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19. 불교와 복지학
[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19. 불교와 복지학
  • 법보신문
  • 승인 2008.12.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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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복지란 내면 충만케 하는 방법론
육바라밀 닦을 수 있는 대승의 보살행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에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로 분류되었다. 평균수명도 계속해서 높아져 2005년에는 평균수명 78세로 장수국가가 되었고, 2018년에는 80세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바야흐로 노인복지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물론 복지문제가 노인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사회는 노인복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에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급속히 변화하고 보니 노인복지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지원 하에 전국적으로 노인복지관련 시설이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세워지고 있지만, 아직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오래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은 그 관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의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들어 있듯이, 국제보건기구(WHO)는 인간의 안녕 즉 건강하다는 것을 4가지로 정의했다. 종래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 외에 영적인 건강(Spiritual Health)을 포함시켰다. 이는 인간 내면세계의 충만감과 평온이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한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내면세계의 평온함을 이루는 방법을 안심(安心)법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안심법문의 핵심은 ‘무아(無我)’이며, 이는 나의 마음은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니 흘러가는 마음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 심층심리학적 표현을 빌리면 일생을 살면서 형성되는 인격에는 몇 단계가 있다고 본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인격형성의 단계를 나방과 매미에 비유한다. 즉 네 번 허물을 벗고 굼벵이가 매미가 되고, 넉잠을 자고 누에가 나방으로 변화하는 일생을 보면, 전혀 달라 보이는 다섯 단계의 삶을 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삶의 극치는 마지막 단계의 매미와 나방으로 완성된 후 새 생명을 낳고 사라지는 짧은 기간이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인간도 매미와 나방처럼 다섯 번의 허물을 벗는다고 하며, 그것이 유아기, 소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동양에서의 노인이란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이번 인생의 마무리이자, 인연에서 벗어나 허공을 날수 있는 날개를 얻는 시기라 할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인간은 어린 아기에서 노인이 되는 여러 단계 삶의 모습을 거치며, 인연의 굴레라는 네트워크 같은 고치를 튼다. 이미 노인이라 말할 때에는 그 안에 모든 인생의 변화과정과 기억과 인연이 함축되어 있음을 말한다. 노인이란 눈앞에 보이는 노쇠한 육신을 가진 외형적 존재가 아니라, 엄청난 시간과 공간의 경험을 내면에 간직한 존재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복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문제인 것이다. 지금 농촌에서는 코시안(Kosian), 즉 동남아시아 여성들과 국제결혼을 통해 출생한 2세들의 교육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경제가 어려운 요즈음, 조기퇴직을 한 중년층과 구직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고충도 복지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이다. 그 모두가 상호 깊이 연계되고 공감이 가는 우리 인생의 문제이자, 크게 보면 인간이라는 한 가족의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불교적 복지라는 관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불가에서 인간은 누구나 성주괴공(成住壞空)하는 4단계의 삶을 거친다고 본다. 그리고 붓다는 이러한 4단계의 삶의 윤회 속에서 언제든지 “해탈할 수 있는 계기”가 있으니 늘 깨어 있는 삶을 살라고 권하고 있다. 여기서 “해탈할 수 있는 계기”란 인생의 각 단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고, 그 내면의 세계를 충만케 하는 방법론이 육바라밀이라 할 수 있다. 즉 ‘보시’란 나누고 베푸는 마음이요, ‘지계’란 늘 반성하는 자세요, ‘인욕’이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요, ‘정진’이란 늘 나 없음으로 깨어있음이요, ‘선정’이란 늘 검소하고 즐겁게 삶이요, ‘지혜’란 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름이라 할 것이다. 그러니 불교복지학이란 각 인생단계의 삶속에서 육바라밀 행을 닦을 계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대승보살행을 뜻한다 할 것이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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