庭前栢樹地中生 不假牛犁嶺上耕
(정전백수지중생 불가우려영상경)
正示西來千種路 鬱密稠林是眼睛
(정시서래천종로 울밀조림시안정)
뜰 앞에 잣나무가 땅속에서 자라났는데
쟁기와 언덕을 갈아 심은 것이 아니네
바로 서래의 천 가지 길을 보여주나니
빽빽한 잎 새마다 조사의 안목이로다.
오늘이 구순(九旬) 동안거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각자가 품고 있는 화두를 간절하게 들고 생사를 판가름하겠다는 각오를 지녀야 합니다.
읊은 게송은 분양선소선사의 말씀입니다. 화두를 드는데 있어서 그 뜻을 제대로 알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뜻을 헤아려 곱씹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따라만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뜰 앞에 잣나무’라는 화두를 예를 들었습니다. 태고적부터 변하지 않는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많은 화두가 있지만 모두가 그 변하지 않는 근본도리를 밝혀내고자 하는 최상승의 방편입니다. 그 방편을 통해 근본도리에 눈 뜨기만 하면 분별의 경계인 현상이 모두 실체를 보여주는 선지식의 안목임을 알게 된다 이 말입니다.
결제가 공부를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이 결제를 통해서 각자의 초심을 다져 생사의 적과 용맹하게 맞설 때 비로소 소임을 다했다 할 것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조고각하(照顧脚下) 해야 합니다. 그저 다리 밑을 비추어 보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들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최상의 자리라는 것을 바로 알라는 말입니다.
飢來喫飯困卽眠(기래끽반곤즉면)
只此修行玄更玄(지차수행현갱현)
設與世人渾不識(설여세인혼불식)
却從身外覓金仙(각종신외멱금선)
주리면 밥 먹고 곤하면 잠을 자네 다만 이것이 최상의 현묘한 수행일세
세인들에게 이 도리를 설해 주어도 알지 못하고 도리어 밖으로 부처를 찾아 헤매는 구나
일거수일투족, 이것이 바로 조고각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