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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스님의 가릉빈가]4. 불교적으로 본 브람스

기자명 법보신문

‘법구경’ 실천한 음악가
머무름 없는 창작주의자

중후하고 깊이 있으며 다양성을 지닌 음악가로 인생을 마감한 요하네스 브람스는 흔히 고전주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1833년, ‘리스트’와 ‘바그너’의 신낭만주의 음악이 유럽을 휩쓸 때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던 천재음악가 그룹과는 다르게 그의 창작음악 개발속도는 한걸음씩 나아가는 진보성향적인 대작곡가였다. 소년시절의 스승인 ‘마르크스센’은 낭만주의 음악을 싫어하였으며 브람스에게 ‘베토벤’과 ‘바하’음악만 가르쳤다. 20대 초에 만난 스승인 ‘슈만’에 의해 “시대의 정신에 최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가”로 음악계에 소개되었다.

낭만주의음악 주류시대에 살면서도 고전풍의 음악을 고수하면서 결코 남의 작곡을 모방하지 않았다. 또한 유행하는 스타일의 곡을 창작하면 명예도 올라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인데도 흔들리지 않고 고전주의음악 장르를 수호하여 나아갔다. 즉, ‘법구경’에 나오는 계송인 “어리석게 살지 말라. 남의 흉내를 내면서 살지 말라. 잘못된 생각에 끌려가지 말라. 그리고 물질에만 너무 탐닉하지도 말라.” 하시던 말씀을 실천한 음악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곡을 창작할 때에는 멋진 수염을 만지며 굵은 엽연초를 피우는 골초였지만 낭만적인 이상과 고전적 추구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 대작곡가였다.

필자는 “고전주의 형식으로 낭만음악을 창작한 인물이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양쪽을 다 이해하고 수용한 대단한 작곡가였다. 〈중아함경〉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느니라.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도 없느니라. 저것이 저러하므로 이것이 이러하느니라.”라는 말씀을 브람스는 잘 이해했던 것이다.

낭만주의 음악과 고전주의 음악을 서로 공존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음악에 취해서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으며 상대방과의 대화방법은 가식이 없는 즉설주왈(卽說呪曰)이었다. 스승인 ‘슈만’을 비롯한 많은 음악가들이 브람스를 ‘베토벤’의 후계자로 평가함으로써 ‘베토벤주의자’로 규정되었고 가혹한 평가로 인하여 그는 ‘베토벤’의 그늘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다. 그 영향으로 브람스는 43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최초의 교향곡인 ‘제1교향곡 C단조’를 작곡하였다.

그러나 브람스는 고전주의 스타일의 작곡을 하면서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창작혁신주의자였다. ‘바그너’와 경쟁하면서도 전통적인 화성법 수준을 탈퇴하고 새로운 고전주의 화성을 연구하였던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무거우며 우울한 브람스·외로움을 사랑하는 브람스’로 보였지만 그의 작곡세계에서 만큼은 좌우명이 전혀 달랐다.

‘자유롭게, 그러나 맑게(frei, aber froh) 창작하자’였던 것이다. f · a · f를 계이름으로 읽는다면 파 · 라 · 파라는 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즉 계이름이라는 선율적인 음악이 그의 전재산이었던 것이다. 브람스 작품 중 전세계에서 많은 인기가 있는 곡은 ‘헝가리무곡’인데 이 곡은 토탈 21곡으로 성립되었으며, 원래 있었던 차르다슈(헝가리 집시음악 및 민족무용)를 다양한 리듬과 선율로 멋지게 편곡한 곡이다.

이 ‘헝가리무곡’은 가난한 집시들의 ‘무소유정신’이 탈속적(脫俗的)인 분위기와 결합된 ‘방하착(放下着)적’인 곡이다. 그의 생애 마지막 작곡은 간암투병중인 1896년에 이루어졌으며 ‘오르간을 위한 열 한곡의 코랄 프렐루드’이었다. 이 곡에서의 최후의 곡은 ‘오 세상아, 나는 그대를 떠나야만 한다(O welt ich muss dich lassen)’라는 환상곡이며 이는 ‘음악세계는 공(空)’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상무 스님 작곡가겸 피아니스트. 부산여자대학교 음악과 강사 sangmoo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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