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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생로병사는 삶의 당연한 과정일 뿐
피할 수 없다면 마음 편히 맞을 일

근년에 들어 문상(問喪)을 가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것도 전에는 친구의 아버지라든가 할아버지의 문상이 대부분이었는데, 근래에는 친구의 문상을 가는 예가 부쩍 늘었다. 의약의 발달과 생활 여건이 나아진 탓도 있겠지만 옛날과는 달리 장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평균수명이 한참 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고희(古稀)를 넘기고 나면 초가을 낙엽 지듯이 하나 둘씩 세상 떠나는 소식이 늘어간다. 오랫동안 흉허물 없이 지나던 친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어서, 특히 오랜 친구를 문상하는 경우의 감회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근래에 와서 웰빙(well-being)과 함께 웰다잉(well-dying)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활자화되는 예조차 많아진 실정이다. 아마도 평균수명이 길어진 것과 많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기야, 나이 들어 일자리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 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노인복지 문제와 함께 죽는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죽는 문제는 사는 문제와 같은 선상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싫어하고 또 두려워한다. 피할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피해보려는 것이 죽음이다. 그래서 중국의 진시황 같은 권력자도 늙고 죽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불로초를 찾으려 방방곡곡에 사람을 풀었고, 심지어 우리나라에까지 불로초를 찾아 사람이 왔었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이니 알만한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본인의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친다고 하더라도, 남이 죽은 것을 보는 것도 크게 꺼려하는 것이 예사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처럼 피하고자 하고 혐오스러워 하는 죽음을 피해 본 사람이 인류 역사상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알고 보면 죽음이란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아 잘 알 수는 없지만 그처럼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만 할 일은 아닐 것 같다.

손등과 손바닥처럼 모든 것에는 표리(表裏)가 있고, 생과 죽음도 그러한 관계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며, 생겼으면 언젠가는 사라져 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태어났으니 죽는 것뿐이다. 죽음을 피하는 길은 태어나지 않으면 된다. 결국 죽음이란 존재하는 것이 내면적으로 지니고 있는 하나의 당연한 과정인 셈이다.

잡아함의 『삼법경(三法經)』을 보면 “여기 세 가지 법이 있는데, 온 세상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것이 셋인가? 이른바, 늙음과 병과 죽음이다. 이 세 가지 법은 온 세상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세상이 좋아하지 않는 이 세 가지 법이 없었더라면 모든 부처, 세존께서는 세상에 나오시지 않으셨을 것이요, 또 세상 사람들도 모두 부처, 여래께서 깨달으신바 법을 사람들을 위하여 널리 말씀하심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피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연(因緣)이 닿아 여러 인자(因子)가 모여 태어나면 그것을 우리는 존재로 인식하지만, 그 존재는 한때도 쉬지 않고 변하여 마침내 인연이 다하면 사라져 원래의 인자의 위치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그 돌아감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이름 붙여 부를 뿐이다. 그래서 죽었다는 것을 흔히 ‘돌아가셨다’거나 ‘갔다’고 표현하고, 영어로도 ‘패스 어웨이(pass away)라고 하는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이 어차피 피할 수 없고, 또 삶에서 오는 당연한 하나의 과정이라면 그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괜히 피하려고 헛수고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죽기 전에 마음공부나 하고 편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맞아주면 될 것 아닌가? 아무튼 추한 죽음보다는 웰 다잉이 좋은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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