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경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설]25. 중관과 유식

기자명 법보신문

‘산’이란 이름 외에는 실체가 없지만< br>깨닫고 보면 산은 그 자체로 산일 뿐

모든 현상들에 대한 최고의 진실한 의미는
그것은 바로 참되고 한결같은 진여(眞如)이다.
그것의 성품은 항상 되고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유식(唯識)의 참된 성품이다.
(此諸法勝義 亦卽是眞如 常如其性故 卽唯識實性)

이것은 제25송이다. 이것은 유식학파에서 왜 유식이 참되고 진실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용수보살의 중관학파 이제설(二諦說)과 연결되어 있다. 용수는 중론(中論)에서 속제(俗諦)와 진제(眞諦)라는 두 가지 진리를 제시한다.

먼저 속제와 진제를 논의하여 보자. 일반적으로 속제(sa??iti)는 3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사회적인 관습을 의미한다. 관습적인 진리란 일시적이고 방편적인 진리란 의미로서, 오랜 전통에 의해서 인정되는 세상의 도리, 관념, 언설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것은 사회적인 맥락과 역사적인 측면에서 그 시대에서 공인된 관습적인 진리란 의미이다.

둘째는 상호 의존된 존재라는 의미이다. 이런 경우에 속제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항상 다른 것에 의존되어서 나타난다. 물의 분자인 H2O는 여러 가지 요소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해체가 되면 물은 존재하지 못한다. 두 볏단은 상호 의존되어서 서로 세워져 있지만,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서 있을 수가 없다. 노란색은 스스로 존재하기보다는 다른 색깔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 자신의 빛깔을 드러낸다. 빛은 어둠으로 말미암아서 더욱 빛나고, 어둠은 밝음으로 인하여 더욱 깊어진다. 이들은 서로 의존되어 있다.

셋째는 속제란 편협된 집착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시적인 관습과 상호 의존된 현상들을 그 자체로 보지 못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실재한다고 집착한다. 언어적인 분별이 현상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럼으로써 마치 그것들이 실제하고 영원한 존재라는 환상을 갖게 한다.

이렇게 속제를 이해할 때, 그 핵심에는 ‘언어’가 가로놓여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언어는 자의적이고 관습적인 것이며, 의미와 기호가 상호 의존되어 나타나고, 그것은 존재의 진실을 은폐한다. 그러면 무엇이 진실인가? 이것이 진제인데, 용수는 공(空), 무자성(無自性)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관습적인 것이 아니며, 상호 의존된 바가 아니며, 집착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공과 무자성, 이것은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붙잡을 수가 없고, 모양으로 그림 그릴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을 허무와 절망으로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제는 관습적인 것을 통해서 자신을 말하고 있으며, 상호 의존된 현상에 의지하여 그 본질을 드러내고, 집착의 고통스런 경험을 초극함으로써 일시에 갑작스럽게 체득된다.

물론 유식학파는 중관학파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명철한 이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진리에 대한 체득이 없는 초심자에게는 잘못하면 허무주의나 말없음의 갑갑함으로 오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유식학파는 다음과 같은 2가지의 대안을 마련한다.

하나는 진제를 그대로 원성실성으로 수용하되, 속제에 대해서는 다시 변계소집성과 의타기성으로 분류하여 결국 3가지로 분류하여 이해한다. 이점은 의타기성을 새롭게 다시 부각시킨 것이다. 이 의타기성에 집착하는 것을 변계소집으로 보고, 의타기성에서 공과 무자성을 보는 것을 원성실성으로 이해한다. 다른 하나는 유식의 이해를 단순하게 집착된 변계소집의 영상, 혹은 허망한 표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진실한 성품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옛날의 꿈은 허망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꿈은 참된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꿈이다. 옛날의 산은 허망한 희론의 산이었다. 하지만 깨닫고 난 지금의 산은 아! 그 자체로 진리이고 푸르고 푸른 진실의 산이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