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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남은 스님]출가대장부 혜전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민감한 문제 앞에서도 누구보다 명철했던 스님
소명감 가득한 그 모습에 안이한 내 신앙 부끄러워

관세음보살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자주 접하는 물음이다. 모습으로는 분명 여성이지만 양성적 존재라고 한다. 누군가 물어오면 늘 이렇게 습관적으로 말하지만 실은 내 머릿속에서도 여성적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옛 큰스님들은 복잡다단한 우리들 내면의 심리들을 경쾌하게 분석하고 정리하여 특징적인 심리적 성향을 각각 의인화하여 불보살로 이름 지은 것 같다. 누구나 갈망하는 지혜로움의 극치를 문수보살로,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실천적 삶의 의지를 집결한 보현보살, 무엇보다 우리 내면의 측은지심과 한없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존경의 심리를 담은 관세음보살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에서 우리에게 큰 의지처가 되어 준다. 우리들의 의지처가 되어주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다보면 늘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관세음보살과 같은 능동적 자비의 실천자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세음보살은 우리들의 측은한 심정을 대변하다보니 사람들은 쉽게 모성적 이미지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성적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라도 어떠한 난관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천수와 천안을 가지고 끊임없이 중생들을 보살피려 하시는 왕성한 활동력은 대장부의 기상을 넘어섰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여성적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세속에는 남자 같은 용기를 가진 여성도 있고, 여성적인 감수성을 지닌 남성들도 많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일반적인 남성과 여성의 개념을 넘어선 것 같은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종단의 질곡한 현실은 비구니로써 그 위상을 분명히 하고 살아가기가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 때로는 용감하게 대항하고 때로는 출가 사문의 분명한 자세로 양보하고 용서하며 살아가는 보덕사 혜전 스님은 비록 비구니이긴 하지만 어느 비구 못지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었다.

동진 출가한 스님들의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경쾌한 생각과 행동을 볼 때면 얼마나 비우고 닦아야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내심 부럽기도 하다. 평소 신도들을 한없는 자비심과 이해심으로 섭수하여 어머님 품같이 편안하게 대해주어 그들이 더없는 안정감을 갖도록 해주지만, 때로 곤란함과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해결하고자 실천해 가는 것을 보면 출가대장부라는 것이 결코 비구들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난해 제주불교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격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누가 뭐래도 스스로의 아집과 자존을 버리지 못한 출가자들로 인해서였다. 민감한 현실 문제 앞에서 혜전 스님이 누구보다 분명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대장부 같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스님의 이러한 용기는 타고난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깊은 신심과 한없는 불교에 대한 애정,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희생정신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오직 순수한 출가자의 자세로 풀어나가고자 하고, 힘들고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이 사회와 불교를 향한 소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는 것을 볼 때면 늘 나 자신의 안이한 신앙생활이 부끄러워진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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