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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청와대 ‘미남 부처님’

기자명 법보신문

잘 생긴 얼굴덕에 늘 귀빈 대우-일본 총독부에서 청와대로 계속 이어져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비행기 추락 사고, 기차 노선 이탈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끝이지 않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세간의 관심이 느닷없이 한 불상에 쏠린 적이 있었다.

나라 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개신교 장로인 김 대통령이 청와대 숲 속 침류각(枕流閣) 뒤 샘터에 모셔져 있던 불상을 치워 버리는 바람에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 불상이 의도적으로 청와대 한 구석에 방치돼 있다는 것. 따라서 나라의 우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그 불상을 재 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론에 놀란 김영삼 정부는 부랴부랴 언론에 청와대 불상을 개방하고, 스님들의 친견을 인정하는 등 불상이 본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으며, 청와대에서 성심 성의껏 보호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민심의 이반을 둘러싸고 세상에 모습을 내 보인 청와대 불상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24호로 지정돼 있는 석조여래좌상이다. 얼굴은 풍만하고 근엄하며 우측어깨를 노출시킨 우견편단에 결가부좌를 한 당당한 모습으로 석굴암 본존불과 같은 양식. 얼굴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들이 이상향으로 여겼던 남성답고 근엄한 기운이 흐르는 것이 마치 신라시대 화랑 모습을 불상으로 재연한 듯 하다.

동국대 황수영 박사는 그의 저서 일제기문화재피해자료에서 이 불상을 옛부터 ‘미남불’이라 불렸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잘 생긴 부처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 불상을 ‘미남불’이라는 애칭으로 곧잘 부른다.

이 불상이 있던 곳을 떠나 청와대 뒷산으로 오게 된 연유도 바로 이 잘생긴 얼굴 때문이다. 일제의 초대 총독이었던 데라우치는 1913년 경주를 순시하던 중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로 있던 오히라(小平)라는 일본인 집 정원에서 잘 생기고 품위 있는 석가여래조상을 목격한다. 그는 몹시 탐을 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며칠 후 경주 순시를 끝내고 서울에 돌아온 데라우치는 그의 관저 정원에 먼저 올라온 이 불상을 보게된다. 눈치빠른 오히라가 총독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약삭빠르게 이 불상을 진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불상이 처음부터 오히라 정원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본래 이 불상의 출토지는 경주시 월성군 내동면 도지리에 있는 유덕사터. 당시는 일본인의 문화재 약탈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로 오히라가 불법으로 밀반출해 소장하고 있다가 데라우치에게 진상한 것이다.

데라우치는 이 불상을 소장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불상을 조사한 기록이 담긴 복명서(復命書)에 따르면 데라우치는 이 불상의 대좌가 없는 것을 보고 이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 경주지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는 기록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서울로 올라온 이 불상은 처음에는 남산 밑의 왜성터에 그대로 전해지다 1927년 총독관저가 신축되자 그리로 옮겨졌고, 이후 청와대 뒷산에 모셔져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은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했다. 그러나 청와대 불상만은 예외였다. 잘 생긴 얼굴 덕분에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올 수 있었고, 다행히 총독부로 들여오는 바람에 일본으로의 반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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