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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서 대종사의 방하착]색즉시공 공즉시색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것이 실재한다고 믿고 있지만
일체는 공, 물질과 공도 결국 하나

모든 과오와 모든 공덕을 부처님의 일로 ‘돌려놓아라’고 말하였는데 과연 그 부처님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그 부처님은 자기의 마음속에 있다. 결국 부처님의 일로 ‘돌려버려라’는 뜻은 바른 마음을 가진 나를 찾으라는 소리이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미묘(微妙)한 말이라고 할지 모르나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위대한 법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여기 ‘나’라는 존재가 없다면 ‘고통’과‘기쁨’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바로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착심(着心)이 생긴다. 우리가 부처를 찾고 바로 알고자 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 든 부처를 찾아 그러한 고통과 번뇌 속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부처를 제대로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서 부처를 찾아나서는 과오를 종종 범하고 있다. 부처는 대상이 아닌데도 말이다. 서산대사가 말씀하신 유명한 글귀가 있다.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 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주인몽설객 객몽설주인 금설이몽객 역시몽중인)’
‘주인은 손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손님은 주인에게 꿈 이야기를 하네. 꿈 말하는 두 사람이 모두 꿈이네’

우리가 자신의 마음속에 든 부처를 찾지 못하는 것은 마치 서산대사의 글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꿈속에 살면서도 꿈인 줄도 모르고 꿈을 가지고 참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음이다. 여기에 부처님의 안타까움이 있으며 보살의 눈물이 있다.

보살의 눈물은 이 꿈을 깨치도록 하는데 있는데 이러한 꿈을 깨치는 것을 두고 ‘정각(正覺)’이라 하고, 확실히 꿈인 줄 아는 시간을 두고 발심(發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여기 우리는 꿈속에 있음을 발심하여 정각을 이루어야 한다.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란 말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마치 꿈속에서 살면서도 꿈 아닌 양 매일 살고 있는 줄도 모른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또한 우주 삼라만상과 갖가지의 관념과 역사 이 모든 것들이 눈앞에 보이고, 만져지고, 느껴지고, 알고 있는 대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두고 선대의 많은 선각자(先覺者)들은 이 모든 것 또한 허망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과학에서도 모든 물질은 파동과 입자에 지나지 않으며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고, 맛도 없고, 촉감도 느낄 수 없는 완벽한 무(無)상태라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색(色)이란 모든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포괄적으로 말한다. 즉 나무, 돌, 쇠, 지구, 달 등 우주안의 모든 물질이 색이다. 이것은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하는데 결국 이것들은 ‘나’라는 것이 사라지면 그 또한 비어 있는 공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므로 공(空)이란 일체 물질이 없는 비어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물질이 알고 보면 공이며, 비어 있는 공이 곧 물질이다. 이는 바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과 비어있는 공의 세계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부처 또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처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공(空)이기 때문이다. 

월서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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