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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 스님의 기억으로 남은 스님]속세를 벗어난 듯한 적조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멋진 대숲 속 다실서 차 우려주던 사숙 스님
산란한 마음 들때면 스님과 다담 간절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라는 게송의 마지막 구절 같이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시는 스님이 계신다.

활달한 말씀과 날렵하신 외모로 보면 쉽게 세상사에 견해를 피력하며 날카로운 비평이라도 거침없이 쏟아 내실 것만도 같은데 오랜 세월 인사 나누며 살아가지만 단 한 번도 세상사의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얘기하시지 않으시는 스님이시다. 그러고 보니 적조 스님은 일타 큰스님의 상좌이시니 제게는 사숙 뻘이 된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조카 상좌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식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고 항상 탈속한 모습으로 잘 정제된 말씀을 하신다.

무엇보다도 스님께서 우려주시는 차는 적적한 남도의 삶에 늘 그리움이 느껴지게 한다. 스님께서 머무시는 남국사에는 법당보다 다실이 더 멋지다. 법당 뒤 대숲 사이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육각형 다실에 들어서면 언제나 오늘은 무슨 차를 마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맘이 설레곤 한다.

출가하여 일상에서 늘 차와 함께하는 우리들도 스님의 높은 다선일미의 경지 앞에서 설레는데 하물며 일반 신도들의 기대는 얼마나 클까? 스님의 육각정 다실에서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시고자 절을 찾고 스님을 찾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언제나 스님을 찾아가는 날이면 잠시의 틈을 주지 않고 다인들과 신도들이 찾아와 함께 차를 함께 하게 되었다. 지금은 누가 뭐랄 수도 없는 남국사의 주인이 되셨지만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 번도 스님을 뵙지 못하고 남국사도 가보지 않았을 때, 한번은 노스님께서 “남국사 노보살들이 젊은 스님이 와서 새로 오는 젊은 신도들에게만 관심을 보인다고 불평이 대단하던데…. 적조 수좌가 보통이 아니거늘 노보살들이 당할 수 있나. 앞으로 남국사 주인이 되어 텃세부리는 노보살들 길을 잘 들일거야”하시면서 껄껄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도무지 어떤 스님이시기에 노스님께서 저토록 신도들을 잘 단련할거라고 칭찬하시는지 꼭 한번 뵙고 싶었다.

처음 뵈었을 때는 그저 깐깐하신 스님이겠구나 하는 생각만 하였는데, 언제 보아도 늘 한결같은 모습에 너무나 마음이 끌렸다. 정말이지 시간이 약간이라도 나는 한가한 때면 스님께 찾아가 차라도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온난화 현상인지 가을이 한참 무르익어야 할 텐데도 날씨가 계속 따스하더니 얼마 전 오랜만에 날씨가 쌀쌀해졌다. 때마침 귀한 분들이 찾아와 설날 세배 때 스님께 받아 잘 보관해 두었던 보이차를 꺼내 마시면서 차를 선물해준 남국사 주지 스님께 언젠가 우리 같이 가서 차를 마시자고 했더니 모두들 기뻐했다. 스님을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자는 얘기만으로도 기뻐하게 만드는 스님. 늘 스님께 가서 차를 마실 때면 나도 꼭 스님의 다실과 같은 아늑한 다실을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도무지 그리되지 못하는 걸 보면 그저 스님의 다실에 괜한 욕심만 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님을 존경하는 것은 단지 차 때문이 아니다. 도량을 너무나 정감 나게 가꾸셔서 늘 그 높은 안목에 감탄을 자아내곤 한다. 한번은 하귤 몇 그루를 구하고자 약천사까지 직접 오셔서 옮겨 가셨다. 아름다운 도량은 그저 가꾸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량에 머무는 스님의 마음 따라 고요히 펼쳐지는 것인가 보다. 산란한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언제나 적조 스님을 떠올리게 되고 아늑한 스님의 육화정(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에 찾아가 스님이 주시는 맛난 차와 음악 그리고 단아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어진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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