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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서 찾는다]⑧ 지역 아픔 나누는 복지공동체

기자명 법보신문

관음의 천수천안으로 복지사각지대 밝힌다

“보살은 큰 시주(施主)가 되어 온갖 가진 것을 다 보시하되, 그 마음은 평등해 후회하거나 인색함이 없으며, 과보를 바라지 않으며, 명성을 구하지 않으며, 이득을 탐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온갖 중생을 구호하고,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하기만을 위할 뿐이다.”
『화엄경』의 이 가르침은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그들을 이롭게 할 방법을 고민하면서도 명성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야말로 불자가 힘써 실천해야할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살이 수행하는 여섯 가지 실천인 육바라밀 가운데에서 그 첫 번째가 보시이듯 보시는 모든 보살행의 출발이며 불자로서 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실천 덕목의 하나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나눔의 손길

낙산사가 전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불자들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천년 고찰을 다시 세우는 일에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심정으로 낙산사를 찾았다. 봄의 푸르른 기운이 가득해야할 사월의 도량에 검은 잿더미만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불자들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검게 타들어가는 듯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보시의 손길을 내밀었다.

천년고찰, 우리의 문화재를 되살려내는 일에 기와 한 장, 나무 한그루라도 돕겠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의 손을 내밀던 불자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그대로 보살의 마음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한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낙산사에서도 관세음보살의 미소 같은 자비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화마라는 큰 상처 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 상주하셨던 관세음보살님의 천수가 비로소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낙산사는 화재 직후 화마에 할퀸 상처를 잠시 접어둔 채 양양지역의 이웃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천년 고찰이 잿더미가 됐을 정도의 큰 화마였으니 지역민들의 상처는 얼마나 크겠느냐”는 걱정을 안고 피해 주민들을 일일이 방문한 낙산사 측은 160여 세대의 주민들에게 농산물상품권을 전달하고 화재로 집을 잃는 등 당장의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낙산사 산하 노인요양시설이었던 관음의집을 임시 거처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작은 시작이었다.

복원의 손길이 바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낙산사는 지역복지와 포교를 낙산사의 제1 실천과제로 내세웠다. 도량 복원이라는 대작불사만으로도 손길과 여력이 부족한 와중에 복지와 포교 사업에 진력하겠다는 낙산사의 행보는 차라리 낯설기까지 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낙산사는 차근차근 복지-포교 제일도량으로의 행보를 내딛었다. 특히 도움이 필요한 지역의 이웃들을 찾아가겠다는 낙산사의 복지 마인드는 양양지역의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5년 낙산사복지재단을 설립, 무료요양시설인 낙산노인전문요양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낙산사 측은 2007년 10월 19일에는 낙산실비노인전문요양원인 상락원을 잇따라 개원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의 범위에 들지 못하지만 치매, 중풍 등의 노인성질환으로 장기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 저소득, 중증 질환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2007년 2월에는 양양군내 복지회관 2층에 무료급식소를 열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따끈따끈한 점심 공양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개소 이후 매일 2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이곳 무료급식소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어린이-청소년들의 교육문화 공간으로 준비되고 있는 무산오현청소년센터도 지역의 열악한 청소년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낙산사의 눈높이 복지 불사의 일환이었다. 방과 후 교실, 청소년 공부방, 문화강당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무산오현청소년문화센터는 “지역 사회에 꼭 필요했던 문화-복지 시설”로 평가 받으며 ‘복지 도량 낙산사’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전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양지역 새싹불자 양성의 요람인 낙산유치원을 지역 대표 최고의 유치원으로 육성시키며 지역의 교육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낙산사 측은 무산오현청소년문화센터 건립에 발맞춰 20여년 이상 사용하던 낡은 유치원 건물을 신축, 깔끔하고 안전한 어린이들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매년 85명의 정원을 채우고도 대기자가 줄을 설 만큼 최고의 인기를 끌던 낙산유치원은 건물 신축 이후 정원을 140여 명으로 늘렸음에도 아이를 보내려는 부모님들이 더욱 몰려들어 수준 높은 교육시설에 목말라 하던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어린이·청소년 위한 문화센터도

낙산사는 화재로 전소됐던 원통보전을 복원하고 낙성식을 봉행하던 날 10Kg 쌀 1000포대와 라면 500박스, 그리고 컴퓨터 등을 이웃에 전달했다. 낙산사의 복원을 위해 사부대중이 올린 기도, 전 국민이 모아준 성원과 정성을 다시 모두에게 돌려 드린다는 참다운 회향의 뜻이었다.

낙산사는 매년 경상비의 50% 가량을 복지-포교 비용으로 책정하는 등 사실상 복지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생 장학금 지원, 무료급식사업, 지역 무의탁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지원 등에 매년 5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니 복지사업에 ‘전력투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전체 군민 수 겨우 2만 8000여 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년층의 비율이 16% 이상을 차지해 고질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던 양양군. 지역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칫 사각지대로 방치되기 쉬운 노인-청소년 복지에 손을 내민 낙산사의 복지활동은 중생의 고통을 살피기 위한 관세음보살의 천수와 천안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구현하기 위해 사찰이 해야 할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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