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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도심 속의 수도승 원철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세속 사판의 삶 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 않은 스님
한 방울의 오염도 허락 않는 그 모습에 존경 절로 일어

여름 장맛비가 한참을 퍼붓고 지나간 자리에서도 그 자태를 잃지 않고 고고한 모습을 간직하는 연꽃은 언제 바라보아도 그 단아함에 흐트러지고 산란했던 마음을 챙기고 옷매무새를 여미게 만든다.

요즘 집권자들은 한창 종교편향 정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현 정부의 왜곡되고 편향된 의식을 접하다 보면 종교가 사회를 지배해 ‘암흑의 시대’로 불렸던 중세 서구사회가 문득 생각나서 섬뜩함이 느껴진다. 김영삼 정부 때 경복궁의 수련을 뽑아버렸다는 소식을 접한 일이 있었다. 종교적 편향성에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성마저 왜곡되어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어쩌면 연잎과 연꽃들은 이 무더위에 수면을 박차고 올라와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제발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말고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참다운 부처의 성품을 찾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당시 위정자들이 뽑아버린 연꽃은 현재 전국 도처에서 새로운 의미로 자라나고 있다. 지방 자치단체별로 대단위 연밭을 조성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집단 서식을 통한 식용재배도 한창인 것을 보면 편협한 마음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사회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연꽃이 상징하는 많은 의미 중에는 오염된 곳에 머물러도 물들지 않는다는 처렴상정(處染常淨)이 있다. 세상을 더럽다거나 오염된 곳이라고 함부로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교 내에서도 이판과 사판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사무나 업무를 보는 사판은 이판승에 비해 ‘불의’에 물들기 쉬운 게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혼탁한 승단을 얘기 할 때 쓰는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는 말은 결국 심오한 이치를 깊이 탐구하는 이판승들의 타락이 마치 사판승과 다를 바 없다는 표현이다. 수행하는 이판승보다도 사판승의 위치에 있으면서 존경 받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히 미안한 표현이지만) 외형상으로 볼 때 사판승이라고 분류 해야겠지만 오랜 세월 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보내는 스님이 있다. 너무 드러나 있어 그냥 마음속에 숨겨만 두려 했는데 송곳을 아무리 감추고 싶어도 주머니 밖으로 나타나는 것 같이 결국 얘기 하고 만다.

얼마 전 원철 스님께서 책을 내었다기에 바로 구입해 보았다. 다 읽고 났더니 친히 서명까지 하셔서 보내주셨다. 정말 오랜 세월 한 번의 왜곡됨이 없는 좋은 인연으로 나를 이끌어 주시고 계시는데 곁에서 스님을 지켜보며 정말 처신의 달인이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무슨 교활한 술책을 부려서가 아니라 언제든 스님은 마치 연잎처럼 한 방울의 오염조차 허락 하지 않으면서 늘 주변의 사람들을 잃지 않고 포용하며 살고 계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청정함을 뽐내다가 주변을 피곤하게 해서 덕을 잃기도 하고, 함께 어울린다는 핑계로 스스로 물들어 버려 존경심을 잃어버리기 십상인데 스님은 언제보아도 소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남아 우리들의 좋은 귀의처가 되어 주신다.

서울에 사는 수도승(首都僧)이면서도 조금도 혼탁함에 물들지 않는 모습이 언제보아도 아름답다. 사판에 머물면서도 어떠한 오염에도 물들지 않는 스님의 마음에는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청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몸만 서울에 있을 뿐 스님이 계시는 처처가 깊은 청산의 고요한 산사라 생각되어 진다.

언제나 깊은 귀의심으로 내 마음에 자리한 원철 스님께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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