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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참 위의 가르쳐준 무애 스님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도 한번도 권위 내세우지 않아
늘 격의 없는 모습에서 수행자 위의 마음으로 체득

여름의 무더위는 승속을 막론하고 견디기가 어렵다. 가야산 600고지에 자리한 해인사도 여름의 더위는 견디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강원에서 공부할 때는 그 무더운 삼복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축구를 한다면 바로 운동장에 나가 뛰어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토록 더운데도 뛰어 다녔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며칠 전 더위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사중 스님들의 복장이 너무 심했다. 아예 상의는 벗어버리고 하얀 블라우스 같은 개량 승복을 입고 공양하려 나타났다. 조용히 지적한 이후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정말 스님들도 여름 하복을 특별히 제작하는 것이 좋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여름복장이 따로 없고 다만 옷감만 달리해서 만드는 여름 승복은 더위를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가사장삼을 입어야 하는 예불 때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반소매 적삼을 만들어 입어 봤더니 너무 더운 탓인지 처음 인사하는 신도들은 말하기 전까지 스님이 반소매 옷을 입었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자신들이 보기에도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승가는 위의가 생명과도 같다고 처음 사미계를 받을 때 강요받았다. 오죽했으면 폼생폼사,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것이 스님이라는 말을 지어냈을까? 위의를 잘 갖춘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품격 있는 삶의 모습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때로는 위의와 권위를 혼돈하여 권위적인 행동과 말과 생각을 마치 승려들이 지녀야 하는 위의로 생각하는 스님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위의는 타인으로부터 존경심을 불러 일으켜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탈권위적인 시대에 지나친 권위적 의식과 행동과 말은 타인으로부터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승려가 지녀야 할 위의 있는 모습이고 어떤 것이 권위적인가 하는 판단을 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위의를 잘 지키시는 스님이 계셨다. 해인강원 사교를 가르치신 무애 스님이신데 당시 우리 해인사에 가끔 참배오던 신도들이 계셨다. 한번은 해인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스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신도들 대부분이 무애 스님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강사 스님이 어째서 신도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알지 못했다. 탈권위적이고 진솔한 스님의 특징에 관심을 둔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으니 당시 신도들의 눈높이가 나보다 한수 위였던 것 같다.

출가 사문으로 살아가는 날이 오래 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자꾸 권위적인 모습을 띠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스님을 통해 정말 격의 없으신 모습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삶의 귀감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모임에 적을 두고 살게 되기 마련인데 특정 단체에 소속되다보면 그 단체의 집단적 오류를 넘어 선다는 것이 여간 현명하지 않으면 불가능 한 일이다. 스님께서는 강원에서 학문적인 가르침을 주셨을 뿐 아니라 스승과 제자사이에서 단 한 번도 권위를 내세우시지 않으시고 더없이 친근하게 대해주시어 권위에 물들기 쉬운 나의 의식을 항상 일깨워주신다.

얼마 전 전화가 왔다. 언제나 학문적 열의를 가지고 진지한 교리적 학습을 해오시던 스님께서 한적한 거처를 정해 좀 더 집중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며 장소를 찾고 계신다고 했다. 계초심학인문에 ‘수원리악우(須遠離惡友)하고 친근현선(親近賢善)하라’고 했다. 어질고 훌륭하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는 것은 불완전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들에게 크나큰 행운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스님을 가까이 모시고 싶은 진정한 나의 마음을 스님은 아실지 모르겠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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