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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참 수행자 모습 보여준 설정 스님

폐병 걸린 노 비구니 병수발 자처했던 스님

늘 자비로운 그 마음이 수행의 결과임을 깨달아

강원 다닐 때였다.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큰스님들 앞에서면 늘 긴장하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그 당시는 구도의 열정이라는 어설픈 마음 하나 챙겨들고 많은 스님들을 찾아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만 할 수 있는 추억일 뿐이다. 사찰에 소임을 맡고 있으면서 가까운 곳에 큰스님 법문이 있다고 가서 자리하고 앉아 단지 법문을 듣기가 쉽지 않다. 의례적인 인사를 위해 참가해주어야 하는 각종 행사는 늘 돌아서는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흔히 큰스님이라고 하지만 큰스님의 경계는 정말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높고 깊은 수행력은 우리들이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들이 큰 감동을 받는 곳은 수행의 심오한 교리나 치열했던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라 사사로운 일상에서 감동으로 전해 질 때 더욱 깊은 인상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한번은 중앙 종회의장직을 맡고 계시는 설정 스님을 찾아갔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마침 시자가 없었는데 스님께서 몸소 찻잔을 들고 나와 우리들에게 차를 주셨다. 우리들이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바로 다정스러운 말씀까지 해주시었다. 그날 스님께서 자상하신 마음으로 대해주시고, 힘껏 미소지어주신 그 모습이 오래토록 잊어지지 않았다. 맘속으로 언젠가는 스님과 더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발원을 해보았다. 평소 사람들이 나에게 천성적으로 잘 웃으니 참 보기 좋다고 한다. 그날 스님을 만난 이후로 잘 웃는 모습으로 타고나 쉽게 웃는 것보다 항상 자비심 가득 찬 모습으로 사람들을 향해 웃는 모습이 더 강한 아름다움으로 남게 되었다. 스님의 예전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언제라도 만나면 환하게 웃어주셨기 때문에 웃지 않는 모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속에 늘 웃는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스님의 따스했던 배려 역시 어느새 우리들 가슴에 큰스님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가까이에서 뵈면서 더욱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게 되었다. 특히 함께 수행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더욱 깊은 존경심을 우러나게 해주었다. 한번은 스님께서 힘겨운 병이 들어 정말 회복이 어렵다고 의사들이 이야기 하였다. 스님께서는 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수행정진에 더욱 힘을 기울이셨는데 어느새 병세도 완화되었고 현재까지 건강하게 정진하고 계시니 정말 일체가 마음으로 지어진다는 깊은 이치를 몸소 우리들에게 보여 주시고 계신다.

예전에 한 노 비구니가 폐병에 걸려서 모든 사람이 가까이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는데 스님께서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기꺼이 병수발을 하셨을 뿐만 아니라 임종까지 살펴주셨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비구니 스님을 시봉하던 어린 사미니가 자신은 병이 전염 될까 두려워 가까이하지 못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비구니 스님을 간호하시던 스님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이야기함으로써 알려지게 되었다. 오직 말로 다하지 않는 대승보살의 길을 묵묵히 실천하시는 스님이 더욱 존경스러울 뿐이다.

가까이에서 스님을 친견하다 보면 언제나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중생들을 위해 힘주어 미소 지으시는 힘의 원천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한 수행의 결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의 미소와 손수 한잔 차를 권하는 일은 비록 작다고 하겠지만 자연스레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수행력에 머리가 깊이 숙여질 뿐이다. 먼 곳에서 스님을 생각하면서 늘 건강하시여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머무르게 해달라는 발원을 조석으로 부처님께 아뢸 뿐이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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