오시는데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의 빛나는 위용 때문이지요.

부처님이 다섯 벗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나를 봐라. 내 모습을 봐라. 과거의 내가 모습이 이랬느냐. 다시 보라.” 그들은 부처님의 맑은 얼굴, 힘찬 언어, 몸에서 풍겨 나오는 오색 광명과 기운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법문을 들었고 마침내 모두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법문을 하실 때 일반적인 문답법 외에 때로 격외적인 방법도 쓰셨습니다. 어느 날 대중이 모여서 법회를 열었습니다. 여느 날처럼 모두 선정에 들어 있는데 하늘에서 네 가지 꽃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선정에서 깨어난 부처님이 내리는 꽃 가운데 하나를 들고 대중들에게 들어보입니다. 다른 대중들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하고 기다리는데 그 중 마하가섭 존자만이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부처님이 연꽃을 든 까닭을 가섭 존자는 안 거죠. 심지(心地)가 서로 계합하였다고 해서 이를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합니다. 부처님은 이런 방법으로도 법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도 ‘무유정법(無有定法)’, 곧 정해놓은 법, 고정불변한 법이 없다고 일러주셨습니다. 근기에 따라서, 욕망에 따라서, 성품에 따라서 깨달음의 내용뿐만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도 다르기에 부처님은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법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중생마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전부 맞는 법문을 하다 보니 팔만 사천 법문이 된 겁니다.

불자들은 흔히 스님들마다 이야기하시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며 ‘불교는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본종지를 알고 나면 결국 하나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해 놓으신 모든 법문이 중생들에게 필요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다 갖추어졌을 때 불교라는 큰 틀이 굴러가게 되는 것이므로 더욱 좥보현행원품좦 화엄사상을 체화하는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원종 스님 제주 관음사 주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