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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근현대 불교사]『한국불교전서』의 발간

기자명 법보신문

속장경 이후 최대 경전불사…한국불교학 보고(寶庫)

 
한국불교전서. 사진제공=동국대출판부

일제시대 불교학자들 첫 시도 1970년대 종립 동국대서 착수
본서 10권, 보유 4권 등 완간 삼국서 한말까지 288종 수록
2004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2007년부터 한글 작업 진행

불교가 한국에 전해진 지 1,600여년이 지났다. 그간에 참으로 많은 고승들이 배출되었고. 또 수 많은 저술들이 발간되었다.

이 저술들은 한문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승대덕들의 사상이 담긴 이 귀중한 저술들은 잦은 전쟁을 겪으면서 많이 유실되었고, 또 일본, 프랑스, 영국 등 해외로 반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자료가 민간이나 도서관 등에 흩어진 채로 보관된다면 화재나 홍수를 만나 책이 불타거나 못 쓰게 될 때까지 또는 도둑들에 의해서 도난당할 때까지 보존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이 불서들을 한 곳에 모아 전서 형태로 발간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책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저술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목록집의 발간이 선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귀중한 보물급 도서들은 현재 어디에, 또는 누가 소장하고 있는 지 소재 파악도 중요하다. 손으로 쓰여진 필사본 가운데 초서로 된 것을 해서로 정서하는 일과 다른 판본을 비교 분석하는 일 등은 불교학에 깊은 소양을 쌓은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참으로 방대한 불사이다.

이러한 불사는 불법과 고승들의 사상을 불교사상사적인 면에서 또는 역사, 철학 분야에서 체계적인 연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요하다. 나아가서 개인 소장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해외에 흩어져있는 책들은 한 곳에 모아 총서를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업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일본은 1912년부터 1922년까지 11년에 걸쳐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서 『대일본불교전서』 140권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발간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불교총서 발간 작업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바 있었다. 당시 불교학자들은 이능화를 회장으로 추대하고 ‘조선불서간행회’를 조직하여 1925년 『조선불교간행예정서목록』을 출간하였으나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였다.

해방 이후 『한국불교전서』 간행 사업은 1970년에 들어서 불교계의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1976년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는 『한국불교찬술문헌총록』이라는 목록집을 발간하였다. 이 목록집에는 삼국시대부터 한말(1896)까지 찬술된 불서와 문헌자료의 목록을 현존본 뿐만 아니라 산실된 것까지 전부 시대순, 저자별로 수록하였다.

동국대학교는 교내에 ‘불전간행위원회’를 설치하고 총 10권의 『한국불교전서』를 발간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당시 구성된 편찬위원들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 정재각, 부위원장 : 황수영, 위원 : 홍정식, 안계현, 김운학, 이재창, 이기영, 이지관, 금한주, 박경훈, 신정균, 간사 : 목정배, 권기종, 편찬위원 : 홍정식, 이기영, 김영태, 금호진, 박경훈, 간사 : 고익진

『한국불교전서』는 본서 10권과 보유 4권 총 14권인데 삼국시대 3권, 고려시대 3권, 조선시대 4이며, 보유편은 편찬과정에서 새로 추가된 것이다. 1979년 1월 첫권이 발간되었고 본서 제10권이 발간된 것은 1989년 11월이었다.

보유편 제14권이 발간된 것은 2004년 12월이었다. 지면 관계로 각 권의 편차를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제1권에는 원측(圓測), 신방(神昉), 원효(元曉) 스님의 저술이 실려있고, 제10권은 조선후기의 최눌(), 홍유(泓宥,) 채영(采永), 혜심(諶), 팔관(捌關), 유일(有一), 정약용(丁若鏞), 긍선(亘璇), 각안(覺岸), 홍기(洪基) 등의 저술이 수록되어있다.

『한국불교전서』 발간에는 많은 학자들이 참여하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영태, 고익진 교수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한다. 고익진 교수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여러번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때로는 헛걸음을 한 적도 있었다고 동국대 선학과 교수 한보광 스님은 말한다. 이러한 작업을 하던 고 교수는 『한국불교전서』의 완간을 보지 못한 채 1988년 10월에 세상을 떠났으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많은 불교 학자들과 교도들의 성원에 힘입어 발간된 『한국불교전서』의 사료적 가치는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 불교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1차 자료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높다. 원자료 가운데 읽기 힘든 초서를 탈초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개인 소장가들과 해외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수록하였다는 점도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이 전서에는 신라의 원측스님(613~696)이 저술한 『반야심경찬』부터 구한말 보정스님(1881~ 1930)이 쓴 『염불요문요해』까지 총 171명의 고승과 석학이 남긴 288종의 문헌이 수록돼 있다.

이 전서는 한국 불교의 모든 전적을 망라하였다는 점에서 고승들의 사상과 당시의 불교 문화와 역사, 철학 등을 연구하는 데 더 없이 귀중한 자료이다. 이 작업은 한국 근대 불교학계의 큰 성과라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전서가 발간되자 각계의 찬사가 쏟아졌고, 완간되던 그 해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언론에서는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의 속장경 발간 이래 최대의 학문 불사라고 평하였다.

『한국불교전서』는 정보화 시대에 발간된 만큼 동국대학교 전자불전연구소에서 2000년 12월 20여개국 7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한문, 파리어, 산스크리트어, 티벳어 경전을 전산화하는 불교문화 데이터베이스화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터넷을 통하여 한국불교문화종합시스템(http//buddha.dongguk.edu)에 가면 『한국불교전서』의 원문 이미지와 텍스트, 한글 대장경 그리고 불교사전이 탑재되어 있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이 불교전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은 2007년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산하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에서 문화관광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올 해 4월 1차 사업년도 목표 분량인 73편(128권, 3007단)의 번역을 마무리 하였다. 동국대 측은 한국불교의 현대화 및 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까지 8년에 걸쳐 60억원(국비 30억 원 포함)이 소요되는 대작불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국불교전서』가 완간되기까지는 24년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불교계는 이 역사적인 작업을 마치고 나서 성과를 평가하는 학술대회 한 번 가지지 않았다. 이 전서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은 한보광 스님이 쓴 「불교학 연구에 있어서 『한국불교전서』의 역할」이라는 논문 외에는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이 전서의 의의를 부분적으로 소개하는 글은 두어 편이 있다. 어떤 일이건 끝을 내고 나면 자체 평가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전서가 성공적으로 발간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노력이 있었는가. 잘된 점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가, 그 과정에서 누구의 공이 컸는가를 밝혀야 한다. 현장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하였는가,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이루어졌는가.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어떤 제약 때문이었는가, 보다 나은 방법은 없었는가를 평가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것은 후일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를 하는 것은 사업의 성과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고, 보다 나은 계획을 수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하여 이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현 단계에서 불교계는 불교학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진단하는 귀중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평가 작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순석(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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