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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이야기]오해받을 행동 하지 마라

기자명 법보신문

여인과 단 둘이 앉아 있는 것으로도 죄
매사 신중해 의심 살 상황 만들지 마라

필자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같은 연구실에는 남방불교국가에서 온 스님들이 몇 명 있었다. 눈에 띄는 가사의 색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옷인지 아니면 그저 큰 천을 온 몸에 둘둘 말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의 야릇한 외모는 주위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가끔 이들의 가사에 호기심을 느낀 여학생들이 손으로 여기 저기 만져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확 들춰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서는 그 스님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한 이국인들의 참으로 철없는 행동들이었구나 싶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불교에서는 남녀 간의 성적 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라제목차 조문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음계(戒)이다. 비구(니)가 실제로 음욕법을 저지르면 승가로부터 추방되어 두 번 다시 구족계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관련 조목들도 많다. 승가의 경우, 비구와 비구니가 접할 일이 많고, 또 재가신자와의 접촉도 흔한 일이므로,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잔죄 가운데 하나인 촉여신계(觸女身戒)는 비구가 욕정에 휩싸여 여성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문이다. 손을 잡거나 머리를 만지는 등, 여성의 신체 어느 부위에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 이 조문의 제정 인연담에 의하면, 우다이라는 스님이 아란야에 훌륭한 정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바라문 부부가 그곳을 방문하여 정사를 구경하기를 희망했다. 우다이 스님은 바라문 부부를 불러들여 내부를 안내하며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때 바라문 부인의 뒤를 돌며 그녀의 신체 곳곳을 만졌다. 바라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아란야에 머무르며 수행에 힘쓰는 우다이 스님을 존경하며 칭찬했다. 그러자 그의 부인은 자신이 겪은 불쾌한 일을 전했고, 화가 난 바라문은 우다이 스님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결국 이 일을 계기로 부처님께서는 어느 부위를 막론하고 비구가 여인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셨다고 한다.

설사 욕정에 휩싸인 마음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보면 상대방의 신체에 자신도 모르게 접촉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남방불교국가의 스님들이 외출할 때 승가리의(僧伽梨衣)라 불리는 큰 천으로 된 옷으로 전신을 두루두루 두르듯 입어 발목부터 위, 목으로부터 아래를 옷으로 덮고 양 손도 옷 안으로 넣고 다니는 것도 이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여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주의 깊은 행동 하나 하나에 상대방 역시 경외심을 지니고 조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외, 성(性)에 관한 말을 여인에게 건네는 행동을 금지하는 추악어계(惡語戒) 역시, 여인들과 음란한 잡담을 나눔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여인과 단 둘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 병처여인좌계(屛處女人坐戒)에 의하면, 담 등으로 가려져 외부로부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여인과 비밀스럽게 앉아 있는 행동만으로도 죄가 된다. 가려진 곳뿐만 아니라, 드러나 있는 곳이라도 여인과 단 둘이 앉아 있으면 죄가 된다. 이는 일반 여인뿐만 아니라, 비구니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비구와 비구니가 단 둘이 앉아 있는 것은 바일제죄의 대상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 잡지 마라는 말도 있듯이, 진정 자신의 언행을 다스려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매사에 신중하게 행동하여 쓸데없이 의심 살 만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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